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유엔총회 연설에서 중국을 작정하고 비난하고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이하 직함 생략)은 '인종차별적 발언'이라고 미국 내에서 뿐 아니라 국제기구에서도 비판 받은 '중국 바이러스(china virus)'라는 용어를 다시 들고 나왔다. 트럼프는 올해 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관련해 '중국 바이러스'라는 용어를 사용하면서 모든 사태의 책임이 중국에 있다고 주장했었다.
매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리는 유엔 총회가 올해는 코로나19 사태로 대부분 화상 회의로 진행됐다. 트럼프가 이날 7분간의 화상 연설의 절반 이상의 시간을 '중국 때리기'에 할애한 것은 오는 11월 3일 미국 대선을 앞둔 선거 전략 차원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 노동자 계층 등이 갖고 있는 '중국에 대한 반감'을 부추기는 동시에 코로나19 대응 실패의 책임을 중국에 돌리는 두 가지 효과를 노린 것이다.
트럼프는 이날 "유엔 창설 75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다시 한번 거대한 글로벌 투쟁을 벌이고 있다"면서 "188개국에서 무수한 생명을 앗아간 보이지 않는 적인 중국 바이러스와 치열하게 전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세계에 이 전염병을 퍼뜨린 중국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유엔은 중국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또 세계보건기구(WHO)에 대해서도 강하게 비판하면서 팬데믹에 대한 '책임론'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는 "중국 정부와 중국이 사실상 통제하고 있는 WHO는 인간간 전염의 증거가 없다고 거짓 선언했다"며 "그들은 무증상 사람들은 질병을 퍼뜨리지 않는다고 거짓말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또 환경 문제와 인권 문제와 관련해서도 중국을 비난했다. 그는 "중국은 매년 엄청난 양의 플라스틱과 쓰레기를 바다에 버리고, 다른 나라 수역에서 남획하고, 거대한 산호초를 파괴하고, 어느 나라보다 독성이 강한 수은을 방출한다"며 "중국의 탄소 배출량은 미국의 거의 두 배이며,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중국의 만연한 오염을 무시한 채 미국의 환경 기록을 공격하는 이들은 미국을 벌 주기를 원할 뿐이다. 나는 이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후변화를 "사기"라고 주장하는 노골적인 반환경주의자인 트럼프는 2016년 대선에서 기후변화에 대한 전세계적 공조 차원의 협약인 '파리기후변화협약'을 탈퇴하겠다고 공약했고, 지난해 탈퇴했다.
트럼프는 인권 문제와 관련해서도 "유엔이 효과적인 조직이 되려면 세계의 진짜 문제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테러, 여성 탄압, 강제노역, 마약밀매, 인신매매, 종교적 박해, 종교적 소수민족의 인종청산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고 우회적으로 중국을 비판했다.
트럼프는 자신의 대선 공약인 '미국 우선주의'를 언급하면서 다른 나라 정상들에게도 자국의 이익을 세계적 관심사보다 우선시하라고 조언했다. 그는 "나는 자랑스럽게 미국을 우선시하고 있다"며 "당신들이 당신 나라를 우선시해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라고 말했다.
한편 트럼프의 '중국 때리기'에 대해 유엔의 안토니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우리는 두 개의 거대 경제대국이 각각 자국의 무역과 금융 규칙과 인터넷과 인공지능 능력을 가지고 세계를 분열시키는 미래를 감당할 수 없다"며 우려를 표명하기도 했다.
트럼프 직후 연설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트럼프의 '코로나 중국 책임론'에 대해 "이 문제를 정치화하거나 낙인을 찍으려는 어떠한 시도도 거부되어야 한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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