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법무부 양성평등정책위원회(정책위)가 낙태죄 폐지를 권고한 데 대해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인의협)이 환영의 뜻을 나타내며 "미페프리스톤을 도입해 의사들이 적절한 교육을 받고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여성계뿐 아니라 의료계에서도 낙태죄 비범죄화에 대해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다.
인의협은 25일 성명을 내고 "임신중지를 뒷받침할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미페프리스톤은 임신 초기에 임신중지에 쓰이는 경구용 의약품이다. '미프진'으로도 불리며 2005년 세계보건기구(WHO)가 필수의약품으로 지정해 67개국에서 팔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모자보건법에서 임신주지 방법을 '수술'로 국한해 약물 도입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인의협은 "그동안 의사들은 임신중지를 원하는 당사자가 적시에 안전한 임신중지를 하지 못할 경우 여러 가지 질환과 부작용, 모성사망 등의 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도와줄 수 없었다"며 "더욱이 수련과정에서 정식교육도 받기 어려워 의료진은 위축되고 방어적인 진료와 처치를 할 수 밖에 없었다"고 했다.
인의협은 "안전한 임신중지를 시행할 수 있는 의료인력 양성, 임신중지를 시행할 수 있는 의료기관의 보편적 공급이 필요하다"며 "이제 임신중지 비범죄화를 넘어 재생산 건강을 보장하는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경제적인 이유로 접근성이 떨어지지 않도록 임신중지와 피임에 대한 급여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인의협은 임신중지를 확고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의협은 "임신중지의 범죄화는 원치 않는 임신을 한 사람과 임신중지를 결정하려는 사람을 잠재적 범죄자로 낙인해 임신중지를 더욱 음성화한다"며 "안전하지 않은 임신중지를 증가시키는 역효과를 일으킨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임신중지를 강력하게 규제하는 국가에서는 안전하지 않은 임신중지가 네 배 이상 높으며, 이로 인한 모성 사망률도 세 배 이상 높다는 게 인의협의 설명이다.
인의협은 또 합법적인 임신중지가 가능한 경우를 열거한 현재 모자보건법도 비판했다. 인의협은 "임신중지를 불법과 합법으로 구분 짓고 특정 조건만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방식의 법제도는 전인적인 의료적 결정을 제한한다"며 "기존의 모자보건법에서 열거하는 예외사례들은 과학적 입증근거가 부족하거나 심지어 인권을 침해한다"고 했다.
'임신 주수'에 따른 제한에도 "의료현장에서 당사자와 의료진은 당사자의 종합적인 건강상태는 물론 사회, 경제, 문화적 맥락까지 고려한 판단과 그에 따른 의료행위가 위협받지 않도록 보호받아야 한다"며 "특정 시기 이전의 임신중지만을 허용하거나, 단편적인 예외사례를 열거하는 것은 이러한 의료 현실에 맞지 않다"고 비판했다.
한편 낙태죄는 지난해 4월 11일 헌법재판소로부터 헌법불합치 결정을 받아 올해 12월 31일까지 대체입법이 마련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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