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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민낯, 사망자 70%가 흑인...집단 매장되는 무연고 시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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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민낯, 사망자 70%가 흑인...집단 매장되는 무연고 시신

[코로나19, 미국의 민낯①] 코로나19, '인종별 건강 불평등'을 드러내다

"뉴욕 퀸즈의 잭슨 하이츠에 사는 네팔 출신 우버 운전사 아닐 수바 씨는 엘름허스트 병원에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사망했다. 의사들은 그가 인공호흡기를 제거해도 될 만큼 회복됐다고 판단했지만, 그는 호흡기를 떼고 불과 몇 시간 뒤 사망했다. (뉴욕은 미국에서 가장 많은 수의 환자가 발생한 지역으로 인공호흡기 등 의료장비가 부족한 상황이다. 필자 주)

인근 코로나 지역에 사는 콜롬비아 출신 식당 종업원 에디슨 포로 씨는 셋방에서 나가라고 요구 받았을 때, 코로나19로 고열에 시달리고 있었다.

잭슨 하이츠에서 멀지 않은 곳에 살고 있는 방글라데시 출신 라자아 베굼은 자신의 룸메이트 3명 중 2명이 이미 코로나19 증상을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아파트 안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실직 상태여서 하루에 한 끼만 먹는다"고 덧붙였다. 베굼은 자신도 곧 코로나19에 걸릴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 4월 11일(현지시간), '뉴욕의 바이러스 진원지에서 비극이 전개되고 있다'(A tragedy is unfolding : Inside New York's virus epicenter))

4월 11일, 미국에서 코로나19 사망자가 2만 명을 넘어서면서 미국은 가장 많은 수의 확진자와 사망자가 발생한 국가가 됐다. (4월 12일 오후 7시 30분 현재 확진자는 55만7071명, 사망자는 2만1952명이다.)

인구 100만 명 당 확진자 수로 따지면 스페인, 이탈리아, 스위스, 벨기에, 프랑스 등 유럽 국가들이 미국을 앞서지만, 전세계 확진자의 약 30%, 사망자의 약 20%가 미국인이라는 점에서 코로나19 최대 발생국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은 지난 1월 21일 워싱턴 주에서 첫 번째 코로나19 확진자가, 2월 29일 첫 번째 사망자가 발생했다. 불과 두달여 만인 지난 11일 와이오밍주까지 재난지역으로 지정되면서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전염병으로 50개주 전역이 재난지역으로 선포됐다. 코로나19는 대비 체제를 갖출 새도 없이 무서운 속도로 미국을 휩쓸고 있다. 때문에 이 '신종' 바이러스는 미국의 '케케묵은' 사회 문제의 심각성을 다시금 확인시켜주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세계 최강의 경제력과 군사력을 가진 국가라는 화려한 수사가 가리고 있던 미국 사회의 '민낯'이 드러나고 있다. 미국의 고질적인 문제인 인종차별도 현재에는 어떤 양상인지 확인시켜 준다.

루이지애나,시카고,밀워키 등 코로나 사망자의 70%가 흑인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지난 8일 인종별 코로나19 환자 분포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미국의 인종별 인구분포는 백인 59%, 흑인 18%, 히스패닉/라틴계 14%인데, 입원한 코로나19 환자의 45%가 백인, 33%가 흑인, 8%가 라틴계로 나타났다. 이 통계자료는 3월 한달 동안 14개주의 병원 입원자 1482명 중 코로나19 확진을 받은 580명을 대상으로 했다. 한정된 기간 동안 매우 작은 표본 수라는 점에서 정확한 실상을 보여주기는 힘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흑인이 코로나19로 인해 큰 피해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흑인 인구 비율이 높은 지역의 통계는 이를 좀 더 극적으로 보여준다. 4월 11일(현지시간)까지 루이지애나주의 코로나 19 사망자 중 70.5%가 흑인이었다. 이 지역의 전체 인구 중 흑인은 32%로 나타났다.

일리노이주 시카고도 흑인은 인구의 30%를 차지하고 있지만, 코로나19 사망자(258명)의 65%가 흑인이었다. 이 지역 확진자(7775명) 중 50%가 흑인이었다.

위스콘신주 밀워키도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흑인은 전체 인구의 3분의 1이 채 안되는데, 코로나 사망자(78명)의 64%, 확진자(1692명)의 44%가 흑인으로 나타났다.

