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3일 미국 대통령 선거를 한달여 앞둔 29일 저녁 9시(한국시간 30일 오전 10시) 공화당의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민주당의 조 바이든 후보의 총 3번의 토론회 중 첫 번째 TV 토론회가 열린다.
트럼프에 대한 증오를 감추지 않아온 <뉴욕타임스(NYT)>와 <워싱턴포스트(WP)>는 TV토론에 열세라는 바이든 후보의 힘을 북돋으려는 듯 총공세에 나섰다. <뉴욕타임스>는 토론회를 앞두고 트럼프의 세금 회피 행각을 대대적으로 폭로하고 나섰고, <워싱턴포스트>는 28일(현지시간) "바이든을 대통령으로"라는 제목의 사설로 공개 지지 선언을 했다.
<워싱턴포스트>의 사설에 따르면 미국과 세계의 앞날을 위해서 반드시 바이든이 당선되어야 한다. 사설은 "이 시대 최악의 대통령을 쫓아내기 위해서라면 다른 누구에게라도 투표할 유권자들이 많을 것"이라고 시작한다. 사설은 다음의 요지로 바이든 지지를 선언했다.
반면 <워싱턴포스트>는 사설에서 "트럼프는 첫번 째 임기 동안 업적이랄 것도 없고, 재선 이후의 정책방향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혹평했다. 게다가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트럼프는 대통령에 당선되기 전 15년 가운데 10년 동안 소득세를 한 푼도 내지 않았다. 대통령에 당선된 2016년과 그 이듬해 납부한 소득세도 1500달러(약 175만 원)에 불과하다. 부동산과 호텔업으로 자산을 모은 트럼프 대통령의 재산은 무려 21억 달러(2조4570억 원)로 미국 대선 사상 최고의 부호가 사실상 세금을 거의 내지 않아왔다는 것이다. 미국 국세청(IRS) 통계에 따르면, 2017년 소득세 납세액 평균은 약 1만2200달러다.
트럼프와 관련된 20년치 자료를 분석해 트럼프의 '세금도둑질'을 구체적으로 폭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하지만 트럼프는 이미 지난 대선에서 역대 후보들과 달리 세금 자료 공개를 거부하고도 당선됐고, 당시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후보가 TV 토론에서 "연방소득세를 내지 않았다"고 공격하자 "내가 똑똑해서"라고 일축한 해묵은 이슈이기도 하다. 법의 허점을 최대한 이용한 절세라는 주장이다. 이때문에 바이든이 TV토론에서 NYT가 공격거리로 제공해준 트럼프의 세금 문제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써먹을 수 있을지 회의적인 전망도 적지 않다. 유권자들은 TV토론을 보고 지지 후보를 바꾸기보다는 자신의 기존 지지 성향을 강화하는 경향이 더 많기 때문이다.
미국의 AP 통신은 트럼프의 납세 비리 관련 보도가 소셜네트워크 상에서 올해 독자들을 가장 사로잡은 "충격적 대폭로(bombshell)"로 불린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하지만 지난 21∼24일 <워싱턴포스트>와 ABC뉴스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 10명 중 9명이 이미 어떤 후보를 지지할지 결정했다고 답했다는 점에서 지지 후보를 바꿀 변수로 작용할 위력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영국의 일간지 <가디언>은 "트럼프의 세금 회피 관련 폭로가 이번 대선에서 트럼프에게 결정적 악재가 될 것이라는 예상은 솔깃하다"면서 "하지만 지금까지 그런 솔깃한 악재들은 여러 번 터졌다. 2016년 대선 직전인 그 해 10월에도 트럼프가 성폭력에 대해 떠드는 녹음테이프가 공개됐을 때도 그랬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2016년 대선에서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 등 트럼프 낙선을 바라는 주류 언론들이 클린턴이 승리할 확률이 90%가 넘는다고 대선 당일까지 보도할 때, 유세현장의 분위기를 비교하는 '현장 감각'으로 트럼프의 승리를 줄곧 예측했던 김동석 미주한인유권자연대(KAGC) 대표도 28일(현지시간) 뉴욕총영사관에서 특파원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세금 회피 폭로 보도는 큰 임팩트가 없을 것"이라면서 트럼프의 재선 가능성을 높게 전망했다. 바이든 후보가 다소 앞서고 있다는 각종 여론조사를 바탕으로 "바이든 우세"라는 보도하는 주류 언론들과 전망이 또 엇갈렸다.
