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중앙방역대책본부 정례 브리핑에선 질병관리본부의 질병관리청 전환과 관련한 질문이 정은경 방대본부장(질병관리본부장)에게 쏟아졌다. 행정안전부가 전날 질본을 질병관리청으로 승격시키겠다 발표했으나, 실제로는 질본 인력이 더 줄어들고 핵심 연구역량은 이전에서 제외돼 허울뿐인 승격 아니냐는 의혹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정은경 본부장은 이에 대해 "질본이 청으로 승격하더라도 연구 기능은 필요하다"며 관련 내용을 행정안전부와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전날 행안부는 △질본을 질병관리청으로 승격하고 △보건복지부에 복수차관제를 도입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정부조직 개편 방안을 발표했다.
이 과정에서 △질본의 장기‧조직‧혈액 관리 기능을 복지부로 이관하고 △국립보건연구원의 감염병연구센터를 질본에서 떼어내 국립감염병연구소로 확대한 후 복지부로 이관하며 △질병관리청 산하에는 권역별 질병대응센터를 설치하되 △해당 센터가 지자체 방역 통솔권을 갖지는 못한다는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
정작 방역의 핵심인 감염병연구소를 복지부로 이관하는 게 질본의 위상이나 방역 역량 강화와는 배치된다는 지적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아울러 현재 907명인 질본 인력은 질병관리청 승격 후 오히려 746명으로 줄어들고, 예산도 8171억 원에서 6689억 원으로 줄어든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복지부만 좋은, 허울뿐인 승격'이라는 비판이 잇따랐다.
감염병연구소의 복지부 이관에 대해 정 본부장은 "국립보건연구원이 보건의료 연구 개발 콘트롤 타워로서 더 크고 전문적인 조직이 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며 "국립보건연구원의 연구 기능이 복지부 산하 연구 사업과 통합돼 더 포괄적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립보건연구원의 핵심 역량을 복지부로 이관하는 데 질본도 동의했다는 설명으로 풀이됐다.
다만 질본이 연구 역량을 전부 잃어서는 안 된다고도 정 본부장은 강조했다. 정 본부장은 "저희(질병관리청)가 필요한 연구는 질병 관리를 잘할 수 있는 역학 연구, 모델링, 예측, 역학조사 방법론, 각 감염병 별 역학 특성 분석 및 실태조사 분야"라며 "감염병을 퇴치하거나 예방하기 위해 여러 정책을 개발하는 정책 개발 연구와 정책 평가하는 의사결정 근거 마련 연구 조직과 인력 확대 역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 본부장은 "(질본이) 질병관리청이 돼서도 정책을 잘 수행하기 위해 과학적 근거를 제공할 연구 조직과 인력은 필요하다"며 "이를 행안부와 계속 협의 중"이라고 전했다.
정 본부장은 질병관리청이 필요로 하는 연구소는 "국립보건연구원의 백신 치료제 연구와는 조금 다른 성격"이라며 "청에 필요한 연구를 수행하기 위한 조직 확대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정 본부장에 따르면 감염병 문제 해결을 위한 백신치료제 개발 등 보건 중심 연구는 보건복지부 산하로 이관되는 국립감염병연구소가 담당하되, 역학, 감염병 관리 정책 등 공중보건 연구에 더 집중하기 위해 질병관리청 산하 신설 연구소도 필요하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질병관리청의 권역별 대응기구인 질병대응센터가 지역 방역 주도권을 갖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 관해서도 정 본부장은 "모든 감염병을 중앙이 한 번에 해결하기는 어렵다"며 "중앙 조직 강화도 필요하지만, 지자체 대응 역량 확충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보건소 방역업무도 질병관리청이 총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으나, 정 본부장은 지자체의 주도권 역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본부장은 또 질병관리청이 지역 조직을 만드는 이유가 지자체 방역까지 총괄하기 위함이 아니라고 못박았다.
정 본부장은 "지자체가 감염병 예방 관리의 일차적 책임을 져야 하지만, 질병관리청이 해야 하는 업무도 있다"며 "검역, 1급 감염병, 원인불명 감염병 등은 지자체가 대응하기 어려우므로 중앙(질병관리청)이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업무를 위해 질병관리청 산하 질병대응센터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정 본부장은 아울러 "여러 지역에서 동시에 감염병이 발생할 때 시도 간 조율, 공동 조사 등도 (질병대응센터를 통한 질병관리청이) 담당해야 한다"며 "감염병 외 만성 질환 조사 연구 업무도 필요하다"고 추가했다.
정 본부장은 현재 행안부가 발표한 질병관리청 조직 개편 안이 확정된 게 아니라고 강조했다.
정 본부장은 "질본이 청이 됨에 따라 정책기획 파트, 지역 단위 조직을 새로 만들어야 하고, 감염병 위기 대응 역량, 의료감염 문제 관리 기능, 예방접종 안전성 및 기능 관리, 백신수급 기능, 만성질환 조사 역량, 공중보건위기 대응 능력도 강화돼야 한다"며 "질병관리청이 전문적으로 질병 관리를 할 수 있는 연구 조직과 인력을 별도로 정리해 (행안부와) 협의하는 중"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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