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마바 전 미국 대통령이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응이 '재앙' 수준이라며 강도 높게 비난했다.
미국 방송 <CNN>은 9일(이하 현지 시각) 오바마 전 대통령이 집권 당시 함께 일하던 백악관 및 정부 참모들과 통화하는 과정에서 이같이 말했다고 보도했다. 방송은 오마바 전 대통령과 함께 일했던 전 행정부 관료 3명으로부터 오바마 대통령의 발언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이들에 따르면 8일 오바마 전 대통령은 참모들과 이뤄진 통화에서 현재 코로나19와 관련해 미국이 처한 국면에 대해 "최고의 (준비된) 정부라고 해도 (결과가) 나쁠 수 있는 상황"이라며 "우리 정부에 '나한테 무슨 이익이 되나', '남에게는 관심 없다'는 식의 생각이 퍼지면서 완전히 혼란스러운 재앙이 됐다"고 트럼프 정부를 비판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의 지적처럼 코로나19와 관련한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 정부의 대처는 안팎의 우려를 낳고 있다. 미국 내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10일 기준으로 134만 명, 사망자 수는 8만 명을 넘어서면서 좀처럼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런 와중에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월 28일 육류 공장 재가동 행정명령을 발표했다. 육류가 유통이 안될 경우 국민들의 불만이 커질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후 몇몇 공장에서 집단적으로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제대로 된 방역 대책 없이 경제 정상화에만 급급한 트럼프 정부의 대처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처럼 트럼프 정부는 코로나 19에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지만 이를 인정하고 개선하려는 태도도 보이지 않고 있다. 케일리 매커내니 백악관 대변인은 9일 <CNN>에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바이러스 대응은 전례 없는 일이었고 미국인의 생명을 구했다"며 오바마 전 대통령의 비판을 일축했다.
한편 현 정부에 대한 비판을 자제했던 오바마 전 대통령이 이 시점에서 트럼프 정부에 대해 날 선 대응을 내놓은 배경을 두고, 코로나19와 관련한 실정뿐만 아니라 올해 11월로 예정된 미국 대선까지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CNN>은 이 통화에서 오마바 전 대통령이 "왜 민주당이 11월에 트럼프를 물리치기 위해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을 중심으로 모여야 하는지에 대해 말했다"며 당시 통화에 참여한 전 행정부 관료를 인용해 보도했다.
방송은 오바마 전 대통령이 이 통화에서 "우리가 싸우려는 상대는 단지 특정한 개인이나 정당이 아니기 때문에 이번 선거는 매우 중요하다"며 "우리가 싸우는 상대는 이기적이고 집단으로 나뉘어져 다른 상대를 적으로 간주하는 것이 미국인의 삶에서 강해지고 있는 오랜 경향 그 자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CNN>은 이번 통화가 "오바마 전 대통령이 그의 참모들이 바이든의 대선 운동에 더 많이 참여하도록 격려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방송은 오바마 전 대통령의 대변인이 이번 통화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이나 논평은 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