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청소년 성 착취물을 상습적으로 제작할 경우 앞으로 최대 29년 3개월의 징역이 선고된다.
대법원 양형위원회(위원장 김영란)는 14일 전체회의를 열고 이같은 내용의 '디지털 성범죄' 양형 기준안을 결정했다고 15일 밝혔다.
양형기준이란 법관이 형을 정할 때 참고할 수 있는 대법원의 가이드라인이다. 양형기준이 마련되면 법관의 자의적인 판단이 줄어 형량이 일관적으로 유지된다. 양형기준은 구속력은 없지만 설정된 양형기준을 벗어나 판결할 때는 법관이 따로 판결 이유를 작성해야 한다.
그동안 아동·청소년 대상 디지털 성범죄는 무기 또는 징역 5년 이상의 법정형만 정해져 있을 뿐 양형기준이 없어 판사 재량으로 선고가 이뤄졌다. 지난 2014년부터 2018년까지 법원의 선고 형량을 보면 평균 형량은 징역 2년 6개월로 법정형의 절반 수준이어서 솜방망이 판결이란 지적이 계속돼 왔다.
양형위원회가 마련한 새 양형기준에 따르면 아동·청소년 성 착취물을 2건 이상 상습 제작할 경우 최대 29년 3개월의 징역을 선고할 수 있다. 해당 성 착취물을 영리 등의 목적으로 상습 판매할 경우 최대 징역 27년, 여러 번에 걸쳐 배포한 경우에는 최대 징역 18년을 선고할 수 있다.
특히 범행 수법이 매우 불량한 경우, 이른바 '특별가중인자'가 2개 이상 있는 경우 징역 19년 6개월까지 선고하는 게 가능하다.
성 착취물 구매에도 양형기준을 강화했다. 양형기준에 따르면 단순 구입하거나 아동·청소년 성 착취물임을 알면서 소지·시청한 경우에도 최대 징역 6년 9개월까지 선고할 수 있다.
'텔레그램 n번방 사건'과 같은 아동·청소년 이용 성 착취물 제작(아동·청소년의성 보호에관한법률 제11조 위반) 범죄를 저지를 경우 징역 5년에서 9년 형을 선고하도록 했다.
해당 조항처럼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형이 규정된 조항으로는 △13세 이상 청소년 강간(양형기준 징역 5년~8년) △재물을 취득할 목적으로 13세 미만의 사람을 유괴하는 경우(징역 4년~7년)가 있다. 새 양형기준은 아동·청소년 대상 디지털 성범죄에 이들 조항보다 더 높은 양형기준이 설정된 것이다.
양형위원회는 "아동·청소년 성 착취물 범죄의 경우, '피해확산방지를 위한 실질적인 조치'를 특별감경인자로 두어, 피해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자발적으로 하도록 유도했다"며 "디지털 성범죄 전반에 관하여, 피해자에게 자살이나 가정파탄, 학업중단 등 심각한 피해를 야기한 경우에는 이를 특별가중인자로 반영했다"고 밝혔다.
같은 아동 성 착취물 범죄에 해당하더라도 피의자의 태도나 피해 규모를 차별적으로 고려해 양형을 달리한다는 것이다.
또 보호받을 필요가 있는 아동·청소년의 특수성, 아동·청소년에 대한 보호 필요성 등을 고려해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는단 의사를 표시하더라도 이를 특별감경인자가 아닌 일반감경인자로 지정해 판결에 반영되는 정도를 제한했다. 나아가 성 착취물 제작이나 불법 촬영, 영상 반포 등 디지털 성범죄를 저지른 경우 상당 금액을 법원에 공탁한 경우에도 감경할 수 없게 했다.
불특정 또는 다수 피해자를 상대로 하거나 상당 기간에 걸쳐 반복적으로 범행한 경우엔 형사처벌 전력이 없더라도 감경요소로 고려할 수 없도록 제한 규정을 신설했다.
특히 아동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성 착취물 제작 범죄는 알려지지 않은 '암수 범죄'가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점 등을 고려, 해당 범행 전까지 단 한 번도 범행을 저지르지 않은 경우에만 '형사처벌 전력 없음'을 감경요소로 고려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양형위원회는 이외에도 △불법 촬영(성폭력처벌법 제14조 위반) 상습범의 경우 최대 징역 6년 9개월 △불법 촬영물을 영리 목적으로 상습적으로 유포한 경우 최대 징역 18년형 △불법 촬영물을 단순 소지(구입·저장·시청 포함)한 경우 최대 징역 4년 6개월까지 선고할 수 있도록 양형기준을 마련했다.
양형위원회는 "디지털 기기 또는 온라인 공간이라는 특성상 범행 방법이 매우 다양하고 피해가 빠르게 확산되어 피해 회복이 어렵고, 스마트폰 등 디지털 매체의 사용이 일반화되면서 범죄 발생 빈도수가 증가하고 있음을 고려하여 객관적이고 엄정한 양형기준을 설정했다"고 밝혔다.
위원회는 앞으로 공개된 양형기준에 대해 관계기관의 의견 수렴 절차를 거친 뒤 오는 12월 전체회의를 열어 최종적으로 의결할 예정이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