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거주 중인 외국인들 중 일부가 한국 수도권 일대 아파트를 투기대상으로 삼아온 것으로 파악됐다. 3일 국세청 발표에 따르면, 특히 올해 들어 5월까지 외국인이 국내 아파트 취득 건수는 전년 동기 대비 26.9%, 금액으로는 49.1%나 급증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적별로는 중국인과 미국인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그중에서 두 채 이상의 아파트를 취득한 외국인은 1036명으로 2주택 866명, 3주택 105명, 4주택 이상 5명으로 이들 다주택 외국인들이 취득한 아파트만 2467채다. 한 미국인은 무려 42채나 소유하고 있었다.
국세청은 외국인이 실제 거주하지 않은 국내 아파트를 여러 채 취득·보유하고 있는 것은 투기성 수요라고 의심하고, 탈루 혐의가 포착된 외국인 42명을 대상으로 이날부터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국내에 살지 않는 외국인이라고 할지라도 주택을 살 때는 취득·등록세를 납부하고, 주택임대소득세와 양도소득세도 국내에 내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이번 조사대상 42명은 임대소득을 숨긴 것은 물론, 주택 취득 자금 출처조차 불분명했다.
국세청이 공개한 사례를 보면 외국인 다주택자 가운데 가장 많은 집을 보유한 40대 미국인 사업가 A씨는 2018년부터 충청권의 소형 아파트를 갭 투자 방식으로 집중적으로 매입해 42채(67억 원 상당) 를 보유했다. 국세청은 A씨가 수십 채 아파트를 살 만큼 국내 소득이 많지 않고, 외국에서 자금을 융통한 기록도 없는 것을 확인하고 조사대상으로 선정했다.
30대 중국인 B씨는 유학 목적으로 국내 입국해 취업한 뒤 서울의 고가 아파트와 경기, 인천, 부산 등지의 아파트 8채를 취득하고 이 중 7채를 전·월세로 임대했다. 국세청은 B씨가 중국에서 들여온 수억 원의 자금으로는 크게 부족하다고 판단하고, 임대수입도 누락해온 것을 적발했다.
외국법인 국내 사무소 임원 C씨는 한 채에 수십억 원씩 하는 한강 변 및 강남 유명 아파트 4채(총 시가 120억 원)를 취득해 3채는 다른 외국인에게 임대하면서 월 1000만 원 이상 고액 월세를 받고도 주택임대소득 신고를 누락했다.
국세청은 이번 조사를 통해 임대소득 탈루 여부와 취득 자금 출처, 양도소득 탈루 혐의 등에 대해서도 철저하게 검증하겠다고 밝혔다. 외국인이 투기 목적으로 국내 아파트를 보유한 경우 조세조약에 따라 해당자의 본국 국세청에 과세 정보도 공유할 방침이다.
임광현 국세청 조사국장은 "실거주 이외 목적으로 외국 부동산을 취득·보유하는 경우, 거주지국 과세당국의 관리체계에서 벗어나 있는 경우가 많다"며 "해외 부동산을 이용한 소득 은닉, 신고 의무 위반 등 역외탈세 혐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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