▲미국 시카고시에서 코로나 검사를 진행하고 있는 모습. ⓒABC뉴스 화면 갈무리

뉴욕은 코로나 사망자 중 라티노 비율이 가장 높아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지사는 지난 주 인종별로 집계(4월 6일까지 통계)했을 때 히스패닉/라티노가 뉴욕에서 코로나 사망률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고 밝혔다. 라티노(뉴욕 인구의 29%)는 뉴욕 코로나19 사망자의 33.5%로 조사됐다. 흑인(뉴욕 인구의 22%)은 코로나 사망자의 27.5%로 두 번째로 높았다. 반면 뉴욕 인구의 32% 차지하는 백인은 코로나 사망자의 27.3%를 기록했다.

흑인·라티노가 코로나19에 취약한 이유

1) 밖에 나가 일하는 것 이외 선택의 여지가 없다

쿠오모 주지사는 흑인과 라티노들이 코로나19에 취약한 이유로 '빈곤'을 지적했다.

"왜 가난한 사람들이 가장 큰 비용을 치러야하나? 솔직히 그들은 매일 밖에 나가 일하는 것 이외에 선택의 여지가 없다. 매일 밖에 나가서 버스와 기차를 운전하다가...결국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사람은 누구겠는가?"

미국은 연방정부 차원에서 식료품 구입 등 필수적인 활동을 제외하고는 집에 머무르라는 뜻인 '스테이 엣 홈(Stay At Home)' 지침을 권고했지만, 흑인과 라티노들은 상대적으로 그럴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이들은 식료품점 직원, 배달 기사, 운전기사 등 재택근무를 할 수 없는 직종에서 일하는 비율이 높다. 먹고 살기 위해 이들은 집 밖을 나서야 하며, 이들의 노동 덕분에 다른 주민들이 집에 머무르는 안전한 생활이 가능하다.

2) 열악한 주거 환경 : 자가 격리가 불가능하다

또 흑인, 라티노 저임금 노동자의 상당수는 집에서도 비말 전염을 막을 수 있는 거리인 2미터(6피트)를 확보하기 힘들다.

앞서 인용한 NYT 기사를 보면, 뉴욕 퀸즈의 가난한 이민자들은 '사회적(물리적) 거리 두기'를 위한 가장 효과적인 수단인 '자택 격리'가 애초에 불가능한 상황이다. 한 아파트에 여러 명이 세 들어 사는 이들의 주거 형태에서 집은 오히려 바이러스 배양지 역할을 하고 있다.

"뉴욕의 코로나, 엘름허스트, 이스트 엘름허스트, 잭슨 하이츠 등이 코로나19 발병의 진원지로 떠올랐다. 뉴욕시에서 수집한 자료에 따르면, 4월 8일 현재 약 60만 명의 인구가 살고 있는 이 지역에서 코로나19 환자는 7260명이 발생했다. 3배에 가까운 인구를 가진 맨해튼은 1만860건의 환자가 발생했다."(NYT 보도)

3) 흑인.라티노의 높은 사망률은 '인종별 건강 불평등'을 보여준다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은 7일 백악관 코로나19 태스크포스(TF) 브리핑에서 흑인들이 코로나19로 인한 사망 비율이 높게 나타나는 것에 대해 '기저질환'을 의학적인 원인 중 하나로 지적했다. 전세계적으로 고연령대에서 코로나19로 인한 사망 비율이 높게 나타나는 원인도 기저질환과 면역력이다. 기존의 경제적 불평등에 기인한 인종별 건강 불평등으로 인해 흑인, 히스패닉들의 사망률이 더 높다는 설명이다.

파우치 소장은 "우리는 당뇨, 고혈압, 비만, 천식과 같은 질병이 소수 집단, 특히 아프리카계 미국인들 사이에서 불균형하게 높게 나타나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기저질환으로 인한 문제는 최대한 치료를 해주는 것 이외에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 사태로 인해 "우리 사회의 진짜 약점과 결함이 매우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다"며 "우리는 분명히 코로나 바이러스를 극복할 것이다. 하지만 아프리카계 미국인 사회의 건강상의 불균형 문제는 여전히 우리가 꼭 다뤄야할 문제로 남아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4) 사회적 편견 : 마스크조차 쓸 수가 없다

한편, 미국 CDC가 지난 4일부터 건강한 사람도 공공장소에서는 마스크를 착용할 것을 권고했지만, 흑인들은 인종적 편견 때문에 마스크 착용이 힘들다고 호소하고 있다. 흑인인 오하이오주립대 트레본 로건 교수는 지난 7일 CNN과 인터뷰에서 "흑인 남성들이 얼굴을 가리면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받는 수많은 예가 있다"며 말했다.

