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중학생이 된 A 군은 프로야구 선수가 되는 것이 목표이다. 더 넓게는 미국 프로야구에서 선수로 뛰는 꿈도 가지고 있다.
경남 김해에서 나고 자란 A 군은 초등학교 4학년 때 지역 야구클럽 소속으로 운동을 시작했다. 투수와 유격수로 활동하며 실력을 인정받은 A 군은 야구부가 있는 중학교로 진학했고, 코로나19로 개학이 지연되면서 2학기부터 야구부에 결합해 운동을 시작할 예정이다.
A 군처럼 경남지역 초등학교와 중학교에서 야구부에 소속돼 운동을 하는 학생들은 앞으로 학교수업과 운동을 함께할 수 있게 됐다. 기존 학교 운동부인 야구부가 ‘지역형 스포츠클럽’으로 전환됐기 때문이다.
경남교육청은 도내 초등학교 야구부 4개 팀과 중학교 11개 팀 등 15개 팀 전체가 ‘지역형 스포츠클럽’으로 전환됐다고 21일 밝혔다.
김해고와 마산고, 용마고, 양산 물금고 등 고교 4개 팀은 대학진학과 프로야구 진출 등 문제가 연관돼 있어 스포츠클럽 전환에서 제외됐다.
스포츠클럽 전환은 학생 선수가 학업과 운동을 병행할 수 있도록 스포츠 생태계 체제를 변화시켜 엘리트 선수 육성뿐만 아니라 학습력을 높여 향후 진로선택 자율성 보장 등 보다 균형 있는 학생 스포츠 선수 육성 모델로 평가되고 있다.
A 군은 “야구를 시작할 때부터 학교 운동부가 아닌 지역 야구클럽에서 운동을 해왔다”며 “수업을 빼먹지 않아도 됐고, 친구들도 다양하게 사귈 수 있어서 좋았는데 중학교에서도 그렇게 된다니 운동도 공부도 더 열심히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A 군의 부모도 “학업은 학업대로, 운동은 운동대로 할 수 있도록 운영 시스템이 바뀐 것은 정말 잘된 일”이라며 “아이가 운동을 하는 부모들은 사실 걱정이 많다. 아이가 포기하거나 운동으로 자신의 삶을 책임질 수 없게 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항상 두려움인데, 스포츠클럽 전환은 진로 선택의 폭을 넓혀 그런 걱정을 어느 정도 해소해줄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경남교육청은 공부하는 학생 선수 육성과 학교 운동부 운영 투명화 등 선진형 운영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지난 2018년 2월 ‘선진형 학교 운동부 운영 혁신안’을 발표했다. 또 이듬해 1월에는 ‘중점학교스포츠클럽 운영 혁신안 후속조치’도 발표했다.
전국 최초로 진행된 ‘선진형 학교 운동부 운영 혁신안’은 ‘운동하는 학생이 행복하다’는 목표를 설정하고 공부하는 학생 선수 육성과 학생들의 몸과 마음을 변화시키는 스포츠클럽 활동을 제시했다.
그 후 지난 2년여 동안 학부모와 운동부 지도자, 학교 담당자, 협회 등과 수차례의 간담회와 컨설팅을 개최하고 정책의 당위성과 방향, 행정적‧재정적 지원 방안 등도 협의했다.
그 결과 대한체육회와 대한야구소프트협회는 기존의 학교팀 중심의 팀 창단과 선수등록을 변경해 올해부터 스포츠클럽부를 신설했고, 클럽으로 등록 후 각종 경기에 참가할 수 있도록 문호를 개방했다.
지역형 스포츠클럽으로 전환한 학교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학생들이 짧은 기간 내에 대회 성적을 올려야 하는 부담감에서 벗어나 안정적으로 학교수업을 할 수 있고, 훈련 스케줄 또한 학사일정에 맞춰 조정할 수 있는 게 큰 장점이기 때문이다.
또, 스포츠클럽 운영에서 앞서 외국의 앞선 사례들에서 확인되듯 수업 손실이 없어 학습역량에 있어 뒤처질 염려가 없고, 운동을 할 땐 훈련 집중도가 올라가 기량이 향상된다는 게 학교 관계자들뿐만 아니라 운동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경남교육청은 야구뿐만 아니라 축구 종목도 지역형 스포츠클럽으로 전환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현재 초등 11개 팀 가운데 4개 팀과 중학교 9개 팀 가운데 7개 팀이 전환했으며, 나머지도 올해 안에 클럽으로 전환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경남학생교육원 운동장을 활용할 수 있도록 공사를 추진해 부족한 운동 공간 보충에도 나선다는 방침이다.
학교 운동부 모델로 주목받고 있는 경남교육청의 ‘선진형 학교 운동부 운영 혁신안’은 현재 부산‧울산‧인천‧전남교육청 등에서 벤치마킹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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