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52) 삼성전자 부회장이 1일 결국 불구속 기소됐다. 대검찰청 수사심의위원회가 지난 6월 26일 이 부회장에 대한 수사를 중단하고 재판에 넘기지 말라고 권고했지만, 2년에 걸친 수사로 구속영장까지 청구했던 검찰로서는 예정된 수순이었다.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부장 이복현)는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행위 및 시세조종, 업무상배임 등 혐의로 이 부회장와 함께 삼성그룹 옛 미래전략실 최지성(69)· 장충기(66) 전 실장, 김종중(64) 전 전략팀장, 삼성물산 최치훈(62)· 김신(63) 전 대표, 이영호(60) 전 최고재무책임자, 김태한(62)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 등 삼성 관계자 10명도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2015년 5~9월 수년 간 치밀하게 계획한 승계계획안(프로젝트-G)에 따라, 그룹 미래전략실 주도로 이 부회장이 최대주주인 제일모직(구 에버랜드)의 삼성물산 흡수합병 결정을 추진했다”고 밝혔다. 프로젝트-G는 지배구조를 의미하는 ‘거버넌스(Governance)’의 약자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이 이 부회장의 안정적인 경영권 승계를 위해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주도로 치밀하게 계획됐다는 것이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2015년 5월 이사회를 거쳐 제일모직 주식 1주와 삼성물산 약 3주를 바꾸는 조건으로 합병을 결의했다. 제일모직 지분 23.2%를 보유했던 이 부회장은 합병 이후 지주회사 격인 통합 삼성물산 지분을 안정적으로 확보해 그룹 지배력을 강화했다.
이 과정에서 검찰은 제일모직 주가는 띄우고 삼성물산 주가는 낮추기 위해 거짓 정보 유포, 중요 정보 은폐, 허위 호재 공표, 주요 주주 매수, 국민연금 의결권 확보를 위한 불법 로비, 자사주 집중 매입을 통한 시세조종 등 각종 부정 거래를 일삼았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제일모직 자회사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사기 의혹 또한 고의적 ‘분식회계’로 판단하고 이 부회장 등에게 주식회사외부감사법 위반 혐의도 적용했다.
검찰은 수사심의위의 불기소 권고를 따르지 않은 데 대해 “사안이 중대하고 객관적 증거가 명백한 데다 국민적 의혹이 제기된 사건으로서 사법적 판단을 받을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삼성 측의 '호화 변호인단'은 검찰이 제시한 근거에 대해 조목조목 일축하는 논리로 맞서고 있다. 합병은 경영상 필요성을 고려한 것으로, 법적으로 문제를 삼기 어렵다는 것이다.
검찰이 이 부회장이 관여하거나 보고받아 최종책임자로 보는 '프로젝트G'에 대해서도 삼성 측은 "박근혜 정부 들어서 삼성에 대한 맞춤형 규제인 금산분리·순환출자 금지·일감 몰아주기 금지 등의 법령이 만들어지려고 하자 규제에 걸리지 않도록 사전에 준비한 계획일 뿐 이 부회장 승계를 위한 비밀 계획이 아니다"라고 반박한다.
이에 따라 법조계에서는 법정공방에 최소 5년이 걸릴 것이란 예측이 나오고 있다. 수사기록만 20만쪽에 달하는 데다 압수한 디지털 자료만 2270만건(23.7테라바이트) 분량이며, 수사 대상 관계자들이 300여명 수준으로 많아서다. 이 부회장은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지난 2017년 2월 뇌물공여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한 이후 또다시 재판에 시달리게 됐다.
이 부회장은 2017년 2월 국정농단 사건으로 구속기소된 후 항소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으로 감형받고 353일간 수감 생활 끝에 석방됐다. 하지만, 대법원이 파기환송 결정을 내려 파기환송심에서 집행유예를 받아내기 위해 총력을 기울여 온 상황에서 또 새로운 법정 공방을 시작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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