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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토박이의 네 번째 단식 "제주 온 섬이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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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토박이의 네 번째 단식 "제주 온 섬이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인터뷰] 네 번째 단식에 들어간 제주도 주민 김경배 씨

10일 새벽, 제주도에서 올라온 김경배 씨가 환경부 앞에 자리를 잡았다. 이날이 김 씨의 네 번째 단식 시작일이었다.

김 씨는 제주 제2공항의 활주로가 들어설 예정인 성산읍 난산리에 살고 있다. 그가 사는 곳 근처는 매년 여름마다 천연기념물인 두견새가 찾아온다. 장마철이면 멸종위기 2급 맹꽁이가 울어댄다. 가끔은 멸종위기 1급 송골매도 날아온다. 모두 환경부가 지정한 법정 보호종이다.

지난 2015년 제주 제2공항 계획이 발표된 후 지난 5년간 그는 그의 삶의 터전과 함께 생태계 보호를 위해 싸워왔다.

▲제주 제2공항 환경영향평가에 환경부의 '부동의'를 촉구하며 김경배 씨가 10일 단식투쟁이 들어갔다. 지난 2017년과 2018년, 2019년에 이은 네 번째 단식 투쟁이다. ⓒ김경배 씨 페이스북 갈무리

'여름'이 통째로 빠진 전략환경영향평가

국가가 대규모 도시개발이나 공항·철도·도로·항만 등을 건설할 때는 부지를 선정하면서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미리 조사하고 예측해 그 피해를 최소화하도록 전략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한다. 환경부가 전략환경영향평가에 '동의'하면 건설은 계획대로 진행되고 '부동의'하면 사업은 재검토 단계로 돌아간다.

제주 제2공항 건설을 계획하면서 국토부도 전략환경영향평가를 진행했다. 김 씨가 문제 삼는 부분은 국토부의 전략환경영향평가에서 여름철인 6, 7, 8월의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여름철새나 여름에 활동하는 동식물의 생태조사가 통째로 빠졌다.

그는 "여름철을 피해 조사를 하고 서식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평가서에 명시한 건 명백한 허위·거짓조사"라며 "전략환경영항평가법 제17조 4항에 따라 평가서 반려사유"라고 했다.

"처음 조사가 2월과 9월에 두 차례 이뤄졌어요. 6, 7, 8월, 여름 양서류나 철새의 활동기, 번식기가 빠진 겁니다. 전략환경영향평가를 하는 전문가들이 이걸 몰라서 그렇게 했을까요? 법정 보호종이 서식하고 있다는 게 알려지면 무조건 부동의 해야 하니까 의도적으로 이 동물들이 출몰하는 여름을 빼놨다는 생각이 들어요."

김 씨는 직접 두견새 등의 사진과 영상 증거물을 포함한 의견서를 환경부에 제출했다. 김 씨의 의견을 받아들여 재조사가 이뤄졌지만 재조사는 8월 말에나 이뤄졌다. 8월 말이면 철새는 이미 남쪽으로 떠난 뒤다.

환경부는 국토부의 '민원처리부서'인가

김 씨뿐만이 아니었다. 총리실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도 법정 보호종 조사 누락문제와 철새도래지 훼손 문제 등을 제기하며 "제2공항 건설계획은 입지타당성이 매우 낮은 계획"이라는 의견을 냈다.

2019년 12월, 김 씨는 환경부 정문 앞에서 노숙 단식을 하며 법정 보호종 조사 누락 문제를 항의했다. 그런데도 환경부는 마지막 재보완 요구에서도 6, 7, 8월 조사를 요구하지 않았다.

환경부가 국토부에 재보완 요구를 하던 날, 김 씨는 조명래 환경부 장관과 밤늦게 면담을 가졌다. 조 장관은 김 씨의 말을 듣고 6, 7, 8월 법정 보호종 조사 누락에 대해 추가로 재보완 요구를 할 수 있는지 법적 검토를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국토부의 재보완 조사는 5월까지만 이뤄졌다.

이대로라면 환경부는 전략환경영향평가에 동의하고 국토부의 계획대로 10월에 제2공항 확정고시가 이뤄지게 된다. 건설 실행 단계로 들어간다는 의미다.

"전략환경영향평가를 하는 건 법정 보호종인 천연기념물이나 멸종 위기종의 서식지를 보호하기 위해서에요. 법정 보호종을 지정하는 주체도 환경부에요. 그런데 이제와서 법정 보호종 서식지를 무시하고 학살에 앞장서고 있어요. 환경부가 자신의 책임와 역할을 뒤로하고 국토부의 민원처리부서로 전락해버렸다고 볼 수밖에 없어요. 직무유기죠."

