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초 취임한 최해봉 울산 동구체육회장은 직원들에게 막말과 욕설을 퍼부었다. 여성 직원들을 상대로 상습적인 성희롱은 물론 회식 자리에서 부적절한 신체 접촉도 서슴지 않았다. 이에 항의하는 직원들에게는 "낫으로 못을 잘라버리겠다"는 막말도 했다. 그는 결국 고용노동부로부터 성희롱에 대해 300만 원의 과태료, 막말 등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해서는 시정 개선조치를 받았다.
문제는 체육회였다. 대한체육회 산하 울산시체육회는 고용노동부의 이 같은 판단에도 불구하고 성희롱과 직장 내 괴롭힘을 인정하지 않았다. '피해자와 최 회장의 의견이 다르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면서 최 회장에게 '견책' 처분을 내렸다. 견책은 징계 당사자에게 시말서를 쓰게 하고 인사기록에 남기는 경징계에 해당한다.
스포츠 구조개혁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 등은 15일 서울 송파구 대한체육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체육회의 이 같은 결정은 고용노동부의 조사 결과를 전면으로 부정하는 것과 동시에 대한체육회 징계기준을 위반한 것"이라며 최 회장에 대한 영구징계를 촉구했다.
대한체육회 징계기준 제31조 제2항은 성추행을 한 지도자, 선수, 심판, 임원 등에 대해 경미한 경우 3년 이상 5년 미만의 자격 정지, 중대한 경우 영구 제명하도록 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 8월 대한체육회는 2020년도 혁신 계획을 발표했다. 임직원 인권 의식 제고 및 인권경영강화항목이 혁신의 핵심이라며, 직장 내 성희롱 성폭력 및 괴롭힘 등 고충 방지, 갑질 근절 노력을 하겠다고 발표했다"며 "실효성 강화 후 첫 징계가 '견책'"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지난번 고(故) 최숙현 선수의 극단적인 선택 이후 대한체육회가 약속했던 반성과 성폭력에 대한 근절은 말뿐이었다"며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기준을 만들고 이에 대한 처분을 주무로 하는 정부 부처의 결정사항을 아무런 근거 없이 뒤집는 대한체육회, 울산시체육회는 그 근거가 무엇인지 밝히지도 않고 있다"고 했다.
이들은 울산시체육회가 최 회장을 비호하면서 피해자들에게 2차 가해를 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울산시체육회는 피해자들을 조사하는 과정에서부터 피해자들이 회장과 친분관계였다는 것을 강조하거나 고용노동부 조사 결과를 반론하며 가해자인 최 회장의 입장을 옹호했다"며 "고용노동부의 결과가 명확함에도 추가조사를 빌미로 징계를 유보하고, 추가 조사과정에서 피해자들을 실명 조사하려고 했다"고 주장했다.
울산시체육회가 최 회장의 영구제명을 피하고자 혐의를 전면 배제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박용민 울산동구체육회분회 사무장은 "울산시체육회는 고용노동부가 인정한 혐의 8가지 중 핵심 혐의인 성희롱·성추행을 모두 배제했다"며 "강제추행 부분은 본인이 인정한 녹취록까지 제출했다. 증거와 피해자 증언 모두 채택하지 않고 견책이라는 가벼운 징계를 내렸다"고 했다.
공대위의 정용철 서강대 교수도 "작년 조재범 사건, 올해 최숙현 선수 사망 사건에 이르기까지 체육회의 반복된 책임 회피가 사태를 방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최숙현 선수 사망 사건에도 같은 일이 벌어졌다. 가해자가 피해자를 면담하게 하고 2차 가해를 했다. 조직이 나서서 입막음하고 말 맞춰서 탄원서 쓰고 잘못한 거 없다고 한 게 바로 얼마 전"이라며 "침묵으로 방치하는 체육계 전체가 공범"이라고 했다.
이들은 기자회견 후 대한체육회에 징계 재심 요청서를 전달했다. 이날부터 "성희롱, 직장갑질, 울산 동구체육회장 해임, 중징계 처벌해 주십시요!"라는 이름의 청와대 국민청원을 진행한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