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는 물론 전세계적으로 코로나19 감염증 확산이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우리나라의 코로나19 피해는 다른 나라들에 비해 아직 덜한 편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미 수많은 사람들이 직간접 피해를 입고 있다. 또한 그 피해는 저소득 불안정 취업자 등 취약계층에 더 크고 고통스럽게 나타나고 있다. 코로나19의 확산세가 오래 가지 않고 종료된다는 최상의 시나리오를 가정해도 그 피해로부터 완전 회복하는 데에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이다. 이에 이재명 경기지사를 비롯한 일부 인사는 코로나19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한 2차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주장하고 있으며, 제주와 대구를 비롯한 일부 광역 및 기초 지자체는 이미 2차 재난지원금 지급을 시작했거나 논의 중이다.
그러나 정부는 2차 재난지원금을 3차 추경에 반영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취약계층 선별지원에 주력해야 한다며 현재로서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한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물론 정세균 국무총리도 이미 올해 3차 추경까지 100조 원 가까운 국채를 발행하여 증세 없이 세출을 늘리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추가 재난지원금보다는 전 국민 고용보험 등 고용안전망을 갖추는 데 주력하자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1차 재난지원금 지급을 이재명 경기지사와 함께 앞장서서 주장했던 김경수 경남지사도 2차 재난지원금에 대해서는 서두르지 말고 2차 대유행에 준하는 어려운 상황이 닥쳤을 때까지, 또는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이 더는 버티기 어렵다고 판단이 설 때까지 유보하자며 이견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중장기적 과제로 설정하고 있는 전 국민 고용안전망을 이유로 당장에 실직은 물론 무급휴직, 매출감소와 소득 상실 또는 급감으로 어려움에 처해 있는 수많은 사람들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 물론 전 국민 재난지원금만이 능사는 아니고 코로나19 감염자와 자가격리자 등 직접적 피해자로부터 실직자 등 피해 확인이 비교적 명확하고 쉽게 가능한 사람들에 대한 지원부터 확실하게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문제는 우리나라 노동시장은 이중구조가 심하여 저임금 불안정 노동자와 저소득 취업자의 수가 너무 많으며, 취업과 실업 및 비경제활동 간의 경계가 모호하여 취약계층을 선별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가령, 올 1월부터 5월 사이에 96만 명의 취업자가 감소했는데, 이 중 20만 명만이 실업자로 카운트되었고 70여만 명은 비경제활동 인구로 카운트되었다. 20만 명의 실업자만 기존의 고용보험 실업급여와 3차 추경에 의한 긴급고용안정지원금으로 지원하면 취약계층 지원이 다 이루어졌다고 할 수 있겠는가?
김승섭.이승윤(2020)에 의하면 지난 6월초 19~55세 전국의 직장인 대상 설문조사 결과 지난 6개월간 상용근로자 가운데 4%, 비상용직은 16%, 특고와 프리랜서는 27%가 실직을 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직자 중에서 실업급여 수급자는 상용직 실업자의 33%, 비상용직 실업자의 25%, 특고 및 프리랜서 실업자의 14%에 불과하여 대다수 실직자는 고용보험의 혜택을 받지 못하였음을 보여준다. 실업급여를 받지 못한 이유로는 압도적 다수(실직자 전체의 76.5%, 상용직 실업자의 56%)가 고용보험 미 가입 또는 수급자격 미 충족을 들었다. 가장 절박한 불안정 노동자들이 고용보험의 사각지대에 있는 것이다. 정부가 뒤늦게 3차 추경으로 1조5000억 원의 예산을 들여 특고, 프리랜서, 영세자영업자 및 무급휴직자 등을 대상으로 긴급고용안정지원금(월 50만 원씩 3개월간, 총 150만 원 지원)을 지급하기로 했으나, 턱없이 부족할 것으로 보인다. 엄격한 자격요건과 신청서류에도 불구하고 지난 7월 5일까지 신청자가 116만 명에 달해 정부가 당초 예상한 신청자 수 93만 명을 훌쩍 뛰어넘어 마감인 오는 20일까지 신청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많은 사람들이 까다로운 신청자격과 절차 때문에 신청을 포기했을 것을 감안하면,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사각지대 근로자가 그만큼 많다는 뜻이다.
