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출사표를 던진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들이 일제히 "우리가 뭘 그리 잘못했냐"며 역공을 펼치고 나섰다.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과 박형준 전 정무수석은 연달아 라디오 시사프로그램에 출연해 이 대통령을 엄호했다.
청와대에서 홍보와 정무 파트를 담당하면서 '스핀 닥터' 노릇을 했던 이들이 총대를 메고 나서, 총선 출마를 준비중인 대통령 측근들이 '이명박 재평가론'을 들고 '세력화'에 나서는 것인지 두고 볼 일이다. 하지만 국민 여론은 물론이고 새누리당 내에서도 이들의 입지가 넓어보이진 않는다.
"MBC 파업? 책임이 따르지 않는 자유는 방종이다"
최근 TVN '끝장토론'에서 유시민 통합진보당 공동대표와 끝장토론을 펼친 바 있는 이동관 전 홍보수석은 6일 저녁에는 CBS '정관용의 시사자키'에 출연했다.
이동관 전 수석은 "지난 번에 어떤 인터뷰에 나가서도 스스로 MB 아바타 자칭을 했다, 그래가지고 보도도 됐지만 뭐 저 개인적으로는 그렇다"면서 "옛말에도 있지 않나? 선비는 자신을 알아주는 사람을 위해서 목숨을 바치는 것"이라고 이 대통령에 대한 변치 않는 충심을 과시했다.
법원에서도 최종 판단이 나온 KBS 정연주 전 사장에 대해서도 축출의 정당성을 주장한 이 전 수석은 최근 MBC 파업에 대해서도 "어떤 사회도 자유에 따르는 책임이 이제 동반되지 아니하면 안 된다고 하는 것은 상식에 해당되는 것이고. 책임이 따르지 않는 자유이기 때문에 그것은 자유라기보다 방종이고 과잉이다"고 주장했다. 이 전 수석은 "전전(김대중) 정권에선 나도 도청도 당했다. 증거도 있다"고 말했다.
재정위기 극복은 이명박 대통령의 공으로, 양극화 심화는 세계적 현상으로 돌린 그는 민심 이반 현상에 대해 "(이 대통령이)아버지의 언어로 이야기할 수밖에 없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7일 아침 불교방송 라디오 '전경윤의 아침저널'에 출연한 박형준 전 수석의 주장도 대동소이했다. 그는 "과거 정부에도 비리들이 집권 말기면 터져서 항상 문제가 됐었는데, 그때 그것이 권력형 비리인지 아니면 개인비리인지, 이것이 분명하게 좀 구별이 되어야 할 것 같다"면서 " 몇몇 개인비리가 발견되었다고 해서 그 정권에 몸 담았던 사람들 전부가 매도 당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전 수석은 "지금 이명박 정부에 대해서 여러 가지 어떤 부정적인 여론도 많이 형성되어 있지만, 사실 지금의 언론 상황이나 소통 상황이 꼭 균형이 잡혀 있다고 보지는 않는다"고 주장했다.
주요 방송사와 거대 신문사가 정권 편향적이라는 지적이 나와 언론사들이 파업까지 하고 있는 마당에 두 전직 수석은 "우리한테 언론 환경이 불리하다"고 주장한 것.
박 전 수석은 또 "이 정부에 대한 민심이 좋지 않다고 해서 이 정부의 공과가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면서 "지난 5년 간 국제사회에서 대한민국의 위상은 어쨌든 올랐고, 글로벌 금융위기 속에서 모든 나라의 신용등급이 떨어지는 속에서 오히려 대한민국은 신용등급이 오르는, 대한민국의 위상이 결코 나빠지지 않았다는 것은 분명히 국민 여러분께 설명을 드리고 싶다"고 주장했다.
박 전 수석은 새누리당에 대해서도 5년 전에 노무현 대통령의 인기가 추락했을 때, 당시 열린우리당 대표들이 대통령과 선긋기를 하고 탈당을 요구하고, 결국 탈당이 일어나고 새로운 당을 만들고 했지만 실패했다"며 "여권이 정권 재창출을 하려면 우선 대통합을 하는 것이 전제다. 그 전제 위에서 쇄신을 하는 것이지, 서로 분열을 하게 되면 그것은 결국 난파를 하게 되어 있다"고 반발했다.
"MB를 롤모델로 로버트 케네디식 도덕의 정치 하겠다"
두 사람은 개인의 정치적 포부도 숨기지 않았다. 서울 강북권 출마만을 공언한 채 지역구 발표를 미루고 있는 이 전 수석은 "존 F 케네디의 동생 로버트 케네디의 리더쉽에 감명을 받았다"면서 "국민의 전반적인 도덕적 수준을 고양시키는데 정치가 앞장설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의식에 상당히 감명을 많이 받았었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거기에 백분의 일이나 따라갈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의지는 가지고 정치를 하려면 해야 되지 않나"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당연히 뭐 내가 모셨던 대통령이 걸어오신 그런 길이 중요한 하나의 롤 모델"이라고 덧붙였다.
말하자면 MB를 롤모델로 한 도덕의 정치를 추구하겠다는 것.
부산 수영에 출사표를 던진 박 전 수석은 "당원 중심의 경선은 현역의원이 너무 유리하기 때문에, 그건 신인들이나 도전하는 입장에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라며 현역인 유재중 의원에게 견제구를 날렸다.
그는 "경선이 있는 지역은 완전 국민경선 방식을 철저하게 도입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 "저는 이 선거를 정책선거로 준비를 오랫동안 해왔고, 지금 정책을 지역 내에서 이슈화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들의 포부와 달리 새누리당에서 친이계 특히 청와대 출신의 입지는 아주 좁은 편이다. 일각에서는 "박근혜 체제가 친이를 다 날리는 것은 정치적 부담이 될 수 있는 만큼 그 중 몇 명을 구제하는 형식을 취하지 않겠냐"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만약 그렇다면 지역을 떠나 이 대통령 측근 끼리의 제로섬 게임 형국으로 흐를 가능성도 있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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