김 대표는 지난 1996년 이후 20년 넘게 시민운동 등을 하면서 미국 정계에서 한인의 정치적 영향력 확대를 위해 냉정한 관찰자 입장에서 판세를 분석하는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김 대표는 지난 대선과 마찬가지로 트럼프를 전폭적으로 지지하고 있는 백인 유권자들의 비중이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는 점을 트럼프 재선 가능성을 높게 본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백인 유권자 비중이 70% 정도로 여전히 절대 다수이며, 겉으로는 트럼프를 지지한다고 말하지 않아도 막상 투표장에 가면 그를 찍는 이른바 ‘샤이 트럼프’가 많아 여론조사가 현실을 정확하게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김 대표는 최근 핵심 경합주인 플로리다 주가 트럼프로 기울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플로리다는 위스콘신과 아이오와 등 이른바 '러스트벨트' 경합주에 영향을 미치고, 위스콘신은 일리노이, 인디애나, 오하이오, 펜실베이니아 등 다른 경합주까지 영향을 미치는 관계가 있기 때문에 판세에 매우 중요한 변화가 생겼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이들 '러스트벨트'를 비롯한 경합주가 트럼프 쪽으로 기울고 있을 뿐 아니라 기독교 보수세력이 중심이 된 중남부 '바이블벨트'의 표심까지 트럼프에 결집되고 있다는 분석까지 내놓았다. ‘진보의 아이콘’으로 불린 고(故)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연방대법관의 후임으로 보수 성향의 에이미 코니 배럿 제7연방고법 판사를 지명한 것을 두고 김 대표는 “엄청난 호재”라고 했다.
그는 “(매우 보수적인) 미국 남부의 저학력 기독교 복음주의 성향의 바이블벨트 표심을 결집시켰다”며 “이들은 트럼프 대통령을 강하게 지지하지는 않지만 공화당은 지지하는 성향의 유권자들”이라고 강조했다.
그뿐이 아니다. 만일 트럼프가 대선 당일 승리를 선언하기에 충분한 표를 얻지 못할 경우 우편투표에 의한 부정선거 탓으로 돌리며 '불복 카드'까지 준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미국의 우편투표는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부정선거 소지가 많은 건 사실”이라며 “미국은 죽은 사람에게도,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간 유권자에게도 투표 용지가 갈 정도로 허술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6월에 실시된 뉴욕주 예비선거 우편투표에서 대규모 무효표가 발생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각 당이 선거 당일 승리 선언을 할 수 있을 표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지만 쉽지 않다. 결국에는 법원의 판단을 받아야 할 수 있다"고 '대선 불복 사태'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김 대표에 따르면, 차기 대통령이 연방대법원 등에서 결정되는 상황으로 몰고 갈 경우에도 이미 보수 성향 대법관 비율이 높은 트럼프가 유리하다. 법원 소송까지 가지 않고 선거인단 투표에서 어느 후보도 유효 득표수를 얻지 못할 경우 각 주를 대표하는 50명의 하원 대표들이 한 표 씩 행사해 과반을 확보하는 후보가 대통령이 되는 제도에 따른다고 해도, 공화당이 불리하지 않다. 현재 미국 하원 구성은 전체로 보면 민주당이 다수당이지만 하원은 인구수에 따라 의원 수가 달라져 공화당은 26개 주에서, 민주당은 22개 주에서 다수당이고 나머지 2개 주에서는 동률이다. 이때문에 민주당 소속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지난 27일 하원 민주당 의원들에게 보낸 서한을 통해 이 상황을 대비하고 대선과 함께 치러지는 하원 선거에서 승리를 거둬야 한다고 독려하고 나선 상황이다.
지난 7월 20일 매사추세츠 주 애머스트 대학교 로런스 더글러스 교수는 <가디언> 기고문에서 의회에서도 당선인을 확정하지 못해, 대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더니 1887년의 선거개표법에 따라 의회에서 논의된 선거 분규는 법원이 다룰 수 없다고 기각되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경고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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