위의 조사를 보면 피해가 실직자에 그치지 않았다. 지난 6개월간 비자발적 실직 경험 없이 현재 일하고 있는 근로자 가운데도 소득이 감소한 경우가 많았다. 상용직 가운데는 소득 감소자가 17%로 소득 증가자 15%와 별 차이가 없지만, 비상용직 중에는 소득 감소자가 37%로 소득 증가자 10%보다 27%포인트 더 많았고, 특고와 프리랜서 중에는 소득 감소자가 54%로 소득 증가자 18%보다 36%포인트 더 많았다. 다행스러운 것은 실직자와 계속 취업자를 포함한 전체 응답자의 87.7%가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재난지원금이 "도움이 되었다"(매우 39.7%, 대체로 48.0%)고 응답한 것이다.
재난지원금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는 다른 조사에서도 나타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일반 국민 1000명, 경제 전문가 362명을 상대로 실시한 '2020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설문조사에서 상반기 중 가장 잘한 정책으로 전문가와 일반 국민 모두 '긴급재난지원금 등 생계지원'을 제일 많이 꼽았다. 전문가의 34.8%, 일반 국민의 26.2%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 다음으로는 '마스크 수급 안정화'가 전문가(19.0%), 일반 국민(17.0%)의 지지를 받았다.
재난지원금은 소비를 진작해 자영업자와 골목 상권 등에 긍정적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서는 이미 언론에 많이 보도되었기 때문에 더 부연하지 않는다. 재난지원금의 빈곤 감소 및 소비 진작 효과는 미국, 호주 등 해외 사례에서도 이미 확인된 바 있다. 일부 경제학자들은 항상소득 가설을 들어 일시적인 소득은 소비 증가를 가져오지 않는다고 주장하나, 이 가설은 경험적으로 기각되었다. 미국에서 2001년(1인당 300달러)과 2008년(1인당 600달러)에 지급된 세금 환급금(tax rebate)의 소비효과에 대한 여러 실증 연구들은 상당한 소비 증가의 증거를 발견하였다. 올 코로나19 위기에 대응하여 미국에서 연소득 7만5000달러 이하의 성인 1인당 1200달러(7만5000달러 초과소득에 대해 5% 감액, 10만 달러 이상 소득자에게는 지급액 없음), 아동 1인당 500달러씩 지급한 재난지원금의 경우도 이미 소비증가 효과가 뚜렷하게 나타났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되었다(Baker et al., 2020). 호주에서는 2008년의 현금지급이 아동빈곤을 줄이는 데 큰 역할을 했음이 입증되었다(Redmond et al., 2013).
코로나19가 단시일 내에 종식될 것 같지 않고, 설령 종식된다 하여도 그 피해로부터 회복하는 데에 상당기간이 소요될 것임을 감안하면 2차, 3차 긴급 재난지원금을 넘어서서 재난에서 온전하게 회복할 때까지 향후 1~2년간이 되든, 그보다 더 장기간이 되든 '재난회복 기본소득'을 준비하고 실행할 필요가 있다. 물론 확실하게 선별이 가능한 피해자들에 대한 선별 지원을 무시하거나 소홀히 하자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해소하기는커녕, 오히려 강화하는 현 사회보장제도로는 정작 실직이나 빈곤 위험이 큰 집단에 대한 고용안전망과 사회안전망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취약계층의 소득상태 등을 정확하게 파악하여 지원 대상을 선별하기에는 너무 많은 행정력과 시간이 소요되어 적시 지원이 힘들다.
그러면, 긴급 재난지원금을 넘어서는 재난회복 기본소득이란 무엇이며, 이를 어떻게 실시할 것인가? 긴급 재난지원금(emergency disaster relief funds), 또는 긴급 재난기본소득 emergency basic income)은 코로나19로 인한 실직과 휴직, 폐업, 휴업 및 매출감소 등으로 인해 급격한 소득 감소에 직면한 개인들을 보호하는 소득보전에 중심을 두며, 재난회복 기본소득(recovery basic income)은 코로나19 확산이 둔화하고 종료되는 상황이 되어도 불황이 상당기간 지속될 우려가 크므로 소득보전 못지않게 경기회복에 중점을 두는 것을 말한다(Torry, 2020). 코로나19의 확산세와 지속기간을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에 언제까지 긴급 재난지원금을 지급할지, 얼마의 재난회복 기본소득을 지급해야 할는지를 미리 결정하기는 쉽지 않다.
