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금지법이 다시 떠올랐다. 2006년 국가인권위원회가 처음 차별금지법 제정을 권고하고 14년 만이다. 그동안 6차례 걸쳐 차별금지법이 국회에서 발의됐지만 제대로 논의조차 이뤄지지 못했다.
정치권이 '사회적 합의', '사회적 논란' 등을 이유로 미적거리는 동안 오히려 국회 밖 우리 사회에서는 차별금지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보수정권 이후 들어선 '촛불정권'에 대한 기대감은 여기에 불을 붙였다. 특히 코로나19 사태로 '누구나 혐오와 차별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차별 해소를 위해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확산됐다.
21대 국회에서 정의당이 먼저 차별금지법을 발의하고 이어 인권위도 국회에 '평등 및 차별 금지에 관한 법률'(평등법)이라는 이름으로 포괄적 차별금지법 발의를 권고했다.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모든 이의 평등한 존엄'이라는 대원칙을 세운다는 점에서 방향은 같다.
차별금지법이 제정된다고 해서 사회에 만연한 차별이 당장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차별금지법 제정은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눈에 보이지 않던 소수자,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실질적 평등 실현을 위해 국가가, 나아가 우리 사회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논의의 장을 여는 계기가 될 것이다.
<프레시안>이 지난 7일 박찬운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을 만나 인권위의 평등법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그는 인권위가 정부에 차별금지법 제정을 권고했던 2006년 당시 인권정책본부장(현 인권정책국장)으로 실무를 총괄했다. 이후 잠시 인권위를 떠났던 그는 다시 돌아와 2020년, 평등법 시안을 만드는 데 참여했다.
프레시안 : 인권위가 14년 만에 평등법(차별금지법)을 내놓았다. 어떤 의미인가? 이전까지는 왜 입장표명도 없었나? 지금이 '적기'라고 판단한 이유가 있나?
박찬운 : 2006년 국무총리에게 차별금지법 제정을 권고한 후에, 후속적인 의견표명이나 권고를 하지 않았냐는 비판이 있다는 건 알고 있다. 인권위를 잠시 떠나있었기 때문에 자세히 알 수는 없지만 다만 내가 알기로는 그동안에도 인권위에서는 정부 법안 작업 참여나 관련법안 참여나 관련법안에 대한 의견표명 등 입법 필요성을 꾸준히 밝혀왔다.
국회에 직접 평등법 제정 의견을 표명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만큼 평등법 제정이 더 이상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요구라 판단했다.
국제사회에서도 오래전부터 우리 정부에 평등법 제정을 지속적으로 촉구했다. OECD 회원국 중 우리나라와 일본을 제외한 대부분 국가가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제정했다. 유엔 인권조약기구도 우리나라에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라고 지속적으로 권고했다. 우리나라는 유엔 인권이사회의 이사국으로서 이와 같은 국제사회의 요청에 부응해야 한다.
국민적 공감대도 충분히 형성됐다. 인권위의 '차별에 관한 국민인식 조사'에서 차별을 해소하기 위해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응답이 90% 가까이 나왔다. 특히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우리 국민들이 차별을 자신의 삶과 무관하지 않다고 인식하게 된 것 같다.
프레시안 : 현재 성별·장애·특수 고용형태에 따른 차별을 금지하는 개별 법률이 있다. 별도의 포괄적인 차별금지법, 평등법이 필요한가?
박찬운 : 개별법에는 한계가 있다. 가령 성별을 이유로 비정규직으로 채용하고 낮은 임금을 준다면 이건 성차별과 비정규직 차별이 복합적으로 일어난 차별 사례다. 또 이주여성은 인종 차별과 성차별을 동시에 겪는다.
현실의 사례는 이렇듯 다양한 차별 사유가 중첩돼 일어난다. 이렇게 중첩돼 발생하는 차별 문제를 종합적으로 해석할 수 있어야 하는데 개별법은 그게 안 된다. 그렇다고 모든 사유마다 개별법을 만드는 건 비효율적이다. 이런 이유로 모든 차별을 망라한 포괄적인 법률이 필요하다.