<워싱턴포스트>도 9일 일리노이주에서 마스크를 쓰고 월마트에 갔다가 경찰에 제지를 받은 흑인 남성들의 사례를 보도하면서 "흑인 남성들은 마스크를 썼다가 범죄자로 취급받을까봐 두려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미국에서 무고한 흑인 남성들이 경찰의 과잉 대응으로 사망하는 일은 드문 일이 아니다. 지난 해 경찰의 과잉대응으로 사망한 민간인은 1004명으로 집계됐는데, 이들 중 229명이 흑인 남성들이다. (<워싱턴포스트>의 '치명적인 공권력(fatal force)' 데이터베이스 참고)

미국시민자유연합의 인종 정의 프로그램 담당자 레니카 무어는 "많은 흑인들은 코로나19를 막기 위해 수제 천 마스크를 쓰든 쓰지 않든 생명을 위협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이 신문은 보도했다.

흑인인 제롬 애덤스 미 공중보건서비스단(PHSCC) 단장은 "건강상의 평등, 인종과 건강 사이의 복잡한 상호작용은 항상 고려해야 하는 대상"이라며 "코로나19에 대한 대응으로 인해 인종 프로파일링의 대상이 되고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우려를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5) 통계보다 현실은 더 심각할 수 있다

코로나19 확진자와 사망자는 모두 병원에서 검사를 받은 경우만 포함된다. 의료보험에 가입하지 못한 저소득층 노동자들은 아파도 병원에 가지 못한다.

에콰도르 출신 건설노동자 앙헬 씨는 NYT와 인터뷰에서 코로나 증상이 나타나기 전까지 뉴욕 맨하탄 건설 현장에서 일했다고 밝혔다. 그는 다른 3명의 이민 노동자들과 한 아파트에 세들어 살지만 다들 어려운 형편이기 때문에 "아무도 나를 도와줄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엘름허스트 병원을 찾았지만 그의 증세가 생명을 위협하는 정도는 아니기 때문에 코로나 검사나 병원 치료를 받지 못했다. 음식 배달 서비스 업체에서 일하는 에콰도르 출신 노동자는 "아프지만 코로나 검사를 받지 못하는 어머니, 누나와 함께 한 아파트에서 사는데 '사회적 거리두기'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고 한다.

사망자 수도 마찬가지다. 미국 CDC 크리스틴 노들런드 대변인은 WP와 인터뷰에서 코로나19 관련 사망자 통계가 병원 진단을 통해 코로나19가 확진된 경우만 집계된다면서 "그 숫자가 과소 평가됐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뉴욕 하트섬으로 보내지는 무연고 시신들

한편, 미국 중에서 가장 많은 확진자와 사망자가 발생한 뉴욕주(12일 오후 확진자 18만8600여 명, 사망자 9300여 명)에서는 한꺼번에 늘어난 시신 처리도 해결해야할 문제 중 하나다. 병원들마다 영안실이 부족해 냉동차에 시신을 임시로 보관하고 있는 장면은 이제 익숙한 풍경이 됐다.

또 뉴욕시는 코로나19로 희생된 무연고 시신을 하트섬에 매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CNN 보도에 따르면 빌 드블라지오 뉴욕시장은 10일 코로나19로 인한 시신의 수가 많기 때문에 매몰이 불가피하다며 모든 시신을 품위 있게 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뉴욕시에 따르면 병원 영안실에서 30-60일 이상 친인척이 시신을 찾아가지 않는 경우 무연고 시신 처리해 하트섬에 매장해왔다. 하지만 뉴욕시는 코로나19 사태로 14일 이상 병원 영안실에서 대기한 뒤 인도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하트섬에 매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뉴욕 하트섬에 무연고 시신이 매장되는 장면을 드론으로 촬영했다. ⓒCNN방송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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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홍기혜

프레시안 편집·발행인. 2001년 공채 1기로 입사한 뒤 편집국장, 워싱턴 특파원 등을 역임했습니다. <삼성왕국의 게릴라들>, <한국의 워킹푸어>, <안철수를 생각한다>, <아이들 파는 나라>, <아노크라시> 등 책을 썼습니다. 국제엠네스티 언론상(2017년), 인권보도상(2018년), 대통령표창(2018년) 등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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