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창원의 한 사립고등학교에서 정규교사 채용 비리가 드러나 2명이 구속 기소되고 교사 2명은 불구속 기소됐다. 경남교육청은 해당 사학재단에 관련 교사들을 즉각 직위해제하고 파면과 임용 취소 등 강력한 후속조치를 요구하고 나섰다.
경남교육청 감사관실은 지난해 7월 해당 사립고등학교에서 신규교사 채용과 관련해 금전적 대가가 오갔다는 제보를 입수했다. 이후 특별감사를 실시했고, 제3자를 거친 계좌이체 내역 일부를 확보한 뒤 창원지방검찰청에 수사를 의뢰했다.
감사관실에 따르면 이 학교는 사립학교 교사 채용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1차 필기시험에 한해 교육청에 위탁하는 ‘교육청 위탁 채용 시험’ 제도를 신청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채용시험을 치른 것으로 확인됐다. 교육청 위탁 채용시험 제도는 권고사항이기 때문에 사실상 강제성이 없다.
실제 경남도내 사학재단은 90곳이며, 이들 재단에서 운영 중인 중·고교는 각각 77곳과 79곳으로 모두 156곳이지만 위탁채용시험 제도를 활용하는 학교는 2020학년도 신규교사 공개경쟁시험에서 29개 사학재단 42개 학교에 그쳤다. 이마저도 2019학년도 18개 사립학교법인 27개 학교에 비해 11개 법인 15개 학교만 늘어난 수치이다. 도내 사립초등학교 2곳인 거제 대우초등과 거창 샛별초등의 경우 별도의 초등교사 공개경쟁시험을 치른 합격자들을 대상으로 채용과정을 밟고 있다.
감사관실은 “해당 학교 측에 위탁채용시험 제도를 이용하라고 여러 번 권고했다”며 “특별감사를 진행해보니 교사 채용시험 과정에서 출제위원이나 채점위원 등 시험과 관련한 보안시스템이라고 할 만한 게 전혀 없었다”고 전했다.
이어 “공공기록물관리법에 의해서도 시험 관련 자료를 10년 동안 보관해야 하지만 감사 결과 모두 폐기되고 없었다”며 “이것에 대해서도 이번 사안과는 별도로 해당 학교 측에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검찰이 지난 5월 해당 사립고등학교를 압수수색 하는 등 본격 수사를 벌인 결과 이 학교 이사장의 아들이 브로커와 공모해 모두 1억4,000만 원을 받은 뒤 정규교사 2명을 채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창원지검에 따르면 이 학교 이사장의 아들 A 씨는 모 학원의 원장인 B 씨와 공모해 2018학년도와 2019학년도 정규교사 채용 때 채용청탁을 한 C 씨와 D 씨로부터 각각 6,000만 원과 8,000만 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A 씨와 B 씨를 배임수재 및 배임증재 등의 혐의로 지난 13일 구속 기소했다. 또 이들에게 금품을 주고 교사로 채용된 C 씨와 D 씨에 대해서는 채용 청탁 명목으로 금품을 공여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특히 브로커 B 씨와 한 교사는 수사가 시작되자 주고받은 금액의 일부에 대해 가짜 차용증을 만들어 검찰에 제출하는 등 범죄수익을 감추려 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경남교육청은 이 같은 내용의 수사결과를 검찰로부터 지난 15일 통보받고 후속조치에 들어가 채용비리 관련 교사들에 대해 중징계인 파면과 임용 취소를 사학재단 측에 요구하기로 했다.
사립학교법 제53조의 3(부정행위자에 대한 조치)과 교육공무원법 제11조의 2(부정행위자에 대한 조치)에 따르면 교사 채용시험 과정에서 부정한 행위를 한 사람의 경우 그 시험을 정지 또는 무효로 하고 처분이 있은 날로부터 5년 동안 임용시험에 응시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경남교육청은 “사학재단의 교사채용 비리는 취업을 꿈꾸는 예비교사들의 희망을 무참히 짓밟는 범죄행위”라고 규정하고 “무관용 원칙에 따라 철저하고 단호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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