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을 친다" 메모 파동...한국당 내전 점입가경

5시간 의원총회, 계파 갈등만 재확인

자유한국당의 진로를 논의하기 위해 소집된 21일 의원총회가 계파 갈등만 확인하는 자리로 변질되어가고 있다.

21일 오전부터 진행 중인 의총에서 김성태 대표 권한대행은 "일자리 실용정당, 서민과 함께하는 사회개혁 정당, 냉전과 반공주의 떠난 평화와 함께하는 안보 정당을 우리가 만들어가야 한다"며 "이제 시작이다. 의원 동지 여러분이 함께 뜻을 모아달라"고 했다.

그는 "앞으로 어떠한 계파 간 갈등이나 계파 간 목소리로 우리당이 이해관계에 따라 분열하고, 또다시 싸우게 되는 구조는 내 직을 걸고 용납하지 않겠다"며 "만일 싸우자면 이번에야말로 끝장을 볼 것"이라고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비공개로 진행 중인 의총은 언론에 노출된 박성중 의원 메모를 둘러싸고 의원들은 갑론을박만 벌어졌다. 박 의원은 '친박·비박 싸움이 격화된다. 친박 핵심 인사가 모인다. 세력화가 필요하다. 적을 본다. 목을 친다'고 적은 메모 논란이 지속되자 비공개 의총에서 이에 대한 해명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친박계는 부글부글 끓었다. 이완영 의원은 "박성중 의원 메모로 반발이 심할 수밖에 없다"며 "일부러 언론에 흘렸다는 말까지 나왔다"고 했다. 김도읍 의원도 "박성중 의원의 해명이 석연치 않다"면서 "김성태 쇄신안에 대해 격론이 벌어졌다"라고 했다.

김기선 의원은 김성태 권한대행의 리더십을 지적하며 "당 패배 이유 중 하나가 당 대표 체제의 독선과 독주인데, 어떤 논의과정 없이 중요한 진로노선을 혼자서 그렇게 (결정하는 것이) 적절하냐, 또 다른 독선과 새로운 독주로 보지 않겠냐는 이야기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오늘은 결론이 날 수가 없다"며 "여기서 결론이 날 거라 기대하는 것 자체가 잘못됐다"고 말했다.

반면 복당파 의원들은 '박성중 메모' 사건이 쉬쉬하던 얘기를 드러냈다며 반기는 기색도 엿보였다. 정양석 의원은 "박성중 의원이 해명했지만, 팩트 여부를 떠나 감정적인 골이 깊은 것 같다"면서도 "박 의원의 스마트폰 메모 사건 이후, (오히려) 해야 할 말을 아주 편하고 자유롭게 하고 있다"고 했다. 김세연 의원은 "박성중 의원의 해명이 있었으나 수긍하는 분도 있고 못 하는 분도 있었다"고 했다.

김영우 의원은 친박계 중심으로 김성태 권한대행은 사퇴하라는 이야기가 있었냐는 질문에 "구체적으로 나온 것은 없지만, 그런 이야기가 있었다"고 말했다.

앞서 메모 파동을 일으킨 박성중 의원은 전날 "지난 지방선거에서 정우택, 이완구 부터 (시작해서) 움직이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며 "우리 쪽(복당파)에서 (목을 치려고) 한 것이 아니고, 그 쪽 (친박계)에서 (목을 치려 할) 것을 우려한 메모"라고 해명했다.

오전 10시에 시작된 의원총회는 점심시간을 생략한 채, 오후 3시까지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