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코로나 19로 많은 사람들이 고통스러워하고 있다. 그래도 우리나라는 역시 저력이 있는 국민들이라 사재기도 안 하고 의연하게 잘 극복하고 있어서 다행이다. 처음 마스크를 사기 위해 길게 늘어선 줄을 보고 포기했는데, 요즘은 어느 약국에 가도 양이 충분하다고 하니 우리나라 좋은 나라임이 분명하다.
지난 주에 이어 두 번째로 약국에 갔더니 약사가 알아보고 “이제 단골되셨네요!”라고 한다. 하기야 아프면 학교 근처에 있는 병원에 갔다가 그 옆에 있는 약국에만 갔으니 집 주변 약국은 단골이 될 수가 없었다. 이제 겨우 단골이 되기 시작하는 모양이다. 단골이 된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서로 믿음의 시작이 되기 때문이다.
단골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늘 정하여 놓고 거래를 하는 곳”이라고 되어 있고, ‘[같은말] 단골손님’(늘 정하여 놓고 거래를 하는 손님)이라고 되어 있다. 또 ‘[같은말]단골무당(굿할 때마다 늘 정하여 놓고 불러 쓰는 무당)’이라고 나타나 있다. 단골의 다른 말로 ‘당골’이라고도 하는데 사전에는 ‘단골의 잘못’, 그리고 ‘무당의 방언’이라고 나타나 있다. 무당과 단골은 무슨 뜻에서 비슷하게 왔다갔다 하는 것일까 궁금한 독자가 많을 것이다.
우선 ‘단골’은 무당에서 유래한 말이 맞다. 전라도에서는 지금도 ‘당골네’라고 하면 ‘무당을 칭하는 말’이다. 무당은 과거로 올라갈수록 권위가 있었다. 치병(병을 치료하는 역할), 제사장, 각종 행사의 주례 등을 도맡아 하는 사람이 무당이다. 특히 제정일치의 시대로 올라가면 위정자를 겸하게 된다. 아주 오래 전에 살았던 사람들은 몸이 아프면 무당을 찾았고, 상을 치르거나, 기우제를 지내거나 중요한 일을 결정할 때면 당골(단골)을 모셔다가 해결하였다. 그러므로 단골과 당골은 동일한 어원을 지닌 말이다.
우리 민족은 단군의 자손이라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하느님의 아들 환웅(한웅)이 곰(웅녀)과 혼인하여 낳은 사람이 단군왕검이다. 단군왕검은 현대어로 하면 ‘당골임금’이다. 즉 당골은 ‘제사장’을 일컫는 말이고, 왕검(임검>임금)은 ‘위정자’를 일컫는 말이다. 그래서 제정일치 시대의 ‘제사장 겸 정치인’을 말한다. 그렇다면 단군은 고유명사가 아니라 보통명사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원래 단군은 한자로 ‘檀君’(단군)이라고 쓰기도 하고 ‘壇君’이라고 쓰기도 한다. <삼국유사>와 <세종실록지리지>의 한자가 다르다. 그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우리말을 표기한 것이 아니라 외래어(외국어-한글이 없었기에 한자의 음으로 표기함)를 표기한 방법으로 가차문자라고 한다. 즉 우리 글자가 없기 때문에 한자의 음으로 표기했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단군’은 어느 나라 말을 음차한 것일까? 수메르어라는 말도 있고, 살만어(몽고계)라는 말도 있다. 아마 독자들 중에는 <칭기즈 칸>이라는 영화를 본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 영화 속에서 갖은 고생을 하던 칭기즈 칸(?1167 ~ 1227)이 고향 언덕 큰 바위 밑에서 울부짖던 소리를 기억할 것이다. “텡그리”, “텡그리”하고 부르짖으며 신탁을 구하는 장면이다. 여기서 ‘텡그리’가 “Tengir>Tengri>당고르>당골>단군”으로 바뀐 것이다. 영화에서 ‘텡그리’는 신을 뜻하는 것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신과 인간을 연결하는 무당”의 의미로 사용되었고, 이미 ‘단군시대’에는 ‘신과 인간을 연결하는 제사장’의 의미로 정착했던 것이다. 그러므로 단군 역시 무당이라는 보통명사였던 것이다. 만주에서는 ‘tegri'가 신을 의미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단군‘이 제사장의 의미로 쓰였음을 알 수 있다.
이렇게 본다면 단군할아버지는 제사장을 의미하는 ‘당골’이었고, 그것을 한자로 기록한 것이 檀君(壇君)이었음도 알았다. 그렇다면 단골이 왜 ‘우리 집에 자주 오는 귀한 손님’이라는 뜻으로 쓰였는지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다. 우리말의 어원은 수메르어에서부터 범어까지 여러 가지로 통한다. “아리랑 쓰리랑”은 예벤키어에서 “hello와 good bye"에 해당한다.
우리말의 어원을 함께 공부하면 주변국의 언어와 통하고 있음을 자연스럽게 알 수 있다. 과거에도 이미 글로벌시대였다. 이제는 한국어로 세계어가 되게 하는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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