▲"나는 제2공항 예정부지 성산읍 난산리 주민 김경배입니다" ⓒ김경배

이미 난개발 심각한 제주도...제주는 이미 '포화상태'

2017년 10월 첫 번째 단식 이후 2018년 12월 두 번째 단식이 있었다. 앞선 세 번의 단식으로 그의 몸은 많이 망가졌다. 특히 폐가 많이 상해 일상적인 대화에도 숨이 턱턱 막히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럼에도 물러설 수가 없었다. 15일 재보완서 제출을 앞두고 그는 전날 밤 제주도에서 배를 타고 급하게 환경부가 위치한 세종시로 왔다.

그는 "제주를 찾는 사람들은 때묻지 않은 제주만의 자연을 보기 위해 오는 건데 난개발로 제주다운 모습을 잃어가고 있다"고 했다.

한 해 제주를 찾는 관광객은 1500만 명 정도다. 2006년 특별자치도로 선정된 후 500만 명 정도였던 관광객이 빠르게 증가했다. 때문에 지하수 고갈문제부터 하수처리 용량 문제, 교통문제까지 그는 제주도가 이미 '포화상태'라고 설명했다.

"제주도 온 섬이 지금 난개발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제주시를 지나서 서쪽으로 가면 한라산 중턱까지 관광서비스 산업 시설이 들어서 있어요. 제주다운 모습을 간직한 곳이 제가 있는 동부지역과 성산이에요. 그런데 이곳마저 제2공항이 들어선다니까 땅값이 엄청 올랐습니다. 확정고시까지 되면 개발 붐이 일어날 거에요. 제주다운 마지막 모습이 완전히 사라질 겁니다."

제2공항, 제2의 '강정 사태' 될 수도

그가 제2공항을 극구 반대하는 데에는 생태계 보호에만 있지 않다. 김 씨는 "이미 공항이 있는 제주도에 제2공항이 들어설 이유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지금 제주공항의 노후화된 관제탑과 활주로를 고치면 제주공항에 오가는 비행기를 늘릴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제2공항은 공군기지 건설로도 이어질 수 있는 심각한 문제"라고 했다.

제주도의 공군기지 건설 계획은 198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일본과도 가깝고 중국과도 가깝다는 제주도만의 독특한 위치 때문이었다. 정부는 1987년 송악산 일대 170만 평의 공군기지 건설 계획을 추진했다. 그러나 제주도민의 반대로 백지화한 후 대신 1992년 민·군 겸용 공항건설을 추진한다.

김 씨는 "당시 관광객이 연간 200만 명이 안 됐을 때였다. 민간 공항을 늘릴 이유가 없었는데 '민군 겸용 공항'을 짓겠다 한 거다"라며 "89년에 도민들의 반대로 무산된 공군기지를 짓기 위한 말장난"이라고 설명했다.

"민군 겸용 공항 건설계획도 지지부진하자 2007년 국방부는 헬기 몇 대, 프로펠러 수송기 몇 대 뜨고 내리는 '탐색구조부대'를 제주에 설치한다고 밝힙니다. 그런데 이 계획마저 여의치 않자 2017년에 정경두 다시 참모총장이 탐색구조부대의 유력 후보지가 제2공항이라고 실토해요. 이상한거죠. 탐색구조부대는 90만 평 정도의 제주공항 한쪽에서도 운영되고 있는데 제2공항은 170만 평이나 되거든요. 민간공항으로 만들어놓고 결국 공군기지로 사용하려는 거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듭니다."

김 씨는 그 근거로 제주도 특별자치도법 제235조와 제236조를 들었다. 두 조항을 종합하면 서귀포시에 소재한 국유지 일부를 제주도가 이양 받고 그 대체부지를 제공할 수 있다.

김 씨는 "활주로가 짧아 공군기지로 사용할 수 없는 알뜨르 비행장을 제주도가 가져오는 대신 제2공항을 공군에 대체부지로 제공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제주도에 강정해군기지가 아주 폭력적인 방식으로 들어왔습니다. 60명이 구속되고 700여 명이 징역, 벌금 등의 사법처리를 받았어요. 그 해군기지를 완성하려면 공군기지가 반드시 있어야 합니다. 항공모함 하나를 받으려 해도 그 전투기들을 내릴 공항이 필요하잖아요. 제2공항이 확정고시되면 공군기지가 들어서는 건 시간문제입니다. 그럼 해군기지가 들어설 때보다 더 큰 투쟁과 폭력이 반복될 겁니다."

9월 중 마지막 재보완서가 제출되고 10월 전략환경평가 마무리까지 남은 시간은 대략 40~50일. 김 씨는 "법정 보호종 보호 문제 외에도 철새도래지문제, 숨골문제, 항공기-조류충돌문제, 동굴문제, 주민소음피해대책문제 등등 환경부가 부동의를 해야 할 이유는 차고 넘친다"며 "환경부가 본연의 역할에 충실해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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