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자로 지목된 사람의 신상을 공개하는 인터넷 사이트 '디지털 교도소'의 운영자가 베트남에서 검거됐다. 경찰은 서버를 옮겨 사이트를 운영 중인 것으로 알려진 2기 운영자들에 대해서도 수사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경찰청은 23일 "디지털 교도소의 운영자 30대 남성 A 씨를 인터폴과의 국제 공조수사를 통해 지난 22일 베트남 호치민시에서 검거했다"고 밝혔다. A 씨는 지난 3월부터 디지털 교도소 사이트와 관련 소셜미디어 계정을 개설·운영해 디지털 성범죄, 아동학대 피의자 신상정보를 무단 게시한 혐의(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를 받는다.
디지털 교도소는 지난 3월부터 성범죄의 형량이 낮은 것을 비판하며 범죄자들의 신상을 공개해 주목받았다. 세계 최대 규모 아동 성 착취물 사이트 '웰컴투비디오(W2V)' 운영자 손정우를 비롯해 '텔레그램 n번방 이용자' 등 성범죄 혐의를 받는 110여 명의 이름과 사진, 나이, 직업 등이 구체적으로 게재됐다.
사이트 운영진 측은 당시 "악성 범죄자에 대한 관대한 처벌에 한계를 느끼고 이들의 신상정보를 직접 공개해 사회적 심판을 받게 하려 한다"고 운영 목적을 설명했다.
그러나 사적 제재 논란과 함께 신상이 공개된 이들 중 성범죄와 관련이 없다고 밝혀진 이들도 있어 무고한 피해를 낳는다는 비판을 받았다. 한 대학교수는 텔레그램을 통해 아동 성 착취물을 구입 시도했다는 이유로 디지털교도소에 신상이 공개됐는데 경찰이 휴대폰 등을 수사한 결과 그런 사실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3일에는 디지털 교도소에 신상이 공개된 한 대학생이 억울함을 호소하며 극단적 선택을 하기도 했다.
경찰은 지난 5월부터 수사에 착수해 지난달 6일 A 씨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받았다. 경찰은 A 씨가 캄보디아에 체류 중인 것을 확인한 뒤 지난달 30일 인터폴에 공조를 요청했다. 이달 초 경찰은 A 씨가 베트남으로 이동했다는 첩보를 입수해 베트남 공안부의 도움을 받아 지난 22일 오후 호치민시에 거주지로 귀가하는 A 씨를 검거했다.
디지털 교도소는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지난 8일 운영진이 사이트를 자진 폐쇄했지만, '2기 운영자'라고 밝힌 인물이 사흘 만에 사이트를 재개했다. 23일 현재 성범죄 사건 용의자·피고인 등 90여 명의 신상 정보가 올라와 있다. 경찰 관계자는 "검거된 A 씨는 최초 운영자로 추정되며, '2기 운영자'와 공범 관계인지 수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A 씨를 국내로 송환해 조사를 이어나갈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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