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에 조금씩 생기가 도는 것 같습니다. 뚝 끊겼던 손님들 발길도 늘어나고 있고요.”
29일 경남 김해시 동상동전통시장에서 과일과 채소를 판매하고 있는 한 상인은 며칠 사이 시장풍경이 달라지기 시작했다고 했다.
썰렁하던 시장골목은 지급받은 긴급재난지원금 선불카드를 들고 물건을 사러 오는 손님들이 늘어나기 시작했고, 하루 종일 단돈 몇 만 원 팔기도 힘들던 매출도 조금씩 늘어나면서 ‘이젠 나아지지 않을까’ 하는 희망이 생겼다고도 했다.
“정말 죽을 맛이었어요. 사람들이 오질 않으니. 그렇다고 가계를 아예 열지 않을 수도 없는 처지였죠. 지금은 하루 6만~7만 원 정도 매출이 더 오르고 있고, 정부 지원금까지 다 지급되면 아무래도 나아지지 않을까 합니다.”
상인의 말처럼 코로나19로 위축된 소비심리가 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아직 미미한 수준이지만, 소비자로서는 쓸 수 있는 돈이 생겼고 상인들은 적지만 매출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비심리도 역대 최악의 수준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의미 있는 분석도 가능하다. 예단하기는 힘들지만 정부와 지자체의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은 과연 효과를 발생하기 시작한 것일까?
경남 소비자심리지수 역대 최악 속 하락폭 감소
경남지역의 소비심리가 크게 위축돼 4월의 소비자심리지수가 역대 최악인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의 영향이 ‘역대급’이라는 방증인 셈이다.
반면,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이 시작되면서 소비자심리지수 감소폭은 줄어들어 정부와 지자체의 정책 실행 방향과 속도에 따라 호전 가능성과 속도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국은행 경남본부에 따르면 4월 경남지역 소비자심리지수는 68.6으로 지난 2009년 1월 공식 공표 이후 가장 낮았다.
소비자심리지수는 경제상황에 대한 소비자의 주관적인 기대심리를 지수화한 것으로서 지난 2003년부터 지난해 12월까지의 평균을 기준으로 100보다 클 경우 낙관적임을 나타내고, 100보다 작으면 비관적임을 나타낸다.
경남의 소비자심리는 코로나19 국내 확산이 본격 시작된 지난 2월말부터 위축되기 시작해 3월 지수는 15.9포인트 줄어든 79.3을 기록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영향으로 2009년 1월 78.6을 기록한 이후 최저치이다.
이후 하락세는 지속돼 4월에는 10.7포인트가 더 감소해 이달에는 68.6을 기록하며 꽁꽁 얼어붙은 소비심리를 대변했다.
이는 전국의 4월 소비자심리지수가 전월대비 7.6포인트 하락한 70.8을 기록한 것과 비교해도 2.2포인트가 더 낮아 상대적으로 경남의 소비심리가 더 위축돼 있음을 알 수 있다.
분야별로는 교양‧오락‧문화비(65)를 비롯해 여행비(55)와 외식비(70) 등 소비 전 분야에 걸쳐 지출 감소가 두드러지고 있는 것이 원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가계수입 감소와 사회적 거리두기 등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취업과 임금, 주택가격, 가계저축 분야도 하락했다. 향후 경기에 대한 전망도 마찬가지이다.
따라서, 경남의 소비자들은 가계의 재정상황과 수입‧소비지출, 경기, 물가, 저축, 취업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힘든 상황이 어느 정도 지속되리라 예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와 지자체 정책 영향 소비심리 호전 가능성"
하지만, 정부와 지자체의 긴급재난지원금 지급과 중소기업 자금 지원 등 각종 경기부양책들이 현실화되기 시작하면서 소비심리도 호전될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경남은 지난 23일부터 선불카드 형태의 ‘경남사랑카드’로 지급하기 시작했고, 기초자치단체별로는 지역사랑상품권이 지급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전통시장 등을 중심으로 소비심리가 조금씩 되살아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실제, 밀양시 전통시장의 경우 지난 28일 낮 시간대임에도 눈에 띄게 손님들이 늘어나 있었다. 10여일 동안 자체 휴장을 했을 만큼 어려웠던 상황을 감안하면 긴급재난지원금의 효과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밀양전통시장상인회 측은 “아직도 문을 열지 않은 점포들이 더러 있지만 그나마 많이 나아지고 있는 것 같다”며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이 본격적인 소비로 이어지기 시작하면 상인들도 숨통이 트일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국은행 경남본부 기획조사팀 박종대 과장은 “4월 경남의 소비자심리지수가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지만 3월의 하락폭보다는 줄어든 것은 정부 정책 등의 영향이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박 과장은 “2008년 중순 리먼 브라더스 파산으로부터 시작해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컸던 지난 2009년 1월 소비자심리지수가 78.6이었다가 5월엔 106.6까지 상승해 소비심리가 살아났던 경험이 있다”며 “코로나19가 소강국면으로 접어들고 정부와 지자체 등의 노력으로 상황이 나아진다면 소비심리도 호전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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