프레시안 : 2006년 차별금지법과 2020년 평등법의 가장 큰 차이는 무엇인가.
박찬운 : 이번 안에서는 차별유형 중에 '괴롭힘'을 추가하고 그 내용에 '혐오표현'을 규정했다. 2006년 당시에는 이슈가 되지 않았지만 최근 우리 사회에서 혐오표현으로 인한 차별이 크게 문제가 되고 있다는 점을 반영했다.
또 '차별 사유'에도 변화가 있었다. 2006년안에는 차별사유를 19가지를 규정했는데 이번 평등법에서는 고용형태와 성별정체성 2가지를 더 추가했다. 둘 다 최근 뜨거운 이슈라 입법화 과정에서 논란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국회 논의 과정에서 이런 부분이 잘 정리돼야 한다.
전체적으로 이번 평등법은 2006년안보다 '소프트'하다고 말하고 싶다. 입법 과정을 염두에 두다보니 현실적인 부분을 많이 고려할 수밖에 없었다. 일부 보수 기독교계에서 반대가 심하나 그것은 오해에서 비롯된 과도한 우려다. 가령 '설교도 못 하는 거 아니냐'는 식이다. 그래서 '차별로 보지 않는 행위' 같은 부분을 따로 규정해 그런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 최대한 노력했다.
프레시안 : '차별로 보지 않는 행위'는 무엇인가.
박찬운 : 일단 교회 내 설교는 종교의 자유에 해당하는 영역이라 평등법 금지의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명확하게 짚고 싶다.
그 외로는 예를 들어 특정 직무나 사업 수행의 성질상 불가피하게 다르게 대우해야 하는 때가 있다. 이걸 법률용어로는 '진정직업자격'이라고 한다. 그 직업에 고유한 특질이 있으면 그 직업을 수행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일정한 사람만이 그런 직업에 종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교회에서 직원을 채용 할 때 '신앙심'을 조건으로 걸 수도 있다. 이걸 무조건 차별이라 할 수는 없다.
진정직업자격에 의해 형식적으로만 보면 차별일 수 있지만 차별이 아닌 행위로 본다는 의미다. 국제사회에서도 널리 사용되는 원칙이다.
프레시안 : 성희롱이 차별에 포함되고 괴롭힘도 차별행위로 규정하면서 혐오표현(hate speech)이 포함됐다. 2006년 안에는 없던 내용이다. 포함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 또, 고용형태나 유전정보도 눈길을 끈다. 특별히 명시한 이유가 있나.
박찬운 : 우선 성희롱은 인권위법이나 남녀고용평등법상 이미 차별로 규정돼 있다.
혐오표현은 그 대상 집단에 대한 차별을 고착시킨다는 점에서 시정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이번 안에 포함하게 됐다. 표현의 자유와 부딪친다는 비판이 있는데 혐오표현이 오히려 사회적 약자들의 표현의 자유를 저해한다. 또 모든 혐오표현을 규제하는 게 아니라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는 차별적인 '괴롭힘'에 이를 때에 평등법이 적용된다.
고용형태는 비정규직 관련 법률이 있는데다가 우리 사회에 비정규직 차별이 만연하다는 점에서 차별사유로 명시했다. 고용형태도 하나의 사회적 신분으로 여겨지기 때문에. 인권위는 그동안 비정규직 차별 사례에 있어 고용형태로 인한 차별을 사회적 신분에 의한 차별로 해석해 시정 권고를 내려왔다. 이번 시안은 그런 현실을 반영해 '고용형태'를 차별사유로 명문화 한 것이다.
유전정보는 과학기술 발전에 따라 새롭게 대두되는 사유다. 해외 입법례에서도 신설되는 추세다. 국내에도 유전정보에 의한 차별금지 입법례가 있다.
차별사유에 '성별정체성'·'고용형태' 추가…'시정명령권'은 마지막까지 의견 나뉘어
프레시안 : 국제사회의 흐름에 비하면 우리나라는 포괄적 차별금지법 입법이 늦은 감이 있다. 해외 입법례와 비교했을 때 평등법은 어떤 차별점을 가지고 있나.
