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19일(현지시간) 유엔인권이사회(UNHRC)를 결국 탈퇴했다.
지난해 10월 유네스코(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 회원국 자격을 버린 이후 트럼프 행정부 들어 두 번째 유엔 기구 탈퇴다.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대사는 이날 워싱턴DC 국무부 청사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부 장관과 함께 미국의 유엔 인권이사회 탈퇴 결정을 발표했다.
인권이사회 탈퇴의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이 기구가 이스라엘을 배격하는 태도를 보여왔다는 것이다. 미국은 유네스코를 탈퇴할 때에도 유네스코의 반(反)이스라엘 성향을 이유로 들었다.
헤일리 대사는 특히 인권이사회에 대해 "이스라엘에 대한 고질적 편견"을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폼페이오 장관도 "이스라엘에 대한 이사회의 지속적이고 문서화된 편견은 부끄러워할 만하다"면서 "이사회는 창설 이래 세계의 다른 모든 나라에 대해 한 것보다 더 많은 규탄 결의안을 이스라엘에 대해 채택했다"고 말했다.
미국은 오랫동안 인권이사회가 이스라엘에 대한 편견과 반감을 보여왔다고 비판해왔다.
헤일리 대사는 지난해 미국 유엔대사로는 처음 스위스 제네바에 있는 인권이사회 본부를 찾아 회원국들이 이스라엘에 배타적이라고 비판하면서 "계속 참여할지 고려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인권이사회가 미국이 요구한 개혁안을 실천하지 못했다는 점도 주요한 탈퇴의 이유다.
미국은 중국, 베네수엘라, 쿠바, 부룬디 사우디아라비아 등이 인권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다며 불만을 드러내 온 게 사실이다. 이에 따라 미국은 지난해 이사회 회원국의 빈자리를 채우고, 인권침해 국가는 이사회에서 제명하는 내용의 개혁안을 제출했으나 호응을 얻지 못했다.
헤일리 대사는 이날 인권이사회의 행태에 대해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놨다.
그는 "너무나 오랫동안 인권이사회는 '인권을 침해하는 자들의 보호자'였고 '정치적 편견의 소굴'이었다"라며 "세계에서 가장 비인도적인 정권들이 계속 조사를 피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름값을 못하는 기구", "위선적이고 자기 잇속만 차리는 기구", "인권을 흉내만 내는" 등의 표현까지 나왔다.
다만 헤일리 대사는 인권이사회가 미국이 요구한 개혁을 이행한다면 "기쁘게 재가입하겠다"고 여지를 뒀다.
폼페이오 장관도 "인권이사회는 인권을 옹호하는 데 형편없었다"면서 "더 나쁜 것은 이사회가 세계 최악의 인권 침해가 무시되는 뻔뻔한 위선의 활동이 됐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몇몇 세계에서 가장 심각한 인권침해국들이 이사회에 앉아 있다"면서 "중국, 쿠바, 베네수엘라와 같은 명확하고 혐오스러운 인권 기록을 가진 독재 정부들이 회원국에 포함돼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이번 인권이사회 탈퇴는 이 기구의 회원국 지위를 자발적으로 포기하는 첫 번째 사례로 기록됐다. 7년 전 리비아가 회원국 지위를 잃었지만, 강제로 쫓겨난 것이었다.
유엔 인권이사회는 미국의 탈퇴로 지난 2006년 출범 당시와 같은 상황으로 회귀했다. 이사회 출범 당시 참여를 거부한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유엔 주재 미국대사는 현재 트럼프 행정부의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인 존 볼턴이었다.
미국은 오바마 행정부 출범 이후인 지난 2009년 인권이사회에 합류했다.
이번 탈퇴로 미국은 '미국 우선(America First)'의 기치 아래 주요 국제기구와 협정에서 발을 빼는 행보를 이어갔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과 세계기후변화협정(파리협정), 그리고 유네스코를, 올해는 이란핵합의(JCPOA)를 탈퇴했다.
스테판 두자릭 유엔 대변인은 미국의 인권이사회 탈퇴에 대해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미국이 유엔인권이사회에 남는 것을 더 선호할 것"이라면서 "유엔 인권 기구는 세계 인권을 보호하고 증진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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