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방부가 한미 방위비 분담금 특별협정(SMA) 부재로 인해 무급휴직에 처한 주한미군 내 한국인 노동자들에게 우선적으로 임금을 지급하자는 한국의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결정했다.
2일(현지 시각) 미 국방부는 성명을 통해 "모든 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에게 2020년 말까지 임금을 지급하겠다는 한국의 제안을 수용한다"며 "6월 중순 전에 한국인 근로자들이 일터로 돌아올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해 10월 주한미군은 SMA를 체결하지 못하면 주한미군 내 한국인 노동자들에게 임금을 지급할 수 없다면서 2020년 4월부터 무급휴직을 할 수 있다고 예고했다. 미국 정부가 노동자들의 임금을 빌미로 한국에 SMA의 조속한 체결을 압박한 셈이었다.
그러나 미국 정부는 한국 측에 예년 분담금에 비해 5배를 증액하라는 등의 무리한 요구를 하면서 타결을 어렵게 만들었다. 한국 정부는 이같은 요구를 들어줄 수 없다고 맞섰으나, 미국 정부가 예고한 무급휴직 시일이 다가오자 미국 측에 노동자들의 임금과 관련한 문제를 우선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교환각서를 체결하자고 제안했다.
정 대사는 무급휴직을 한 달여 앞둔 지난 2월 28일 "지난해 수준에 맞춰 확보해 놓은 우리 방위비 분담금 예산 중에서 한국인 근로자들에 대한 인건비를 우선 지원토록 하고, SMA가 최종 합의되면 이에 포함되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며 미국에 별도의 협의를 요구했다. 하지만 미국은 이에 대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결국 4월부터 무급휴직이 현실화됐다.
이후 양측의 방위비 분담금 협상은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했다. 그렇게 노동자들의 무급휴직 기간이 두 달이 넘어가고 있던 상황에서 이날 미국 국방부가 노동자들의 임금 지급과 관련한 한국의 제안을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미 국방부는 "이날 결정으로 주한미군 내 한국 국적 전체 인력에 2억 달러(한화 2430억 원) 이상의 한국 자금이 제공될 것"이라며 "이는 우리의 준비 태세, 한국 직원들, 그리고 동맹에 대한 미국의 헌신을 직접적으로 반영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국은 SMA 체결 과정에서 수 차례 강조해왔던 '공평한 분담'을 언급하며 조속한 협정 체결을 촉구했다. 미 국방부는 "한미 양국 정부가 SMA에서 공평하게 부담을 나누는 것이 모두를 위해 가장 유리하다고 보고 있다"며 "가능한 한 빨리 공정한 합의에 이르기를 강력히 촉구한다. 미국은 SMA 협상에서 상당한 유연성을 보여줬다. 한국도 그렇게 할 것을 요청한다"고 강조했다.
또 미 국방부는 "지난 2019년 12월 31일 SMA가 만료된 이후 주한미군과 관련된 모든 비용에 대해 일방적으로 부담을 떠안았다. 여기에는 한국인 노동자들의 인건비와 물류 계약, 건설 프로젝트 설계 및 감독 비용이 포함된다"며 자신들이 SMA 협정 미체결로 인한 부담을 감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 정부가 노동자들의 임금 문제와 관련해 뒤늦게나마 한국 정부의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SMA 협정을 둘러싼 협상이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물론 13% 인상안을 제시한 한국과 50% 인상안을 주장하고 있는 미국 사이에 간극이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에 합의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여전히 우세한 상황이다.
다만 한미 국방장관의 화상 회담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 미국이 이러한 조치를 취한 것은 SMA 협정에 대한 유연한 태도를 보인 것으로도 해석될 여지가 있어, 적정한 수준에서 타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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