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단체가 지난 21일 법무부 양성평등정책위원회(정책위)의 낙태죄 비범죄화 권고를 환영하며 '재생산권'에 초점을 맞춘 향후 입법 방향을 제시했다. 재생산권이란 '사람이 사람을 다시 만든다'는 의미로 성행위부터 출산에 해당하는 모든 행위를 여성이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신체적 자기결정권·건강권·출산과 성에 대한 평등권·자녀양육 등을 위한 공적 지원 요청권 등을 포함한다.
24일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모낙폐)는 서울 영등포구 여성미래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법무부는 정책위 권고에 따라 임신중지를 처벌해온 시대착오적인 형법 제27장을 전면 삭제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은 코로나19 확산 예방을 위해 페이스북과 유튜브로 생중계됐다.
정책위는 앞서 지난 21일 법무부에 형법 제27장(낙태의 죄)를 폐지해 낙태죄를 비범죄화할 것을 권고했다. 해당 권고안에는 임신 주수에 따른 임신중지 허용 기준도 완전히 폐지하는 내용과 함께 △임신·임신중단·출산의 주체인 여성에 대한 권리보장을 위한 법·정책 패러다임 전환 △형법 제27장을 폐지하는 개정안 마련 △모자보건법 전면 개정 등의 대책 마련을 담고 있다.
모낙폐는 "정책위는 이러한 권고는 임신중지 여성과 그를 도운 의료인을 처벌해온 기존의 '낙태죄'가 헌법정신에 일치하지 않는다는 지난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른 당연한 결과"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법무부는 권고에 따라 임신중지를 처벌해왔던 시대착오적 형법 제27장을 전면 삭제해야 한다"며 "모자보건법은 임신·출산 의무를 다한 자를 보호하겠다는 편협한 관점이 아닌 성과 재생산 과정 전반을 권리로서 보장하는 제도로 개선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피임과 포괄적 성교육 △임신유지 및 중지 △출산과 양육 등에 대한 국민의 알 권리 보장 △자율적으로 결정할 권리 보장 △건강권에 대한 접근권 확대 △공공의료와 사회복지 지원 체계 확립 등이 임신중지 비범죄화 이후 우리가 논의해야 할 과제"라고 제시했다.
나영 모낙폐 공동집행위원장은 "여전히 일각에서는 임신 주수 등에 따른 제한이나 의무 숙려제도 등의 규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며 "그러나 이는 과도한 입증과정과 절차를 요구해 임신중지 시기만을 늦춰 여성들을 더 위험하고 열악한 상황으로 몰아갈 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낙태죄 전면 비범죄화는 세계적인 추세"라며 "합법화 상태로 규제를 두었던 국가들도 30~40여 년의 시행착오 끝에 전면 비범죄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했다. 그는 "캐나다의 경우 1988년 연방대법원 결정 이후 임신중지 전면 비범죄화가 이뤄지고 어떤 규제나 처벌 없이 공고의료차원에서 건강권 보장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그럼에도 2018년 통계에 따르면 캐나다의 임신중지율은 11%로 한국의 추정통계치인 15%보다 낮다"고 했다.
그러면서 "'처벌과 허용'의 구도에서 벗어나 더 많은 평등과 구체적인 권리의 보장이 필요하다"며 "임신중지 비범죄화를 시작으로 성과 재생산 권리 보장을 패러다임으로 한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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