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이들하고 이야기를 하다 보면 ‘다르다’와 ‘틀리다’를 구분하지 않고 있음을 본다. ‘다른 것’은 다양 것의 한 부분으로 틀린 것이 아니다. ‘틀린 것’은 옳은 것의 상대어로 잘못된 것을 말한다. 나와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상대방의 의견이 틀렸다고 말하는 것은 옳지 않다.
‘1+1=3’이라고 하면 틀린 것이다. 그러나 ‘살색’은 인종마다 다르다. 어떤 이는 황색이고, 어떤 이는 검은 색에 가깝고, 또 어떤 이는 흰 색에 가깝다. 그러므로 과거에 ‘살색’이라고 하던 것이 지금은 사라지고 없다. 보통 사람들은 “난 생각이 틀려.”라고 말을 한다. 자기 생각이 틀렸으면 말을 하지 말아야 한다. 그가 하고자 하는 말은 “난 너와 생각이 달라.”라고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생각이 틀려’라고 하면서 자기 주장을 펼친다. TV에 출연하는 사람들을 보면 많은 사람들이 ‘다르다’와 ‘틀리다’를 구분하지 않고 쓰고 있다. 필자가 즐겨보는 ‘자연인’이라는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일반인들도 거의 그렇게 사용하는 것을 본다. “어때 맛이 틀리지?”라고 하면서 자신의 음식 솜씨를 자랑한다. ‘맛이 틀리’면 잘못된 것인데 어찌 자랑할 만하다고 하는지 모르겠다.
세상 사람들은 나와 행동이 다르면 ‘틀린 것’으로 낙인찍어 버린다. 필자가 어렸을 때 가래떡을 간장에 찍어 먹었더니 서울에서 온 4촌이 이상한 눈으로 보았다. 조청이나 설탕을 찍어먹는 그들과 내가 달라보였던 것이다. 복숭아를 소금에 찍어 먹는 베트남 여성이 우리에게는 이상하게 보일 수 있지만 그렇다고 그들의 문화가 틀린 것은 아니다.(필자는 지금도 아내에게 핀잔을 들으면서까지 가래떡을 간장에 찍어 먹는다.)
빨리빨리와 만만디
대한민국이 오늘날 잘 살게 된 것은 지도자의 역할도 중요했지만 우리 민족이 급하게 일을 처리하는 경향이 있음도 무시할 수 없다. 물론 이런 ‘빨리빨리 사고방식’으로 삼풍백화점이 무너지고, 성수대교가 무너지는 참사를 만들어내기도 했지만 나름대로 고속성장을 하는데 도움이 된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요즘에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사람들을 자주 만난다. 이들 모두 예외 없이 같은 면이 있다면 ‘느리다’는 것이다. 정말 느리다. 말할 수 없이 느리다. 우리나라 사람들 같았으면 벌서 끝났을 일을 1년이 다 되도록 지지부진하게 끌고 있다. 때로는 답답하고 울화가 치밀기도 한다. 누가 아쉬운 것인지도 모른다. 필자는 50년이 훨씬 넘도록 쉼표 없이 인생을 살아왔으니 ‘천천히(만만디)’ 돌아가는 그들과 합하기가 쉬울 수는 없다. 인도네시아 아체와 시도했던 대학 설립과 병원 설립, 말레이시아와 체결하고 있는 한국어 교육기관 및 한국어 교사 양성 계획 등 무수한 일들이 한 번 메일을 보내면 한 참 걸려야 답신이 오고, 채근하면 채근한다고 투덜거린다. 중국 공상대학과 한국어 교수 채결을 위한 상호이해각서를 체결했던 것이 1년이 넘도록 한국어학부를 만들었다는 보고를 받지 못했다. 필자의 경우는 다문화가정의 여성들과 오랜(?) 세월 함께 생활하면서 이국적인 문화에 어느 정도 적응이 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그러니 외국인들과 교류하지 않은 일반 시민들이야 외국인들을 느려터짐에 얼마나 견디기 힘들까 이해가 간다. 그러니 문화가 다른 것이 아니라 틀린 것이라고 쉽게 말해 버리는 것이다.
‘다른 것’과 ‘틀린 것’을 구별하고 나의 문화만 옳은 것이 아니고 타인의 문화도 수용해 주어야 한다. 나만 옳고 다른 사람의 문화를 인정하지 않는 것은 오만함이다‘ 빨리빨리’ 익숙한 우리에게 외국인들은 놀랄 수밖에 없다. 천천히 해도 되는데 왜 그렇게 서두르냐고 한다. 그들이 봤을 때는 우리를 보고 ‘틀렸다’고 할 수도 있다.
어린 시절부터 다양함을 존중할 줄 아는 사고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차별성을 인정하는 것이 ‘다른 것’이고 옳고 그름을 판단해서 잘못된 것이 ‘틀린 것’이다. 무심코 하는 말이 나를 틀린 사람으로 만들 수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