박찬운 : 해외 입법례와 비교해 크게 차별점을 가진다기 보다는 우리는 후발주자로서 오래 전부터 평등법(차별금지법)을 만든 해외의 입법 경험을 참조해 장점을 살렸다 생각한다.
차츰 해외 입법례에 포함 추세인 '성별정체성'을 포함했고 우리 현실을 고려해서 '고용형태'도 차별사유로 포함했다. 혐오표현을 차별의 문제로 규율한 부분도 시대적 흐름을 반영한 부분이라 볼 수 있다.
또 해외의 차별금지법이 대개 고용 영역 중심이라면 평등법은 우리 일상의 중요한 모든 영역(고용, 재화·용역, 교육·직업훈련, 행정·사법 서비스)으로 차별 금지 영역을 확장했다.
프레시안 : 평등법 시안은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들어졌나?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어디인가? 위원들 간 이견도 있었을 텐데.
박찬운 : 올해 1월부터 위원회 내부 구성원과 외부 전문가들이 수차례 회의를 하고 전문가 자문회의, 시민사회단체 간담회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해 만들어나갔다. 2006년 권고 법안이 기초가 됐다.
우선 '차별 사유'에 가장 중점을 뒀다. 성별 정체성, 고용형태 등 사회적으로 이슈가 됐던 내용을 담으려 노력했다. 또 새로운 형태의 차별이라 할 수 있는 혐오표현, 괴롭힘 이런 개념을 어떻게 정리할 지도 고심했다.
이견이 있었던 부분은 '시정명령권'이다. 시정 명령은 시정 권고 보다 강력한 조치다. 사법적인 판단과는 별개로 인권위가 명령을 통해 이행강제금을 부과하는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다. 시정명령권은 2006년 인권위의 첫 차별금지법안에 있었던 내용이다. 이번에 평등법 시안을 만들면서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일치하지 않았다. 마지막까지 위원회 내부에서 시정명령권을 유지하느냐 마느냐로 이견이 갈렸다. 최종단계에서 결국 빠졌다.
프레시안 : 시정명령권이 왜 문제가 됐나.
박찬운 : 인권위는 기본적으로 시정권고기관이다. 진정사건을 맡아서 차별이라 판단하면 시정을 권고한다. 시정명령권은 인권위의 시정권고를 따르지 않았을 때, 그중 일부 중대한 사항, 사회적·공익적으로 필요한 경우에만 시정명령이라는 행정명령을 할 수 있는 권한이다.
우선 인권위가 시정명령권을 가지면 권력기관화 한다는 오해를 받을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입법 과정에서 어렵지 않겠나. 자칫하면 평등법을 통과시켜서는 안 된다는 논리로 흐를 수 있다. 국제적으로도 인권위와 같은 기구가 시정명령권까지 갖는 경우는 많지 않다.
법체계적으로도 권고기관인 인권위가 시정명령권을 가지면 다른 국가기관들과의 권한 논란이 일어날 수 있다. 인권위가 권고기능과 시정명령 기능을 동시에 갖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럼 시정권고는 인권위가, 시정명령은 법무부가 하는 식으로 이원화 하는 방안을 고려해 볼 수도 있는데, 장애인차별금지법이 그렇게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장애인차별금지법이 2008년부터 시행됐는데 법무부에서 시정명령이 2건인가 정도 밖에 없다. 사실상 거의 활용되지 않는 셈이다. 그동안 장애인 차별 관련해서 인권위에서 시정권고는 수없이 냈다. 시정명령권에 대한 근본적인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다.
그래서 현 단계에서는 인권위가 시정권고권만 행사하는 정도에서 법률안을 입법시키고 그 이상의 강제적인 수단이나 내용은 사법부로 넘기자고 논의가 정리됐다. 일종의 입법화 전략이라 볼 수 있다.
인권위 법안에는 빠졌지만 국회에서 논의하는 과정에서 다시 살아날 수도 있다. 국회에서 논의과정을 통해 필요성 여부를 신중하게 판단해줬으면 한다.
