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원'을 가업으로 잇는 이들이 있다. '신한 가족' 이야기다. 진실탐사그룹 <셜록>은 '은행권의 정유라, 그들은 왜 당당한가' 기획 보도로 신한은행 임직원 자녀를 비롯한 부정 입사자들이 법원의 유죄 판결 이후에도 무사한 사실을 알리고 있다.
신한은행 직원들 사이에서는 부정입사자 실명 공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직장인 커뮤니티 앱 '블라인드' 신한은행 게시판에서 <셜록> 기사 공유 게시글이 8000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하는 등 신한 직원들 사이에서 불만이 커지는 중이다.
'블라인드'는 회사 메일을 인증해야만, 자사 게시판 접근이 가능하며 익명을 보장받을 수 있다.
<셜록> 기사가 공유된 22일 게시글에는 "(부정 입사자) 전체 실명 공개해 달라"면서 "자진 퇴사해야 합니다" "피해 본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부정 입자사 실명) 공개하자"는 댓글이 달렸다.
또 다른 <셜록> 기사가 공유된 16일에는 "현재 지점장급들 중에도 채용 비리로 들어오신 분이 많다"는 의견이 달렸다. 이어 다른 날에도 "우리 (입사) 동기 중에도 신한 가족들 참 많다"는 댓글이 달렸다. 과거에도 특이자와 임직원 자녀에 대한 부정채용이 있었다는 의견이다.
블라인드에서 언급되는 '신한 가족'은 단지 신한은행에 근무하는 직원을 뜻하는 게 아니다. 부모나 조부모가 임직원인 덕에 부정 채용된 자녀, 손자들을 가리킨다.
한 직원은 부정입사자들이 채용 후 인사발령에서도 특혜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해파'는 해외파견을 뜻하며 '인텐시브'는 연수 코스를 말한다. 부정 입사자들은 많은 직원이 원하는 코스를 쉽게 밟는다는 의견이다.
한 익명의 직원은 "입사과정부터 정당성이 없네요. 슬프고 창피하네요"이라고 밝혔다. 다른 직원은 "시작부터 끝까지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며 씁쓸함을 드러냈다.
부정 입사자 실명 공개를 반대하는 의견도 있다.
한 직원은 지난 23일 "실명 언급과 비난은 신중해야 한다"면서 "(채용) 면접에서 임직원 자녀임을 참고사항에 표기하는 게 문제없어 보인다"는 취지의 견해를 밝혔다.
부정 입사자 실명이 공개됐다가 사라지기도 했다.
지난 24일 "공소장 및 판결문에 등장한 채용 비리자 중 일부"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여기엔 취업비리 유죄를 인정한 1심 판결문에 등장하는 부정 입사자들의 실명이 공개됐다가 얼마 안 돼 지워졌다. 블라인드에서 게시물 삭제는 글쓴이만 할 수 있으며, 숨김은 사용자 신고가 들어온 경우 처리된다.
청탁 경로가 없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마녀사냥을 지양해야 하자는 의견도 나왔다. 한 직원은 "청탁 경로도 확인이 안 되고 은행 차원에서 관리한 사람도 있을 것 같다"며 "이런 경우 억울할 수 있다"는 글을 22일 올렸다.
특이자와 임직원 자녀 채용을 옹호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한 직원은 "다 무슨 농민이나 기초수급자 자녀들만 들어와야 정의로운 회사인가요"라며, 직원 채용은 은행의 자유라는 취지의 뜻을 밝혔다.
신한은행 게시판이 채용비리 이슈로 뜨겁자, 농협은행 게시판에도 부정 입사자에 대한 인사 특혜가 심하다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하드캐리'란 팀워크가 중요한 게임에서 팀을 승리로 이끄는 역할을 뜻한다. 위 말은 입행부터 인사이동까지 부모가 힘을 써야 자식이 행원 생활을 편하게 할 수 있다는 뜻이다.
지난 23일 농협은행 게시판에 작성된 게시물에는 "대학 교수 딸도 있고, 국회의원 딸도 있고, 금감원 관계자 딸도 있다. 입사 2~3년 만에 본점에서 일한다는 게 어느 정도 힘이 작용한다는 방증 아니겠냐"는 댓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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