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0년 친구'인 정치 컨설턴트 로저 스톤을 10일(현지시간) 밤 감형했다.
'러시아 스캔들' 관련 혐의로 3년 4개월의 실형을 선고 받고 다음 주 감옥에 갈 예정이었던 로저 스톤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하 직함 생략)의 사면으로 '자유의 몸'이 됐다. 스톤은 사면 결정이 내려지자 이날 가족들과 춤을 추는 영상을 트위터에 올렸다.
"닉슨도 넘지 못한 선을 넘은 트럼프"
트럼프가 대통령 사면권을 행사해 자신의 친구이자 비선 참모인 스톤을 감형한 것에 대해 권력 남용이자 법치주의 훼손이라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민주당 대선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트윗을 통해 이번 감형이 "트럼프가 법 위에 있는 것처럼 행동한 또 하나의 사례"라고 비판했다.
러시아 스캔들을 수사한 로버트 뮬러 전 특검은 11일 <워싱턴포스트>(WP)에 트럼프의 결정을 비판하는 기고를 했다. 그는 수사가 끝난 뒤 러시아 스캔들을 둘러싼 정치적 논란에 대해 발언하지 않았는데, 이번 결정에 대해선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그는 "러시아 대선개입 수사는 가장 중요한 최고의 수사였다"며 "스톤은 연방법을 위반했기 때문에 기소됐고 유죄가 확정된 범죄자다. 그는 여전히 변함없이 중범죄자로 남아있으며, 그것이 정당하다"고 썼다.
언론들도 일제히 트럼프를 비판하고 나섰다. <뉴욕타임스>(NYT)는 11일 "트럼프는 로저 스톤을 감옥에서 끄집어내려고 대통령직 권한을 사용해 워터게이트의 구렁텅이에 빠져있던 닉슨조차 감히 넘지 못한 선을 넘었다"고 비판했다.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하야한 닉슨 전 대통령은 당시 일부 참모들에게 비밀리에 사면을 약속했지만 이를 지키지는 못했다고 이 언론을 지적했다.
스톤, 플린, 배넌 등 2016년 네거티브 선거 이끈 주역들 다시 가동
트럼프의 스톤 사면은 궁극적으로는 오는 11월 있을 대선을 염두에 둔 행위로 보인다.
2016년 대선에서 스톤은 공식 직함을 맡지는 않았지만 배후에서 선거 캠페인을 조정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당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를 상대로 고전하던 트럼프에게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 전략가를 연결해준 것도 스톤이다. '대안 우파'(알트 라이트)의 이론가 중 한 명이기도 한 배넌은 2016년 트럼프 캠프를 지휘하면서 스윙 스테이트(경합주)의 '분노한 백인들'을 겨냥한 인종주의적 정책을 앞세웠고, 그의 전략을 맞아 떨어졌다.
앞서 트럼프는 지난 5월 또다른 측근인 마이클 플린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 대해서도 법무부가 기소를 취하하도록 했다. 스톤과 플린은 2016년 대선에서 힐러리 클린턴을 상대로 "그녀를 감옥으로!(Lock her up!)"라는 구호를 만들어내고 미국 전역을 다니면서 유세를 이끈 장본인이기도 했다.
플린에게 면죄부를 주려고 할 때에도 '최악의 네거티브 선거전'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2016년 대선과 마찬가지로 2020년에도 '진흙탕 선거'를 치르려고 하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지난 주말 스톤까지 풀어주면서 이런 의혹은 기정 사실이 된 것으로 보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감염증 사태가 초기에는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뉴욕 등을 중심으로 번지다가 지난 6월부터 트럼프 지지자들이 많은 남부의 '선벨트'(플로리다, 텍사스, 애리조나) 중심으로 확산되면서 다른 선택지도 없기 때문이다.
적(민주당 등 반대세력)들에 대한 분노를 최대한 끌어올려 지지자들을 최대한 모으고 투표장으로 향하게 만드는 방법 말고는 달리 뾰족한 수가 없다.
트럼프 아들, 바이든 비판한 책 자비 출판한다
트럼프의 장남인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는 11일 트위터를 통해 <자유주의자 특권>(Liberal Privilege)이라는 제목의 신간을 내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최근 여자친구인 킴벌리 길포일이 코로나19 확진을 받으면서 2주 동안 자가 격리에 들어갔던 그는 이 기간 동안 책 집필을 마쳤으며, 자비를 들여 출판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악시오스>와 인터뷰에서 이 책에 대해 "공화당 전당대회와 같은 주(8월 넷째주)에 입수할 수 있을 것"이라며 "바이든에 대한 비판적 그림을 그리는 방안을 모색한 책"이라고 설명했다. 그도 공화당 전당대회에 맞춰 바이든을 겨냥한 '네거티브 선거전'에 적극 가세하겠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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