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정권의 대표적 공안 조작사건 '인혁당' 사건의 대구 피해자 강창덕(91) 선생이, 고(故) 김종필 전 국무총리(1926년 1월 7일~2018년 6월 23일)에 대한 국민훈장 무궁화장 추서에 대해 이 같이 일갈했다.
문재인 정부가 논란에도 불구하고 김 전 총리에게 훈장을 수여하자 비판한 것이다. 김부겸 행정안전부장관은 지난 25일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김 전 총리 빈소를 찾아 훈장을 추서했다.
이에 대해 강 선생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하게 성토했다. 강 선생은 김 전 총리가 만든 '중정'의 고문조작 사건에 휘말려 고초를 겪은 피해자다. 김 전 총리는 현재 국가정보원 전신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는 중정 창설이자 초대 수장으로 박정희 전 대통령과 5.16쿠데타를 주도한 유신정권 2인자다.
당시 강 선생은 1974년 '인혁당 재건위' 조작사건에 연루돼 고문과 함께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8년8개월을 복역했다. 2006년 국무총리실 '민주화운동 명예회복.보상심의위'에서 '민주화운동관련자'로 인정받았고 2007년 1월 서울중앙지방법원 재심에서 '인혁당 무죄'가 선고돼 오랜 멍에를 벗어났다.
강 선생은 26일 <평화뉴스>와의 통화에서 "아무리 우리 사회가 죽은 사람에 대해 좋은 평을 해주는 풍토가 있다해도 다른 정부도 아닌 문재인 정부가 유신 공범에게 국가 훈장을 주는 것은 부당하다"며 "본인 스스로 '나는 유신 잔당이 아닌 유신 본당'이라고 말한 인물에 대한 역사적 평가를 하는데 있어서 너무 후한 평가를 한 것은 아닌가. 그런 생각을 한다. 안타깝지만 나는 인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김종필 씨 평생을 두고보면 DJP(김대중-김종필) 연합을 통해 수평적 정권교체에 있어서는 긍정적 평가를 할 수 있지만, 나중에는 그 또한 자신의 욕망에 맞지 않는다고 뛰쳐나가지 않았느냐"면서 "TV로 김부겸 장관이 김종필 영정에 훈장을 전달하는 것을 마음이 아팠다"고 덧붙였다.
특히 "나는 5.16군사쿠데타, 군부독재 세력에서 반유신 운동을 하다가 소위 혁명검찰부에서 고문을 당하고 혁명재판부에서 징역을 언도받은 피해자"라며 "나야 운 좋게 살아남았지만 학살당한 8명의 동지를 생각하면 반민주, 반민족적 행위자 김종필씨에게 훈장을 주는 것은 역사적 오류"라고 꼬집었다.
때문에 "김종필씨만이 아니라 유신 잔당, 반민주·반민족 세력에 대한 국가훈장 수여는 소급법을 적용해 모두 취소해야 하다"며 "문재인 대통령이 지금이라도 역사적 오류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호소했다.
한편, 중정은 1974년 "북한 지령을 받아 인혁당 재건위를 구성해 국가전복을 꾀했다"고 대국민 발표를 했다. 이듬해 4월 8일 대법원은 형 확정 18시간인 4월 9일 사건 관련자 8명의 사형을 집행했다. 희생자 8명 중 도예종, 서도원, 송상진(영남대), 여정남(경북대)씨 4명은 대구경북 출신이다. 2002년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조사에서 중정의 고문, 증거조작, 공판조서 허위 작성, 진술조서 변조, 위법한 재판 등에 의해 조작 사건으로 밝혀졌다. 또 2007년 1월 23일 서울중앙지법 재심에서 최종 '무죄'가 선고됐다. 8명이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지 32년만이었다. 이어 2007년 8월 21일 서울중앙지법은 인혁당 피해자와 유족 등 46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희생자별 20~30억원씩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프레시안=평화뉴스 교류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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