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4.3의 완전한 해결의 기반이 되는 배상과 보상 문제를 포함한 '4.3특별법 개정'이 여전히 국회에 머물러 있다"며 국회에 4.3특별법 개정안 처리를 호소했다.
문 대통령은 3일 오전 제주특별자치도 4.3평화공원 추념광장에서 열린 제72주년 4.3희생자 추념식에 참석해 "4.3의 해결은 결코 정치와 이념의 문제가 아니"라며 이같이 밝혔다.
문 대통령은 지난 2018년 제70주년 추념식 이후 2년 만에 4.3평화공원을 다시 찾았다. 현직 대통령이 재임 중 추념식에 두 차례 참석한 것은 처음이다.
2년 전 추념식에서 문 대통령은 희생자들에게 사과하고 희생자 명예회복, 유해발굴, 배보상 및 국가트라우마센터 설립 등을 위한 국회와의 협의 등을 약속했다.
이날 문 대통령은 여전히 국회에 머물러 있는 4.3특별법 개정안의 조속한 통과를 촉구하며, 4월 말 개소하는 트라우마센터에 대한 지속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문 대통령은 "4·3은 제주의 깊은 슬픔"이라며 "제주만의 슬픔이 아니라, 대한민국 현대사의 큰 아픔"이라고 했다.
그는 "제주는 해방을 넘어 진정한 독립을 꿈꿨고, 분단을 넘어 평화와 통일을 열망했다"며 "그러나 누구보다 먼저 꿈을 꾸었다는 이유로 제주는 처참한 죽음과 마주했고, 통일 정부 수립이라는 간절한 요구는 이념의 덫으로 돌아와 우리를 분열시켰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지금도 평화와 통일을 꿈꾸고, 화해하고 통합하고자 한다면, 우리는 제주의 슬픔에 동참해야 한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제주 4.3이라는 원점으로 돌아가 그날, 그 학살의 현장에서 무엇이 날조되고, 무엇이 우리에게 굴레를 씌우고, 또 무엇이 제주를 죽음에 이르게 했는지 낱낱이 밝혀내야 한다"며 진실 규명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진실은 용서와 화해의 토대"라며 "진실은 이념의 적대가 낳은 상처를 치유하는 힘"이라고도 했다.
이어 지난 3월, '제주4.3사건 진상조사보고서'가 발간된 지 16년 만에 '추가진상보고서' 제1권 발간 소식을 알리고,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에 4.3이 '국가공권력에 의한 민간인 희생'임을 명시하고, 진압 과정에서 국가의 폭력적 수단이 동원되었음을 기술한 사실을 언급하며 "참으로 뜻깊다"고 했다.
그는 "진실의 바탕 위에서 4.3 피해자와 유족의 아픔을 보듬고 삶과 명예를 회복시키는 일은 국가의 책무"라며 4.3특별법 개정안 처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제주 4.3은 개별 소송으로 일부 배상을 받거나, 정부의 의료지원금과 생활지원금을 지급받는 것에 머물고 있을 뿐 법에 의한 배·보상은 여전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더딘 발걸음에 대통령으로서 마음이 무겁다"고 했다.
이어 너무 오래 지연된 정의는 거부된 정의'라는 마틴 루터 킹 목사의 명언을 언급하며, 정치권과 국회에 특별법 개정안에 대한 관심과 지원을 당부하는 한편, "입법을 위한 노력과 함께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신속하게 해나가겠다"고 약속했다.
또 최근 개소해 시범 운영 중인 '4.3트라우마센터'를 언급하며 "관련 법률이 입법화되면 국립 트라우마센터로 승격할 수 있도록 준비해 나가겠다"고도 했다.
문 대통령은 "4.3은 왜곡되고 외면당하면서도 끊임없이 화해와 치유의 길을 열었다"며 "화해와 상생의 정신은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속에서도 도민들의 마음을 하나로 묶어주고 있다"고 했다.
그는 "어려운 시기, 연대와 협력의 힘을 앞장서 보여주신 제주도민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며 "정부는 제주도민과 유가족, 국민과 함께 화해와 상생, 평화와 인권을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전진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추념식은 유족은 60여 명을 포함해 150여 명이 참석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주최 측에서 참석자 규모를 예년에 비해 100분의 1 수준으로 줄인 것으로, 간소하지만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추념식이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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