따라서 필자는 올해 하반기까지의 단기적 대응을 긴급 재난지원금 또는 긴급 재난기본소득이라고 부르고, 내년부터 코로나19 경제위기를 탈출할 때까지 1년이 될지 몇 년이 될지 모르는 기간 동안 매년 일정 금액의 재난회복 기본소득 지급 계획을 세울 것을 제안한다. 적정 금액으로는 성인 1인당 연 100만 원, 아동 1인당 연 50만 원을 제안한다. 대략 45조 원의 예산이 소요될 것이다. 미국에서 성인 1인당 1200달러, 아동 1인당 500달러를 지급했는데, 벌써 2차 재난지원금 지급을 논의 중인 것을 감안하면 우리도 이 정도의 규모는 목표로 해야 할 것이다.
2차 긴급재난지원금 또는 재난기본소득에 반대하는 주요 논거는 재정적 부담, 그리고 선별지원 우선의 논리다. 코로나19 위기가 언제 끝날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재정건전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재난회복 기본소득을 계속 지급할 수는 없다. 그러나 올 하반기에 한 번 이상 긴급 재난지원금을 추가로 지급할 때에는 국채발행에 따른 재정적자를 너무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고 본다. 이에 재난회복 기본소득 재원 마련을 위한 두 가지 원칙을 제시하고자 한다.
재난회복을 위한 고통분담과 이익 공유를
첫째는 고통분담의 원칙이다. 코로나19로 인해 다수의 국민이 직간접적인 피해를 입고 고통을 겪고 있지만 그 피해와 고통의 정도가 다르다. 따라서 상대적으로 고통을 적게 당하는 사람들이 고통을 더 심하게 당하는 사람들과 고통을 나누는 것이 필요하다. 다음으로 이익 공유의 원칙이다. 코로나19가 모두에게 고통을 안겨다 준 것만은 아니다. 어떤 기업과 개인들에게는 새로운 사업의 기회를 열어주었다. 마스크 업체는 물론이고 비대면 활동이 증가함에 따라 온라인 쇼핑 등 이익을 본 경우도 꽤 있다.
앞에서 인용한 직장인 조사에서도 소수이긴 하지만 지난 6개월간 소득이 증가한 사람들이 있다. 코로나19와 직접적인 관계는 없을지 모르지만, 최근 아파트 등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불로소득을 누린 이들도 상당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겪고 있을 때 이들의 이익을 일정부분 나누자고 할 필요가 있다. 평소에 조세 및 사회보장 제도가 잘 되어 있으면 고통 분담과 이익 공유가 자연적으로 작동할 수 있겠지만, 우리의 실정은 그러하지 못하다. 따라서 필자는 재난회복 기본소득의 재원의 적어도 절반 이상은 재난회복 고통 분담 및 이익 공유 특별세를 통해 마련할 것을 제안한다. 이처럼 작은 규모라도 증세와 재난기본소득을 결합하는 것은 향후 항구적인 전 국민 기본소득제의 가능성을 검토할 기회도 될 것이다. 구체적으로 보편적인 시민소득세와 토지보유세, 그리고 최상위 부유층에 대한 부유세를 한시적인 목적세로 도입하자는 것이다. 또한, 전 국민에게 지급하되 고액 세금체납자는 제외하는 것이 마땅할 것이다. 이는 기본소득을 시민적 기본권으로 인정할 때 시민적 의무로서의 납세의 의무가 따름을 분명히 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1) 시민소득세: 모든 소득에 1% 원천징수, 종합소득 1억 초과분에는 1% 추가 과세
