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 속에 치러진 한국의 4.15 총선에 대해 '방역선거의 모델'로 눈여겨본 전세계 주요 외신들이 총선 결과에 대해서도 평가를 쏟아냈다.
집권 더불어민주당(비례정당 더불어시민당 포함)이 국회 의석 300석 중 5분의 3인 180석을 차지하는 압승을 거둔 요인에 대해 16일 외신들은 "코로나19에 대한 문재인 정부의 대응에 대한 유권자들의 긍정적 평가가 승리를 가져다주었다"고 입을 모았다.
<뉴욕타임스>의 16일자 관련 기사 제목은 아예 '집권당의 압도적 총선 승리는 코로나19 덕분(In South Korea Vote, Virus Delivers Landslide Win to Governing Party)'이었다.
특히 <워싱턴포스트(WP)>는 사설까지 동원해 이번 총선이 '방역선거의 모델'로 집권당의 승리를 가져다주었다는 평가를 넘어 '공정선거의 모델'이라는 점을 높이 평가해 주목된다. 다음은 '공정한 선거 없이는 세계 민주주의는 쇠퇴할 것이다. 한국은 공정선거의 모범을 보였다(Global democracy will be weakened without fair elections. South Korea shows they’re possible)'라는 제목의 사설 주요 내용(☞원문보기)이다. 편집자.
한국 유권자들은 15일 1미터 거리를 두고 마스크와 장갑을 쓴 채 투표장에 줄을 섰다. 그들은 발열검사까지 통과해야 투표를 할 수 있었다. 투표율은 4년 전 총선 때보다 높을 정도였다. 이런 현상은 문재인 대통령이 속한 집권 더불어민주당이 코로나19 사태에 효과적으로 대응했다는 증거이며, 집권당에게 보상을 안겨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번 총선으로 한국이 민주주의 국가 중 예외적인 존재가 되고 있다는 점은 유감이다. 영국, 프랑스, 칠레, 볼리비아, 에티오피아 그리고 미국의 수십 개 주 등 여러 정부들은 코로나19 확산 속에 총선을 치러낼 능력이 없어 선거를 연기하거나 취소할 수밖에 없었다. 일부 독재정권조차 예외가 아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036년까지 집권을 연장할 수 있는 국민투표를 연기해야 했다.
민주주의 체제를 수립하거나 유지하기 위해 반드시 치러야 할 선거들도 파행을 겪고 있다.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아비 아흐메드 에티오피아 총리는 오는 8월 이 나라 역사상 가장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치르기로 약속했지만, 선거가 연기됐다. 볼리비아의 임시 대통령 자니네 아녜스는 축출된 에보 모랄레스 전 대통령 대신 5월까지만 임기를 유지할 예정이었지만, 법적 근거도 없이 임기가 연장될 상황이다.
칠레의 세바스티안 피녜라 대통령은 지난해 대규모 시위 사태를 계기로 4월 중 개헌 국민투표를 하기로 약속했지만 오는 10월로 연기됐다.
이미 치러진 선거들은 정치공작으로 얼룩진 선거들로 드러났다. 지난 7일 치러진 미국 위스컨신 주 프라이머리(예비선거)가 이런 선거였다. 위스컨신 주 의회 공화당 의원들은 민주당 선거 투표율을 낮추기 위해 투표 절차를 편하게 또는 보다 안전하게 개선하는 방안을 거부했다.
폴란드의 집권당은 검증되지 않고 보안이 취약한 우편투표 방식으로 5월 대선을 강행 추진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봉쇄조치로 선거운동이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안제이 두다 대통령은 국영 TV의 전폭적인 지원 등 현직 대통령으로서 매우 유리한 조건을 누리고 있다.
이란의 신정정권은 가장 비열한 행위를 했다. 개혁적 후보들은 출마를 원천 봉쇄한 뒤 지난 2월21일 코로나19가 이미 전국에 퍼지고 있는데도 총선을 강행했다. 그 결과 바이러스 확산이 더 가팔라졌다. 이란은 코로나19 사망자 4800명으로 가장 많은 사망자가 나온 국가 중 여섯번째가 됐다.
전세계 정부가 팬데믹과 싸우고 있는 가운데, 중국은 권위주의체제가 민주주의 체제보다 이런 위기를 관리하는 능력이 우수하다는 이데올로기를 전파하고 있다.
사실이 아니다. 특히 바로 이웃에 있는 한국과 대만은 국민을 보호하는 조치를 훨씬 잘 해내고 있다. 하지만 서구, 특히 미국이 다가올 선거를 자유롭고, 공정하고, 안전하게 치르지 못한다면, 민주주의에 대한 보편적인 명분은 크게 힘을 잃을 것이다. 한국은 이런 선거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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