프레시안 : 시정권고만 할 수 있다면 지금 인권위법과 다른 점이 없어 보인다.
박찬운 : 사실 평등법이 만들어진다 해도 급작스럽게 달라지는 건 없다. 평등법 없이도 지금 인권위가 인권위법에 따라 차별구제기구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 다만 평등법은 인권위법에 없는 차별의 개념·유형을 상세하게 법으로 정리하는 거다.
이제까지 인권위법의 한두 개 조항으로 차별의 개념을 정리하고 적용해왔다. 인권위는 진정사건을 통해 차별의 개념을 확장·구체화 시켜왔다. 그러다보니 법에 명확하게 규정되어 있지 않아 법 적용에 한계가 있었다.
평등법으로 차별의 개념·유형 이런 것들이 상세하게 규정되면 인권위가 차별행위를 판단하고 시정권고를 내리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인권위뿐 아니라 사법부도 마찬가지다. 차별 피해의 당사자가 손해배상을 청구하게 되면 그 판단기준이 평등법이 된다. 이런 식으로 차별행위를 줄이는데, 시간이 가면서 상당한 효과가 있을 거라 생각한다. 무엇보다 차별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이 만들어질 것으로 본다.
'차별사유'는 정의당안이 더 많아…인권위안에는 '혐오표현' 명시
프레시안 : 정의당에서 차별금지법을 발의했다. 정의당의 차별금지법과 인권위의 평등법을 비교하면 어떤 차이가 있나.
박찬운 : 두 법안 모두 2006년의 인권위 권고법안에 기초하고 있어 전체적인 방향은 유사하다. 금지되는 차별차유를 규정하고 고용, 재화·용역, 교육·직업훈련, 행정·사법절차 및 서비스의 4가지 영역에서 차별하지 못하도록 한다.
차이점은 우선 정의당안은 인권위안에 비해 차별사유가 23가지로 더 많다. 언어·국적도 차별사유로 규정했다. 또 정의당안에서는 인권위의 시정명령권도 규정했다.
반면에 인권위안은 '괴롭힘'에 '혐오표현'을 명시했다. 나아가 코로나 사태와 같은 재난상황에서의 긴급조치 시 차별예방 및 사회적 소수자와 약자를 보호해야한다는 규정도 두었다. 뿐만아니라 시정권고를 받고도 이행하지 않는 경우 인권위가 나서서 범원에 구제를 수할 수 있도록 소송지원변호인단 설치·운영 규정을 뒀다.
두 안 모두 가중적 손해배상을 규정하고 있다. 차별행위의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때 손해액의 가액을 배상하도록 하는 규정이다. 일종의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다. 인권위안은 손해액의 3~5배로, 정의당안은 2~5배로 했다는 점에서 약간의 차이는 있다.
또 두 안 모두 차별시정을 요구한 당사자에게 불이익을 주거나 보복조치를 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를 위반했을 때 정의당안에서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는 반면, 인권위안에서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과 함께 가중적 손해배상을 병행해 부과한다.
프레시안 : 인권위의 평등법이나 정의당의 차별금지법이나 모두 처벌규정이 없다.
박찬운 : 평등법은 인권위가 중심이 돼 차별행위에 시정을 권고하는 법이다. 처벌, 그러니까 금지 명령에 반하면 벌금이나 징역을 부과하는 형벌은 말 그대로 마지막 수단이 돼야 한다.
형벌은 죄형법정주의가 적용된다. 무엇이 범죄이고 그러한 범죄행위를 했을 때 어떠한 형벌을 가한다는 게 구체적으로 법으로 정해져야 한다. 그런데 '차별'이라는 개념은 시대에 따라 크게 달라졌다. 과거에는 차별로 보지 않았던 행위들을 지금은 차별로 본다. 같은 행위도 어떤 상황이냐에 따라 차별로 인식되기도, 아니기도 하다. 이런 차별 개념을 구체화해서 형벌을 가한다는 게 과연 적절한지 생각해봐야 한다.
