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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대권주자' 김두관 '아웃팅',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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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대권주자' 김두관 '아웃팅', 왜?

[대선읽기] '선수' 조중동의 무리한 플레이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집권 후 향후 언론정책에 대해 이렇게 밝혔었다.
"언론은 언론의 길을 가고, 정치는 정치의 길을 간다."

당연한 말이지만 막상 현실에서 언론과 정치가 정도를 지키기란 쉬운 일은 아니다. 정치권력을 감시해야할 언론이 제 역할을 못하고 특정 정치권력과 유착하는 행태는 한국 언론의 고질적인 문제다. '조중동'(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라 불리는 보수언론의 보도 행태는 특히 문제로 여겨졌다. 특정 세력과 결탁하는 수준을 넘어서 '심판'이어야할 언론이 정치인 못지않은 '선수'로 열심히 판을 휘젓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주간조선> 통해 '대선 출사표' 던진 김두관?

최근 김두관 경남도지사와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 사이에 해프닝이 일어났다. <조선일보>가 김두관 지사를 비상식적인 방식으로 '대선 출마 선언'을 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조선일보>는 21일 "김두관 경남지사가 오는 12월 대선에 출마한다는 뜻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김 지사가 자매지인 <주간조선>과 인터뷰에서 "김두관에게 (대선에) 나오라고 하면 죽을 각오로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는 것. 그러면서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등 야권의 다른 대권주자들에 대한 평가도 했다고 한다. 문 고문에 대해 "내가 좀 아는데 요즘 뜨고 있는 새로운 리더십으로 보면 어떨지 모르지만, 과거 기준으로 본다면 대통령감은 아니다"고 말했다. 안 원장에 대해서는 "대가 약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에 대해 정면으로 반기를 드는 등 평소 강단 있는 김 지사의 성격을 감안하더라도 너무 '막 나간' 발언이라는 느낌이었다. 이 기사의 마지막 부분에서 <조선일보>는 김 지사의 발언들이 "사석임을 전제로 한 얘기였으니 보도는 안 했으면 좋겠다"고 비보도를 요청한 것임을 밝혔다.

▲ 김두관 지사의 대선 출마 선언을 보도한 <주간조선> 표지. ⓒ프레시안
김 지사 측의 설명에 따르면, 평소 알고 지내던 <주간조선> 기자가 찾아와 손님 접대 차원에서 만났고, 이 자리에서 한 말을 기사로 썼다고 한다. 김 지사는 <조선일보>의 보도가 나간 당일 문재인 고문에게 전화를 걸어 경위를 설명하고 사과를 했다.

이에 대해 <주간조선>은 해당 발언은 김 지사가 '비보도'를 요청한 것인 맞으나, 정식으로 인터뷰를 하면서 나온 발언이라고 맞섰다.

<조선일보>는 사석에서 비보도를 전제로 한 발언을 고스란히 '생중계'하는데 그치지 않았다. 이 신문은 22일 4면에 "20%(문재인 지지율) 대 1%(김두관 지지율)…김두관, 문재인의 페이스메이커냐 대타냐"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이 기사는 "김두관 지사가 20일 언론 인터뷰에서 사실상 대선 출마 의사를 밝히면서 같은 친노 진영의 유력 대선 주자인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과 경쟁이 불가피해졌다"며 두 사람의 경쟁구도에 대한 장황한 분석을 했다. 또 "문재인 친노 성골 김두관은 '육두품'"이라는 제목의 박스 기사도 곁들였다.

사석에서 '비보도'를 전제로 한 발언을 '대선 출마 선언'으로 승격시키더니 다음 날 관련기사로 한면을 도배하면서 <조선일보>는 '문재인-김두관 경쟁구도'를 기정사실화했다. 졸지에 김 지사는 주간지를 통해, 그것도 "나오라고 한다면 죽을 각오로 임하겠다"는 가벼운 발언으로 대선 출마 선언을 하게 됐다.

김두관 지사는 23일 '자치분권연구소'가 마련한 정치콘서트에 나와 "<주간조선> 기자 만나서 대선출마를 선언하겠느냐"며 강한 불쾌감을 표했다. 그는 대선 출마 여부에 대해 "동지들하고 의논을 해서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기사에 나온 문재인 고문에 대한 평가 발언에 대해서도 "기자가 작두를 갖고 잘 자르더라"며 앞뒤 발언을 의도적으로 잘라냈다고 주장했다.

그는 "문재인 이사장과 저는 그런 잡지의 농간에 놀아날 사람이 아니다"고 거듭 불쾌감을 표했다.

김 지사의 '비보도' 발언을 보도한 <조선일보>의 의도는 이 신문의 기사에서도 읽힌다. 김두관 지사를 통해 문재인 고문을 견제하겠다는 것이다. 그것도 "옛날 기준으로 보면 대통령감이 아니다"는 대목을 강조해 '대권주자'로서 문 고문을 흠집내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감정을 자극할 수 있는 발언들만 뽑아내 친노(親盧) 진영, 더 나아가 야권 내부의 분열을 꾀하려는 게 아니냐는 해석도 가능하다.

27세 여성후보 손수조 띄우기

대권주자 문재인의 파괴력은 4월 총선 결과에 달려있다. 이번 총선에서 부산-경남에서 야당이 몇석이나 차지하냐에 따라 문재인의 정치적 파워는 달라진다. 새누리당의 텃밭이었던 PK의 민심이 여전과 다르다는 점은 이미 기정사실이 됐다. 다만 실제 투표 행위로 어느정도 이어질 지는 섣불리 예측하기 어렵다.

이런 가운데 보수언론이 유독 주목하는 예비후보가 있다. 문재인 고문 지역구인 부산 사상구의 새누리당 손수조 후보다. <조선일보>도 2번이나 지면에 제목에 '손수조'가 들어가는 손 씨에 대한 기사를 싣었다. 새누리당 후보로 확정되지도 않은 예비후보라는 점에서 '파격적'인 대우다.

특히 <조선닷컴>은 지난 22일에는 동갑내기인 이준석 당 비상대책위원장과 손수조 씨가 페이스북을 통해 주고 받은 대화를 상세히 소개하는 기사, 23일에는 정홍원 새누리당 공천심사위원장이 "손수조에 감명받았다"고 말했다는 기사. 24일에는 손 씨가 라디오에 출연해 "이명박 정권은 돈은 잘 벌지만 자식을 못 챙긴 아버지 상이라면, 노무현 정권은 돈은 못 벌어도 자식은 잘 챙긴 아버지"라고 말한 것을 보도했다. 손수조 씨에 대한 기사를 하루에 한건 이상 쏟아내는 셈이다.

손 씨가 실제 공천을 받을지, 공천을 받더라도 어느 정도 득표력을 가질지 모르지만, 그의 인지도와 경쟁력 제고에 <조선일보>가 지대한 공을 세우고 있는 것은 틀림없어 보인다.

* [대선읽기]는 2012년을 맞아 대선이 끝나는 12월19일까지 <프레시안> 기자들이 쓰는 연재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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