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가 21일 인천국제공항에 장시간 머무르는 난민신청자들이 입국 가능하도록 "관련 법령 및 제도를 개선하라"고 법무부에 의견표명을 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조치 배경에는 지난해 인천공항에서 200일 넘게 머무른 앙골라 출신의 난민 '루렌도 가족'이 있다. 루렌도 가족은 2018년 12월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이후 난민신청을 했으나 법무부로부터 난민인정심사 불회부 결정을 받았다. 법무부가 루렌도 가족을 난민인정심사 대상자에 올리지 않기로 했다는 뜻이다. 이에 불복해 법원에 취소소송을 제기 하면서 10개월가량 인천공항 제1터미널 승객라운지에 머무르게 됐다. 부모와 네 자녀, 총 6명이 공항에서 장기간 생활했다.
이후 루렌도 가족은 지난해 9월 상급심으로부터 법무부의 난민인정심사 불회부 결정이 위법하다는 판결을 받고 입국해 한국에 머무르고 있다.
루렌도 가족은 작년 8월 5일 인천공항출입국외국인청을 상대로 인권위에 진정서를 제출해 아동 인권을 보호해 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이에 관해 인권위가 이날 관련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들과 같이 난민인정심사에 불회부 되고 입국요건도 갖춰지지 않은 외국인은 입국불허 되어 송환대상자로 분류된다. 송환대상자들은 항공편이 마련되는 대로 출국해야 한다. 그러나 이들이 법원에 난민인정심사 불회부 결정에 대한 취소소송을 하게 되면, 소송이 종료될 때까지 다시 출국이 유예된다. 현 제도상 송환대상자는 소송 중이라도 입국할 수 없어 공항 터미널 또는 출국대기실에 있어야 한다.
인권위는 이 같은 상황이 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한다고 판단했다. 특히 아동까지 포함된 상황에서 인권위가 "△난민신청이 명백히 남용적인 것이 아닌 한 해당 기간 중 기본적 처우가 보장될 수 있도록 하고 △아동 최선의 이익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해 입국이 가능하도록 관련 법령 및 제도를 개선하라"고 법무부 장관에게 의견표명을 한 배경이다. 인권위의 이같은 조치는 우리나라가 1991년 비준한 유엔 아동권리협약에 따른 것이다.
인권위는 "입국이 거부된 난민신청아동이 소송 등의 사유로 그 송환이 유예됐을 시, 해당 아동의 인권보호 차원에서 입국을 검토하지 않는 행위는 인간의 존엄성과 기본적 인권보장을 규정한 헌법 취지 및 아동의 권리 보장을 규정하고 있는 유엔 아동권리협약 등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출국대기실은 입국 불허된 외국인이 출국 전까지 잠시 대기하는 장소이기 때문에 규모가 작고 편의시설이 부족하여 장기간 머무를 경우, 위생 및 건강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인권위는 "공항 터미널은 △외부와 차단 돼 있어 햇볕을 쫴 거나 바깥 공기를 쐴 수 없고 △적절한 영양섭취가 어려우며 △학교 등 교육기관이 없고 △24시간 외부에 노출 돼 있어 수면의 질 저하와 스트레스 등에 의해 건강이 위협되어 아동에게 나쁜 환경"이라며 "이는 유엔 아동권리협약에서 규정한 '아동으로서 마땅히 보장받아야 할 교육권 및 건강권을 포함한 발달권'이 보장되기 어려운 환경"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 정부가 난민신청 아동의 입국을 검토하지 않은 것은 같은 협약 제3조에서 규정한 '행정당국 또는 입법 기관 등에서 실시되는 아동에 관한 모든 활동이 아동의 최선의 이익이 최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는 규정에도 부합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인권위는 또 "난민협약상 난민신청자의 특수한 상황을 반영하여 신청인에게 기본적 보장을 제공해야 하는 체약국의 의무와, 난민신청이 명백히 남용적인 것이 아닌 경우 관련 소송 및 심사기간 동안 그 국가에서의 체류가 인정되어야 한다는 유엔난민기구의 '난민지위 인정기준 및 절차 편람과 지침'에도 위반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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