또 평등법이 우리 사회에서 성숙한 논의를 통해 합의가 되어 있지 않은 상황이다. 그런데 처음부터 금지하고 처벌하는 법을 만들면 반대하는 쪽에서 거부감이 강할 것이다. 입법이 더욱 어려워지지 않겠나. 단계별로 접근해야 한다.
우선 우리 사회가 추구해야 할 건 현 시대 우리가 해서는 안 될 차별 행위가 무엇인지 명확히 하고 널리 인식하는 것이다. 지금은 그 단계다. 해외 입법례에서도 평등법(차별금지법)을 만들면서 형벌을 넣는 예는 드물다. 차후에 차별행위들 중 일부를 범죄화하는 방향으로 나가는 건 생각해 볼 수 있다.
국회 다수인 민주당도 긍정적 신호…종교계 오해 등 과제 남아있어
프레시안 : 전반적으로 봤을 때 평등법을 둘러싼 오해와 우려를 의식해 힘을 많이 뺀 듯하다. 물론 차별금지법·평등법을 둘러싼 오해가 크다. 표현의 자유나 종교의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는 부분이 가장 크다. 또 '성소수자만을 위한 법 아니냐'는 오해도 있다. 이건 오해와 우려를 위원회 차원에서 어떻게 풀어나갈 생각인가.
박찬운 : 모두 평등법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주장이다. 인권위 차원에서 국회의원과 시민사회를 대상으로 평등법의 입법 취지를 설명하고 공감대를 넓히도록 노력할 생각이다.
'평등'은 헌법에도 명시된 이념이다. 평등권 보장은 표현의 자유나 종교의 자유와 배척 관계에 있지 않다. 더욱이 평등법은 '다르게 대우하는 행위'에 합리적인 이유가 있으면 차별로 보지 않는다. 평등법은 성별·나이·종교·학력 등 우리 사회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차별 사유를 포함한다. 당연히 성소수자만을 위한 법이 아니다.
프레시안 : 고용형태도 논란 가능성 있다고 했다.
박찬운 : 우리 사회에 비정규직 문제가 심각하다. 최근 인천국제공항 정규직 전환 논란도 비정규직 차별 문제에서 비롯됐다 생각한다. 경영계에서 반발이 있을 거라 예상하고 있다. 이 법이 목표로 하는 것은 비정규직을 없애라는 게 아니다. 비정규직이라 하더라도 차별해서는 안 되는 부분이 있다는 거다.
프레시안 : 평등법이 제정된다고 차별이 완전히 사라지진 않을 것 같다. 평등법으로 어떤 효과를 기대할 수 있나?
박찬운 : 물론 평등법이 제정된다고 하루아침에 차별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다만 우리 사회에 무엇이 차별인지에 관한 기준을 제시하고 차별 개선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논의의 장을 마련하고 방향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평등법은 다양한 사람이 우리 사회에 공존할 수 있다는 메시지다. 결국 '민감성'의 문제다. 우리 사회가 차별에 대해 민감할수록 보이지 않던 차별은 계속 발견될 것이다. 평등법은 우리 일상에 뿌리 깊게 자리잡고 있던 불합리하고 불공정한 차별 행위나 관행을 가시화하고 개선하도록 방향을 제시할 것이다.
프레시안 : 입법을 위해 어떤 과정이 남아있나. 국회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민주당과의 교감이 필수적으로 보인다. 발의에 참여하겠다는 의원은 있나.
박찬운 : 국회에 입법을 촉구하는 의견표명을 한 지 얼마 안 돼서 국회의 반응을 자세히 알 수는 없지만 나쁘지는 않다고 보고 있다. 국회가 국민을 대표하는 입법기관으로서 평등법을 향한 국민의 열망을 수용해 입법을 추진할 거라 기대하고 있다.
인권위도 의견표명에서 그치지 않고 입법 지원을 위한 역할을 다할 것이다. 인권위가 더 역할을 하는 게 시민사회의 요구에도 들어맞는다. 여러 의원들이 동참하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앞으로 여야 지도부와 계속 자리를 가질 예정이다. 꼭 여당이 아니더라도 정당과 관계없이 국회의원 한명한명에게 적극적으로 참여를 유도할 계획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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