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 지방선거 압승과 최근 갤럽조사에서 80%에 육박한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 56%라는 정당 사상 최고치에 근접하는 집권 민주당의 지지율 등 '정치적 호재'로 가득한 문재인 정부에게 고용지표가 딜레마로 부상하고 있다.
지난 15일부터 통계청이 발표하는 고용통계는 정부 당국자들도 충격을 받았다고 할 정도로 심각하다. 통계청이 발표한 5월 고용동향을 보면 지난달 취업자 수는 2706만4000명으로 1년 전보다 7만2000명 증가하는 데 그쳤다. 2010년 1월 1만 명이 줄어든 이후 8년 4개월 만에 가장 저조한 취업자 증가폭이다.
석 달 연속 10만 명대에 머물던 취업자 증가 폭이 지난달에는 7만 명대까지 추락하면서 취업자 증가 폭은 넉 달 연속 20만 명을 밑돌았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실업률은 4.0%로 1년 전보다 0.4%포인트 상승해 5월 기준으로 2000년 4.1%를 기록한 이후 18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실업자는 112만1000명으로 1년 전보다 12만6000명 늘었다.
청년(15∼29세) 실업률은 10.5%로 1년 전보다 1.3%포인트나 상승했다. 5월 기준으로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1999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5일 고용 관련 긴급경제현안간담회를 열고 "5월 고용동향 내용이 충격적"이라며 "저를 포함한 경제팀 모두가 책임을 느낀다"고 말했지만, 구체적인 대책은 내놓지 못했다.
취업자 증가 폭이 4개월째 20만 명을 밑돈 이례적인 고용위기는 조선업과 자동차산업 등 후방연관효과가 큰 주력산업의 구조조정과 서비스업 부진이 동반된 것이기 때문이다.
'허리 연령대' 일자리는 줄고, 장년층 이상 일자리는 증가
연령대별 일자리 통계는 더 충격적이다. 17일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경제의 허리’로 불리는 30∼40대 일자리가 빠르게 사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40대 취업자 수는 지난 5월 669만7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8만8000명 감소했다. 특히 40대의 경우 취업자 수는 지난 2015년 11월 감소세로 돌아선 이후 31개월째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대체로 10만 명을 밑돌았던 감소폭은 올해 들어 지난 2월 10만7000명으로 확대된 뒤 매달 8만∼9만명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40대 취업자 수가 31개월간 이어진 감소세는 1982년 통계 집계가 시작된 뒤 역대 최장이다. 1991년 1월부터 12개월 연속, 외환위기 이후 1998년 4월부터 10개월 연속,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2009년 3월부터 6개월 연속 줄어든 때보다 훨씬 심각하다. 30대 취업자 수도 지난 5월 561만6000명으로 3만1000명 줄어드는 등 2017년 10월 이후 8개월째 감소행진을 벌이고 있다.
이뿐 아니라 최근에는 생산가능인구인 15∼64세 일자리마저 감소세로 돌아섰다. 생산가능인구 취업자 수는 지난 5월 2453만3000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8만 명 감소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한창이었던 2009년 이후 처음으로 3개월째 감소세로 전환했다. 게다가 지난 3월 3만3000명 감소세로 전환한 뒤 4월에도 3만4000명 줄어드는 식으로 감소폭이 커지고 있다.
반면 일부 연령대에서는 취업자 수가 꾸준히 늘고 있다. 하지만 긍정적인 지표로 보기 어렵다. 50대 취업자 수는 5월 637만9000명으로 전년동기 대비 4만6000명 늘었고, 60세 이상 취업자 수는 446만5000명으로 2만4000명 증가했다. 50대 취업자 수는 2001년 3월 이후, 60세 이상 취업자 수는 2010년 2월 이후 한 번도 감소세로 전환한 적이 없다.
50∼60대의 일자리 증가는 정규직 일자리보다는 아르바이트 형태의 비정규직 일자리가 늘어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고용시장이 악화되는 가운데, 허리에 해당하는 30~40대 일자리는 감소하고 장년층 이상의 일자리는 늘고 있다는 점은 결국 정부 일자리 지원이 없으면 사실상 일자리 자체가 마이너스를 기록할 정도로 고용의 양과 질이 동시에 악화되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최근의 고용지표는 경기가 예상보다 훨씬 악화했다는 신호일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코스피 2400선 붕괴, 환율 7거래일만에 1100원선 돌파
문 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으로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고 평화체제 수립을 위한 어려운 흐름을 조성하는 데 큰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받고, 여론조사 응답자들은 문 대통령을 지지하는 이유 중에서도 외교 안보 정책에서 후한 점수를 주고 있다.
하지만 경제적으로 미국이 도움을 주는 상황은 아니다. 18일 코스피는 미국발 악재들로 나흘째 하락하면서 2400선이 붕괴됐다.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27.80포인트(1.16%) 하락한 2376.24에 장을 마쳤다. 종가 기준으로는 3월 5일(2375.06) 이후 3개월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금융시장을 흔들고 있는 미국은 지난 13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추가인상하고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빠르게 올릴 것으로 예상되면서 '미국발 금리쇼크'가 현실적 악재로 작용하기 시작했다.
또한 이틀 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산 수입제품 등 1102개 품목에 최대 500억 달러에 달하는 25%의 관세를 부과하는 관세법안에 끝내 서명했다. 중국은 즉각 "미국과 동등한 수준과 규모의 관세 부과조치를 내놓을 것"이라며 반발하면서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다시 격화하고 있다.
'미국 우선주의 경제정책'에 강달러 기류가 강해지고 달러 등 안전자산 선호심리가 짙어지면서, 원.달러 환율은 연일 상승해 불과 7거래일 만에 1060원선에서 1100원대로 올라섰다.
18일 서울외환시장에서 환율은 전날보다 7.1원 오른 달러당 1104.8원을 기록하면서 지난해 11월15일 1112.30을 기록한 이후 7개월여 만에 1100원 선을 돌파했다.
코스피에서 외국인 투자자는 지난 11일부터 5거래일 연속 순매도했다. 이 기간 순매도금액이 1조4700여억 원에 달한다. 외국인은 채권시장에서도 약 2000억 원 어치를 순매도했다.
미국의 금리 인상과 미중 무역분쟁으로 국내 금융시장에서 외국인 자금의 이탈이 얼마나 증가할지는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 정부는 캐나다와 유로존 동맹국들과도 무역분쟁을 불사할 기세라는 점에서 시간이 갈수록 외국인 자본유출이 본격화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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