기존의 소득세를 유지한 채 노동소득과 자본소득을 포함한 모든 소득에 1%의 세금을 원천징수하고, 연소득 1억 원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초과분에 1%의 세율로 추가 과세한다. 앞선 글에서 기본소득 재원마련 방법으로 소개한 이매뉴얼 사에즈와 게이브리얼 주크먼(Saez & Zucman, 2019: 187-190)의 ‘국민소득세’(national income tax)를 활용하되, 이들이 제안한 6%의 세율 대신 1%의 낮은 세율로 해보자는 것이다(☞관련기사: 차기 대통령 임기 내 GDP 10% 기본소득 실시하자). 구체적 시행방안으로 노동소득에 대해서는 기존 근로소득세 외에 모든 고용주들(비영리단체와 정부 포함)이 임금뿐만 아니라 사회보험료 등을 포함한 일체의 인건비에 1% 세금을 내고, 기업들은 기존 법인세 외에 이윤 전체(배당과 사내유보 포함)에 1% 세율로 세금을 내도록 한다. 개인과 비영리단체의 이자 수입, 해외로부터의 수입 등에 대해서는 개인들에게 과세한다. 이렇게 하면 국민순소득(국민총소득-감가상각)의 거의 대부분을 세원으로 포괄할 수 있다. 2018년 국민순소득 1546조 원의 80%를 포착하여 1% 과세를 하면 12.3조 원 이상의 세수가 나온다. 여기에 1억 원 이상 소득자에게 일체의 소득공제 없이 1억 원 초과분의 1%를 추가로 과세하면 2018년 통합소득(근로소득+종합소득)을 기준으로 0.9조 원의 세수가 추가되어 총 13조 원 이상의 세수가 확보될 수 있다.
이처럼 성인 1인당 연 100만 원의 재난회복 기본소득을 지급하면서 1억 원 이하 소득에 1%, 1억 원 이상에는 2%의 누진세율 과세를 하면 연 1억 원 이하 소득자는 세 부담보다 기본소득 수급액이 더 크게 된다. 만일 성인 피부양가족이 있으면 1억5000만 원 소득자까지 순수혜가 되며, 아동 2인이 있는 홑벌이 4인 가구라면 연소득 2억 원까지 순수혜자가 된다.
(2) 토지보유세: 모든 토지 공시지가에 0.4% 정률과세
최근 강남훈(2020)은 기존의 재산세와 종부세를 유지한 채 전국의 모든 사유지에 공시지가의 0.8%로 국토보유세를 부과하여 국민 1인당 연 60만 원의 토지배당을 실시할 것을 제안하였다. 나는 재난회복기본소득을 위한 재원의 일부로 공시지가에 0.4%의 단일세율로 과세하여 16조 원의 세수를 올릴 것을 제안한다. 공시지가가 평균적으로 시가의 63% 정도를 반영하고 있으므로 시가 기준으로는 0.25% 정도의 낮은 세율을 적용하는 셈이다. 이렇게 하면 공시지가 2억5000만 원 이하의 토지소유자는 100만 원 이하의 토지보유세를 부담하는데, 국토교통부의 개인 토지 100분위별 소유현황(2018년, 가액기준)에 따르면 공시지가 2억5000만 원 이상의 토지를 소유한 세대는 상위 12%에 불과하다. 토지보유세는 만성적인 토지 투기와 지가상승을 막고 부동산시장을 안정화하는 데에도 기여할 수 있다. 지가상승으로 인한 불로소득의 일부를 토지소유자와 비소유자를 포함한 전 국민과 나누는 것은 특히 코로나19 시대에 고통분담과 이익 공유 차원에서 필요한 일이다.
