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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자생종 구상나무, 떼죽음 위기...원인은?"

녹색연합 <기후변화와 한반도 생태계> 보고서 발간

한반도 고유 식물종인 구상나무가 기후위기로 인한 최초의 한반도 멸종 종이 되리라는 경고가 나왔다.

14일 녹색연합은 지난 한 해 한반도에서 일어나는 기후변화 상황을 조사한 <기후변화와 한반도 생태계> 보고서에서 한반도의 고산침엽수림이 심각한 위기에 처했다며 이 같이 밝혔다. 시민사회가 전면적으로 한반도 생태계 기후변화 상황을 종합적으로 조사해 정리한 최초의 보고서다.

구상나무는 해발 1500미터 이상의 고지대에 서식하는 한반도 고유종이다. 학명은 아비에스 코리아나(Abies Koreana)며, 해외에서는 주로 한국전나무(Korean Fir)로 불린다. 국내에서는 주로 한라산에서 설악산에 이르는 지역에 서식한다. 1917년 학계에 처음 보고돼 크리스마스 트리로 잘 알려졌다.

현재 구상나무는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이 지정한 국제멸종위기종(레드 리스트)이다. 1998년 '준위협(NT)' 목록에서 2013년 '멸종위기(EN)' 목록에서 위험 등급이 두 단계 상향 조정됐다. 이와 별개로 한국 환경부는 아직 구상나무를 멸종위기종으로 지정하지 않았다.

▲성판악-백록담 구간의 한라산 구상나무림 항공촬영 모습. 푸른색이어야 할 나무들이 모두 흰색으로 죽어 있다. ⓒ녹색연합

"한라산, 지리산서 구상나무림 흰색으로 변화...떼죽음"

녹색연합에 따르면, 지난 2006년~2015년 사이 한라산 구상나무림 면적은 738.3헥타르(ha)에서 626.0ha로 15.2% 감소했다. 녹색연합은 지난해 제주도 한라산을 찾은 결과, 해발 1700미터 이하에서는 어린 구상나무를 거의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상황은 다른 지역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났다. 지리산의 경우 구상나무 고사목 개체수가 2008년 1714그루에서 2018년 5039그루로 급증했다. 국립공원공단은 고사목의 나이테를 분석한 결과 기후변화에 따른 생육 스트레스 누적이 집단 고사로 이어졌다고 밝혔다. 특히 봄철 가뭄이 가장 심각한 영향을 미쳤다고 첨언했다.

비단 구상나무뿐만 아니라, 전체 침엽수림이 위기를 맞았다고 녹색연합은 진단했다. 녹색연합이 국립산림과학원 조사 결과를 풀이한 자료를 보면, 전국 26개 지역의 고산침엽수 평균 쇠퇴도는 분비나무가 0.28, 구상나무가 0.33, 가문비나무가 0.25였다(쇠퇴도 0이 가장 건강한 상태, 1은 전체가 고사한 상태). 이 중 주요 10개 지역에서 분비나무와 구상나무 쇠퇴도가 가장 높은 곳은 한라산으로, 전체의 약 40%(쇠퇴도 0.39)가 매우 심각한 상황에 처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후 변화가 가장 심각한 원인이라고 녹색연합은 지적했다. 녹색연합은 국립산림과학원 연구를 인용해 "최저기온 상승폭이 커질수록 고산침엽수림 쇠퇴도가 커졌다"며 "기후변화 영향이 큰 지역에서 침엽수들이 더 많이 죽어가고 있다는 뜻"이라고 전했다. 겨울과 봄철 기온 상승, 여름 폭염과 가뭄 등이 침엽수 호흡량 증가와 광합성 감소로 이어져, 결국 집단고사가 일어나고 있다고 녹색연합은 지적했다.

지난 10여 년 간 고산지대 침엽수 고사 현장을 기록해 온 서재철 녹색연합 전문위원은 "침엽수가 육상에서 기후변화의 영향을 받는 생물종 중 가장 기후변화에 직접 노출된 생명체"라며 "한국만의 현실이 아니라 유럽, 아시아, 북미 등 주요 북반구에서 같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우려했다.

서 전문위원은 "조사 결과, 심각한 곳은 한 집단에서 70%, 많게는 90% 이상 고사가 이미 진행된 곳이 많았다"며 "특히 한라산의 경우 성판악부터 백록담까지 이어지는 진달래밭 코스에서 푸른색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였고, 지리산 천왕봉 중봉에서도 구상나무림이 모두 회색이나 흰색으로 변했다"고 경고했다.

"기후변화로 인해 쌀 자급률 50% 아래로 내려갈 것"

한편 녹색연합은 기후위기로 인해 한반도 수목한계선에도 변화가 생겼다고 밝혔다. 수목한계선이란 특정 나무가 더는 자랄 수 없는 곳을 뜻한다. 통상 한반도 기후대는 난대-온대-냉대로 구분하며 이 중 제주와 남해안 일대가 동백나무, 후박나무 등 상록성 활엽수가 자라는 난대로 분류된다.

이와 관련해, 환경부는 지난 2009년 '기후변화에 따른 한반도 생물종 구계변화 연구' 보고서에서 1941년부터 2000년까지 60년 간 한국 평균기온이 약 1.3도 상승하고, 그에 따라 난대성 상록활엽수 48종의 북방한계선이 종전보다 최소 14킬로미터, 최고 74킬로미터 북쪽으로 올라갔다고 밝혔다. 식물을 통해 더워지는 한반도가 확인된 셈이다.

이 같은 기후위기로 인해 농업생산성이 떨어지는 위기가 이미 도래했다고 녹색연합은 경고했다. 일부 새로운 작목 도입이 가능해졌으나, 기상이변으로 인해 농산물 수급 불안정이 심화했다고 녹색연합은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녹색연합은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보고서를 인용해 "기후변화에 따라 쌀 자급률이 50%대로 떨어져 쌀 소비의 절반을 수입에 의존하는 식량안보 문제가 발생하고, 콩과 보리의 수입의존도도 지금보다 심화할 것"이라며 "기후변화가 지속되면 쌀 생산성이 2040년대에는 13.6%, 2060년대에는 22.2%, 2090년대에는 40.1%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녹색연합은 이 밖에도 철새들의 도래 상황 변화, 해양생태계 변화 현황 등 한반도 생태계 전반에 걸친 조사내용을 보고서에 실었다. 현장의 목소리를 담기 위해 녹색연합은 해녀, 사과농부 등 생태계 변화 상황을 누구보다 실감하는 직업인의 인터뷰도 전했다.

녹색연합은 지난 2일 개막한 서울환경영화제에 이번 보고서 내용을 영상으로 담은 다큐멘터리 <그 섬>을 출품했다. 이날(14일) 오후 4시에는 <그 섬> 상영 후 '에코포럼: 우리 이 섬에서 계속 살 수 있을까'가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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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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