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개정을 이끌어낸 '궁중족발'이 서울 서대문구에 새 보금자리를 마련했다. 서촌에서 불법 강제집행으로 쫓겨난 지 2년 만이다.
5일 새 궁중족발의 개업식이 열렸다. 지난 6월 김우식 사장이 출소한 지 약 4개월 만이다. 연대인들의 축하 메시지가 줄을 이었다. 출입문 옆으로 궁중족발의 새출발을 축하하는 화환이 반겼다. 궁중족발과 연대해 함께 투쟁해 온 '옥바라지선교센터' 등 20여 명의 연대인들이 참석했다.
김 사장은 "여러분이 있어 다시 노동의 공간을 마련할 수 있었다"며 "지금까지 내 자리에 있지 못하고 몇 년을 헤매다 이제야 내 자리로 돌아왔다. 지금부터 다시 시작하겠다.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김 사장의 아내 윤경자 사장도 연대인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윤 사장은 "힘든 일이 많았지만 우리와 함께해준 분들 덕에 4년이라는 시간이 금방 지나갔다. 큰 힘이 됐다"며 "25년 이상 살았던 서촌을 떠나온 것은 아쉽지만 홍은동에 자리잡으면서 연대인들과 더 가까워진 것 같다. 어떻게 해서든 잘 살아 나가는 모습을 보여 줘 다른 이들에게 힘을 주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시작이니만큼 예전처럼 노력해서 다시 평범한 생활을 되찾고 싶다. 열심히 살겠다"고 했다.
이날 개업식에는 정의당 장혜영 의원도 참석했다. 장 의원은 정계 입문 전, 궁중족발을 위한 연대 공연에 가수로 참가했던 인연이 있다.
장 의원은 개업 예배에서 대표 기도자로 나서 "우리는 궁중족발을 통해 성실히 일하는 사람에게도 혹독한 시련이 닥쳐올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면서 "그러나 많이 가진 이의 폭압과 업신여김에 맞서 '인간답게 살 권리', '맘 편히 장사할 권리', '쫓겨나지 않을 권리'를 함께 외치는 사람이 존재한다는 것도 알게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앞으로도 서로를 돌보며 인간답게 살아가기를 결코 포기하지 않겠다"고 했다.
궁중족발은 2018년 6월까지 8년간 서촌에서 영업했다. 평범했던 족발집이 특별해진 건 2016년 건물주가 바뀌면서다. 새 건물주는 3000만 원의 보증금을 1억 원으로, 300만 원의 월세를 1200만 원으로 인상하겠다고 했다. 임대료는 핑계였을 뿐, 내보내려는 의도였다.
건물주의 일방적인 요구에 김우식·윤경자 사장은 버텼다. 그러나 법은 건물주의 편이었다. 명도소송에서 승리한 건물주는 2017년 10월부터 강제집행을 시작했다. 12차례의 시도 끝에 2018년 6월, 김우식 사장은 끝내 8년간 지켜온 자리에서 뽑혀 나왔다.
궁중족발 사건은 건물주의 횡포에 속수무책으로 쫓겨날 수밖에 없는 상인들의 열악한 처지를 드러내며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개정을 이끌어냈다. 이에 따라 계약갱신요구권이 5년에서 10년으로 늘어났다. 그러나 언제 쫓겨나느냐의 차이일 뿐 건물주와 상인과의 분쟁 소지는 여전히 남아있다는 지적이다. 상가 임대료 문제에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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