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김해·양산·진해 레미콘 운송노동자들이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한 14일 김해의 한 레미콘업체에는 20여대의 레미콘차량들만 주차된 상태로 썰렁했다.
평소 같으면 오전 7시부터 운행이 시작돼 분주했을 시각이지만, 운송노동자들은 단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김해·양산·진해와 부산지역 60개 레미콘업체 운송노동자 1500여명이 소속된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 부산건설기계지부가 이날 오전 7시를 기준으로 레미콘 출하를 중단했기 때문이다.
지난 3월부터 시작된 사측 교섭대표단과의 올해 임금단체협약 교섭이 접점을 찾지 못했고, 양측의 갈등이 총파업으로 증폭되면서 지역 건설업계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
레미콘노조 “최저생계비도 못 벌어”
노조는 현재 1회당 평균 운송비 4만2,000원을 5만 원으로 인상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차량 할부금과 보험료, 수리비 등을 제외하고 나면 월평균 수입이 최저생계비에도 못 미친다는 게 근거이다.
노조의 주장에 따르면 지난해 레미콘 운송노동자 월평균 소득은 330만 원 정도였다. 여기에서 각종 경비에 드는 돈이 200만 원이고, 손에 쥐는 소득은 130만 원 정도에 불과해 최저임금과 비교해도 40만 원 가까이 적은 수입구조라는 설명이다. 올해 최저임금은 월 기준 179만5,310원이다.
노조는 “지난 3월부터 사측 교섭대표단과 2020년도 임단협 교섭을 진행했지만 접점을 찾지 못해 파국에 이르게 됐다”며 “레미콘 노사 간의 이견으로 건설현장에서 혼란이 초래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 만큼 레미콘 제조사들은 하루빨리 성실히 교섭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노조는 건설현장의 안정화와 노사 간의 신의성실 원칙에 따라 지금이라도 개별교섭을 통해 단체협약을 체결하는 업체와 그렇지 않은 업체를 철저히 분리해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노조는 14일 오후 2시 부산시청 시민광장에서 1,500여명의 노조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총파업 결의대회를 열고, 임단협이 원만히 해결되지 않으면 파업을 지속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레미콘업계 “경영위기 최악, 요구 수용할 수 없는 상황”
레미콘업계는 경영위기가 심화된 상황이어서 노조 측의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또, 특수고용직 노동자인 레미콘 운송노동자들의 노조 가입은 불법이며 노조발전기금을 비롯해 명절 및 휴가수당, 만근수당을 요구하는 것 또한 도급계약 관계 등의 측면에서 불법적인 요구라고 맞서고 있다.
김해·양산·진해 레미콘업체들이 포함된 부산경남레미콘산업발전협의회는 “그동안 20여 차례에 걸친 공식·비공식 협상을 진행했다”며 “업계가 경영상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1회 운송당 2,000원 인상안을 제시했으나 노조가 거부했다”고 밝혔다.
협의회는 노조 측이 지입차 운송노동자의 경우 월 지입료를 현행보다 53만1,700원 인상된 385만 원과 월별 노조발전기금 1만7,000원, 명절 및 휴가수당 5만 원, 만근수당 10만 원을 추가로 요구해 모두 69만8,700원 인상을 요구했다고 설명했다.
또, 개인 레미콘차량 운송노동자들의 경우 현행보다 월 48만5,190원이 오른 운반비를 요구해 연간 1대당 840만 원의 추가비용이 발생함에 따라 레미콘업체별로 차이는 있지만 연간 3억~6억 원 가량의 추가부담이 생긴다고 덧붙였다.
전병재 협의회 상무는 “레미콘 출하량은 2017년을 시작으로 감소추세이고 올해도 40%가량 줄어 지난 20년 동안 최저수준”이라며 “현재 공장 가동률도 16%에 불과해 최악의 경영위기에 빠져 있는 게 현실이다”고 말했다.
전 상무는 “이런 상황에서 구조조정과 자구책을 강구하며 생존을 위해 사활을 걸고 있는데, 노조가 21%가량의 운반비 인상을 요구하는 것은 도저히 수용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따라서 노조와 업계의 입장이 좁혀지지 않는 이상 파업이 장기화할 우려가 커져 건설현장에 상당한 파장을 가져올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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