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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 시대, '미래' 방면으로 가실 분은 철도로 환승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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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 시대, '미래' 방면으로 가실 분은 철도로 환승하시기 바랍니다

[프레시안 books] <거대도시 서울 철도>

오늘날 인류가 소비하는 탄소 배출량 가운데 수송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25%다. 이 가운데 자동차가 전체 수송 에너지 소비량의 75%를, 탄소 배출량의 73%를 점유한다. 자동차는 다른 모든 수송 수단을 압도한다.

20세기 수송 혁명은 철도를 밀어낸 자동차로 인해 일어났다. 인류의 이동성은 자동차로 인해 극대화됐다. 그러나 기후위기가 지난 시간을 되감기하려 한다. 이제 철도가 다시금 대안으로 떠오른다. 전체 수송 에너지 중 철도가 소비하는 몫은 2%에 불과하다.

자동차 에너지 소비를 억제하고, 철도 에너지 소비를 늘리는 게 대안이라는 목소리는 그린 뉴딜을 주창하는 모두가 동의하는 주장이다. 승용차와 항공 통행의 20%만 철도로 이전하더라도 종전에 비해 여객 수송에 사용되는 에너지의 6분의 1, 탄소 배출량의 9분의 1을 감축할 수 있다.

'기후위기 시대의 미래 환승법'이라는 부제를 단 신간 <거대도시 서울 철도>(전현우 지음, 워크룸 프레스 펴냄)는 방대한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미래 수송 수단 철도'의 부활이 필수적임을 강조한다.

책의 미덕은 당위를 압도하는 실질적 분석에 있다. 이 책에는 한국 (도시)철도의 역사, 현재, 공학, 정책, 미래가 담겨 있다. 방대한 통계와 상상, 그래프가 주장과 함께 제시된다. 압도적이라 칭할 만큼 세밀하면서도, 주장은 선명하고 실천방안은 구체적이며 상상력은 광대하다.

기후위기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8장 '예언과 경고, 자율 주행차의 도래와 기후위기의 습격' 부문이 그러하다. 책은 철도가 대안으로 제시돼야 하는 이유를 당위로만 말하지 않는다. 효과를 분석하는 동시에, 이를 위한 구체적인 실천 대안까지 아울러 제시한다. 철도 부흥을 위해 필요한 방안이 노선 증축이라는 단순 논리에서 그치지 않고 도로의 한계 통행 대수를 억제해야 한다는 선언이 나온다. 뒤따라 도로 용량을 결정하는 변수는 무엇인지, 현 도로망이 감당 가능한 통행량은 어느 정도인지가 아울러 논의되는 식이다.

책은 철도에 관한 개괄을 서술해 후술할 내용을 읽을 독자의 이해력을 채워주는 1부를 제외하면 시계열로 읽을 수 있다. 2부부터 3부는 한국 철도의 역사와 미래가 앞서 논의된 세밀한 이야기와 함께 거론된다. 과거를 다룰 때는 일제 강점기 서울 철도를 어떻게 해석해야 하느냐를 두고 과거의 민족주의적 시각을 비판적으로 접근하고, 과거의 선택이 오늘날 한국 철도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를 세밀히 짚는다.

핵심은 현재 한국 철도가 가진 문제점을 짚는 4장부터 이어진다고 볼 수 있다. KTX를 이용한 이라면 누구나 잦은 연착에 짜증을 낸 기억이 있을 것이다. 한국 열차에서 유독 열차 지연이 잦은 이유는 한정된 노선을 다수 차량이 나눠쓰면서 포화한 선로용량에 있다. 병목 현상 해결을 위해 대대적인 투자가 필요하다는 필자의 논리는 기후위기를 다루는 8장까지 관통하는 중요한 맥락이 된다. 그 논리의 출발점이 4장이라고 봐도 된다.

특히 '철도 도시 서울'을 광의의 시각으로 해석해 넓게는 충청 북부-강원 서부까지 철도 광역망 안에서 해석하여 오늘날 사업이 시작된 대공사 GTX 사업을 비판적으로 재해석하는 한편, 통일까지 염두에 두고 필자가 생각하는 바람직한 철도 미래상을 다룬 6장 '철도 도시 서울, 무엇을 할 것인가'는 책의 하이라이트라 할 만하다. 철도를 중심으로 도시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에 관한 아이디어가 GTX에 관한 필자의 비판적인 접근(필자는 GTX-A를 제외한 나머지 모두 경제성과 환승성이 극히 부족하다는 판단 아래에 노선을 대대적으로 변경할 필요가 있다는 결론을 낸다)과 더불어 쉽게 '깊이 보기 힘든' 철도에 관한 독자의 상상력 지평을 넓혀 준다.

'철도 덕후'에게는 그야말로 환상적인 책이라 할 만하다. 철도 정책 담당자, 도시 계획 담당자에게도 유용한 책으로 평가할 수 있다. 익숙하지 않은 단어의 장벽을 넘는다면, 일반 독자 역시 부담없이 접할 수 있는 책이다. 필자는 직접 정리한 방대하고 세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독자로 하여금 마치 살아있는 생물과 같이 철도의 미래를 생각하고 고민하게끔 한다. 인문, 사회, 공학, 지리적 지식이 망라됐다. '철도에 관한 총체적이면서 대중적인 지식 자료'라고 할 법하다.

▲<거대도시 서울 철도>(전현우 지음) ⓒ워크룸 프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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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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