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가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설립 등 정책에 반발해 결국 집단휴진 등 사실상 파업에 돌입한 가운데, 여야 정치권은 의사들의 현장 복귀를 촉구하면서도 다소 온도차를 보였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26일 당 최고위원회에서 "의료 단체가 결국 진료 거부에 들어갔다. 정부가 업무 개시 명령을 내린 것을 준수해 주기 바란다"면서 "정부는 이번 의사·의대생 집단행동에 국민 건강·생명이 우선이라는 원칙 아래 대응하겠다. 이번 일로 의사들이 환자 신뢰를 잃는다면 그것이 오히려 의사들에게 더 큰 불이익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대표는 "이 파고를 넘기 위해서는 방역 당국과 지자체, 의료진이 국민 모두와 하나가 돼야 한다"면서 "각자 사정과 생각이 있겠지만 비상시국인 만큼 우선 위기를 넘길 수 있도록 전폭적 협력을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했다.
김태년 원내대표는 "비상시국 상황에서 의료계 지도부가 다른 의도를 갖고 집단행동을 강행한다면 국민들께서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더 강경한 태도를 보이며 "의료계는 집단행동을 철회하고 즉각 환자들 곁으로 돌아가기 바란다"고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는 "코로나 재확산으로 의료 인력이 부족한데 의료인들이 집단휴진을 하는 것은 어떠한 이유로도 정당화가 안 된다"며 "진료 공백을 초래, 환자 피해가 발생할 것이 불 보듯 자명하다"고 비판했다.
김 원내대표는 "의료계가 무책임한 집단행동을 강행한다면 정부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중히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국민 생명·안전을 볼모로 한 위험천만한 집단행동에 대해서는 어떤 관용도 없다는 점을 거듭 강조한다"고 했다.
반면 미래통합당에서는 파업 사태 해결 필요성을 강조하면서도 정부가 이 시점에서 의료계의 반발을 살 정책을 강행 추진한 것이 문제라는 취지의 지적이 나왔다.
김종인 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당 비대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정부와 의협은 한 발짝 양보해서 일단 코로나를 극복하는데 전력을 행사해 달라"면서도 "정부 당국에 얘기한다. 정책이 힘과 의지만 갖고 관철될 수 있다는 생각을 버리라. 인간 세상에서 힘과 의지만으로 모든 게 해결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김 비대위원장은 "현재 의사와 정부 간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며 "가장 큰 문제가 의과대학을 증원한다는 것이나 공공의대를 늘린다는 것인데, 이것이 논쟁 근거가 돼서 의사들이 파업에 들어가는 불상사가 나고 있다"고 현 상황을 분석하고는 "현재 여러 가지를 고려했을 때, 코로나 극복 이외에 더 중요한 사안이 없다. 공공의대를 설립하는 것 자체가 시급한 과제가 아니다"라고 정부를 비판했다.
김 위원장은 "코로나 사태를 극복하는 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할 사람들이 의료에 종사하는 의사·간호사"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서도 "의료인들이 코로나 극복을 위해 전력투구해야 할 시기인데, 정부와 대칭(대립) 관계에 있어서 코로나를 극복할 수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했다.
연석회의에 참석한 이명수 의원도 "의대 정원 문제는 보건 당국이 일방적으로 결정할 게 아니라 의협과 대화하는 게 우선"이라며 "밀어붙이는 식의 의대 증원과 공공의대 설립은 무리하고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김 위원장은 코로나 재확산 상황에서 극우단체의 광복절 도심 집회가 집단감염 발원지가 된 것과 관련해 "나는 코로나 사태와 관련해서 쓸데없는 소리 하는 쪽 얘기는 들리지 않는다. 근본적으로 누가 뭐라든 질본에서 내리는 지침을 국민 모두가 준수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거기에 딴소리를 할 수 없는 것"이라고 이들과 거듭 선을 그었다.
김 위원장은 '집회에 나갔던 당원들에 대해 검사 권고나 당 징계 등 조치가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는 질문에는 "그런 사람들을 상대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무시해 버리면 되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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