(3) 부유세: 10억 초과 금융자산에 대해 1% 과세
현행 종부세를 부유세의 일종으로 볼 수 있으나, 최상위 부유층에 집중된 금융자산이 포함되지 않았다. 최상위 0.5%에 속하는 금융자산 10억 원 이상 소유자에게 초과분의 1% 부유세를 부과하면, 김낙년(2019)의 개인자산 분포 추정에 따르면 약 6조 원의 세수가 가능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상 시민소득세로 13조 원, 토지보유세로 16조 원, 금융자산 부유세로 6조 원을 더하면 총 35조 원이다. 재난회복 기본소득 소요예산 45조 원의 대부분을 고통분담과 이익공유의 원칙에 근거해서 마련할 수 있다. 비록 한시적인 목적세이긴 하지만 이처럼 낮은 세율로 보편적 증세와 부자증세를 결합하여 재난회복 기본소득의 재원을 대부분 충당하는 데 성공한다면, 향후 영구적인 전 국민 기본소득 도입 가능성을 시험, 점검하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4) 증세 없이 올 하반기에 2차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할 때
이상의 증세방안은 모두 국회의 입법을 요하는 일이기 때문에 가을 정기국회에서 내년도 예산 심사와 함께 특별세법을 제정해야만 가능하다. 올 하반기에 2차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한다면, 이러한 증세로 재원을 마련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아마도 2차 긴급재난지원금을 위한 4차 추경의 재원은 올 예산 중 불용 예상액과 일부 국채발행 등으로 충당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처럼 증세 없이 긴급 재난지원금을 지급할 경우에는 고액 체납자는 물론, 최상위 부유층을 제외하거나 지급 후 세금으로 일부라도 환수하는 게 타당하다고 본다. 가령 연소득 9000만 원까지는 100만 원 전액을 지급하되, 초과소득에 10%를 감액하여 1억 원 이상 소득자는 제외하고 종부세 대상자와 금융자산 10억 원 이상 최상위 부유층도 제외할 수 있다. 또한, 재난지원금을 기타소득으로 간주하여 종합소득에 포함해 과세할 수도 있다. 다만, 우리나라는 종합소득 신고자가 많지 않아 실효성이 크지는 않을 것이다. 차제에 근로소득공제와 인적공제를 포함해 방만한 조세감면을 정비하고 일정 소득 이상의 모든 성인에게 종합소득 신고를 의무화하는 조세개혁을 시급히 추진해야 한다.
지자체별 다양한 정책실험을 허용하자
이상 필자의 제안을 중앙정부가 전면적으로 수용하면 좋겠으나, 각 지자체별로 다양한 정책실험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법을 택할 수도 있다. 위에서 거론한 시민소득세와 토지보유세, 부유세 등을 지방자치단체가 선택적으로 시행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특별 입법을 하는 것이다. 이미 이재명 경기지사는 토지보유세를 기반으로 하는 토지배당을 경기도에서 실험적으로 실시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입법을 해달라고 공개적으로 요구한 바 있다. 지자체에 따라 토지보유세와 토지배당, 시민소득세와 시민배당을 선택해서 시행해본다면, 중앙정부가 일시에 시행할 때보다 정치적 부담이 적고, 또한 지자체의 경험을 토대로 향후 이러한 제도를 전국적으로 시행할지 여부를 논의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지자체별로 지급 대상과 지급액 및 방법을 다르게 선택할 수도 있다. 이미 1차 긴급 재난지원금 지급 시에 중앙정부와 별도로 지자체들이 추가 재난지원금을 지급했는데, 모든 주민에게 보편적으로 지급한 곳과 다양한 기준으로 선별 지급한 곳이 있었다.
이처럼 실험적인 정책을 실시할 때에는 정책 효과를 객관적이고 정확하게 측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해당 정책을 실시한 지자체가 스스로 정책효과 평가를 할 때에는 긍정적 효과를 부각, 과장하고 부정적 효과는 무시하거나 부수적으로 취급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국책연구기관과 민간 학계가 중심이 되어 과학적인 방법으로 정책효과를 측정하고, 지자체간 다른 정책들의 효과를 비교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정책 실험에 대한 법적 근거뿐만 아니라, 객관성 있는 정책 효과 평가를 가능하게 하는 법적 뒷받침도 필요하다. 특히 소득-조세-사회보장 급여 등 행정자료의 통합과 행정자료 및 서베이 자료 간의 연계를 촉진하고, 정책실험 전에 사전 조사(baseline survey)의 실시 및 개인의 소득, 조세 등 행정자료와 금융정보 등을 비실명화하여 연구에 활용하는 것이 절실히 요구된다. 증거기반 정책연구를 위한 행정자료의 활용에 있어 북유럽 국가들은 물론 미국 등에 비해서도 상당히 뒤처진 현실을 조속히 극복할 수 있어야 한다(유종성 외,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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