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7일 전주고백교회 '6.15선언 기념 예배'에서 강연했다. 주어진 주제는 "북미회담 이후 한반도 정세." 목사님이 날 소개하며 '예언자'로 치켜세웠다. 2년 전 미국 대선 때부터 세계 평화를 위해 클린턴보다 트럼프가 당선되는 게 좋다고 주장해온 대로 맞아떨어졌다는 거다.
여기저기서 글과 강연을 통해 수없이 주장해온 터라 주변 사람들로부터 '족집게' 소리를 좀 듣긴 했다. 보통 사람들이 덕담으로 건네는 '족집게'와 목회자가 인정해주는 '예언자'는 격이 다르기에 우쭐해졌다. 교만을 누르지 못하고 '예언'을 더 쏟아냈다. 기대 섞인 예상이다.
첫째, 7월 27일 정전협정 65주년 기념일에 판문점에서 트럼프, 김정은, 문재인이 한국전쟁 종식을 선언할 것 같다. 6월 12일 북미정상회담 합의문에 종전 선언이 빠졌다고 섭섭해 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그럴 것 없다. 두 나라가 '새로운 관계 설립'과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노력한다는 합의문 1항과 2항엔 종전 선언의 뜻이 담겨있지 않은가.
법적 효력이 없는 '선언'은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데, 이왕 하려면 트럼프는 뛰어난 쇼맨십으로 극적 효과를 거두기 원할 것이다. 7월 판문점으로 날아오리라 예상하는 이유다.
둘째, 트럼프가 12월 10일 노벨평화상을 받을 것 같다. 김정은, 문재인과 함께 공동으로. 그가 탄핵 위기에서 벗어나려면 11월 6일 중간선거에서 공화당 의원이 많이 뽑히는 게 좋고, 나아가 그 상을 받으면 더 안전해진다. 상을 받기 위해 북미관계를 더 진전시키지 않을 수 없다.
북한과 70년간의 적대관계를 끝내고, 65년간 어정쩡하게 멈추고 있는 전쟁을 완전히 끝내며, 25년간 풀지 못한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시작하면 평화상을 받을 만하지 않겠는가. 그걸 위해서라도 7월 27일 판문점에 오는 게 바람직하다.
트럼프가 여성을 비하하며 다른 인종과 종교를 차별해왔고, 김정은이 인권을 탄압하며 독재를 펼쳐왔다는 비판이 적지 않지만, 1950년 시작된 '전쟁'을 68년 만에 끝내는 것만으로 '평화'상을 받을 자격은 충분하다. 지금까지 노벨평화상을 꼭 받을 만한데 받지 못한 사람도 있었고, 주지 말아야 할 사람에게 주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여기엔 미국의 영향력도 크게 작용한다. 그만큼 정치적이란 말이다.
참고로, 2018년 노벨평화상 후보로 개인 216명과 단체 114곳이 추천되었다. 이 가운데는 나와 미국인 동료들이 추천한 '한국의 촛불시위대'가 포함돼있어도, 문재인+김정은+트럼프는 없다. 추천 마감일이 1월 31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심사위원들은 3월부터 8월까지 심사하는 동안에도 후보를 추천할 수 있는 특권이 있다. 6월 12일 '세기적' 북미회담을 가진 데 이어 7월 27일 전쟁 종식을 선언하면, 이미 접수된 320명/곳의 후보들보다 더 강력한 후보가 될 것이다.
셋째, 트럼프가 한미연합 군사훈련 중단에 이어 주한미군 철수나 그에 버금가는 대폭 감축을 머지않아 발표할 것 같다. 결정은 이미 했을 것이다. 군사비용을 줄이면서도 북한 비핵화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기득권 때문에 반발하는 군부와 군수산업체를 달래고 선거 때문에 반대하는 민주당을 무력화할 시간과 여건이 필요하기에 발표를 미루고 있는 게 아닐까.
주한미군 없이 중국을 견제하고 봉쇄할 수 있는 대책은 마련되어 있다. 중국을 겨냥해 '인도-태평양' 세력인 미국+일본+호주+인도 4각 공조를 강화한다는 백악관의 '국가안보전략 (NSS)'이다.
이와 관련해 6월 12일 북미정상회담 합의문에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내용과 일정이 구체적으로 명시되지 않은 것은 북한보다 미국 때문이라 생각한다.
협상이란 서로 주고받는 것이다. 북한의 '완전하고 검증할 수 있으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를 받으려면 미국은 그에 걸맞은 안전보장을 주어야 한다. 핵심이 평화협정과 수교인데, 여기엔 주한미군 철수나 대폭 감축이 포함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의회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11월 6일 중간선거 결과를 지켜봐야 하는 이유다. 재미동포 유권자들이 이번만이라도 공화당을 지지해주길 기대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위와 같은 세 가지 예상을 모두 맞춰 트럼프에 관해 더 영험한 '예언자'가 되고 싶다. 그가 물러나도 되돌릴 수 없는 한반도 평화체제가 구축되길 기대하면서.
* 이 글은 '익산참여연대'에서 발행하는 <참여와 자치> 83호 (2018년 6월)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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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봉
원광대학교 교수
pbpm@hanmail.net
이재봉 교수는 1983년 동국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한 뒤 1994년 미국 하와이대학교에서 정치학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이후 1996년부터 원광대학교 정치외교학 교수로 재직 중입니다. 2018년 현재 '남이랑북이랑' 공동대표, '통일경제포럼' 공동대표, '함석헌학회' 회장 등을 맡고 있습니다. 저서로 <두 눈으로 보는 북한>, <이재봉의 법정증언>, <문학과 예술 속의 반미>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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