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환경부의 발표를 놓고 많은 전문가는 환경영향평가가 '졸속'으로 추진됐다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시민단체는 지역 주민과 함께 행정 소송도 불사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4대강 사업 공사가 시작된다 해도 생태계 파괴 논란이 계속될 전망이다.
9일 오전 국내 하천·환경 전문가들로 구성된 대한하천학회와 운하반대전국교수모임은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환경영향평가 검토 결과를 발표했다. 이날 전문가들은 "4대강 사업의 환경영향평가는 '졸속'과 '부실'로 점철됐다"며 "원칙대로 다시 시행하라"고 촉구했다.
▲ 대한하천학회와 운하반대전국교수모임은 9일 오전 서울대학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환경부의 4대강 사업 환경영향평가에 대한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프레시안 |
"'보' 운영 계획도 없으면서 수질 좋아진다고?"
환경부는 국립환경과학원의 모의 실험 결과를 토대로 4대강 전역에서 수질이 좋아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보가 물을 가두기 때문에 수량이 많아지고, 물이 흐를 수 있도록 수문 개폐형 가동보를 건설해 수질에 큰 영향이 없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일단 보에 갇힌 물은 유속이 느리기 때문에 오염 물질의 체류 시간이 길어지고, 조류가 번식해 부영양화 현상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반박했다. 모의 실험이 저·갈수기 3달 동안 보의 수위를 2미터 낮추는 조건으로 진행된 점 역시 문제로 지적됐다. 홍수기 때의 모의 실험은 아예 진행되지 않았고, 따라서 유속이나 체류 기간, 오염 물질 유입량 등 여러 변인이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 박창근 관동대학교 교수가 4대강 사업으로 인한 수질 오염과 생태계 파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
환경부가 내놓은 수질 오염 대책도 논란거리다. 환경부는 탁수 피해를 줄이기 위해 준설 공사 현장의 간격을 2킬로미터 이상 유지하고, 흡입식 준설 장비와 오탁 방지막 등을 활용해 오염을 막겠다고 장담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대책의 효율성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리는 실정이다. 박창근 교수는 "오탁 방지막의 효율은 30퍼센트 정도로, 준설 작업을 할 때 미세 입자들은 전혀 걸러내지 못한다"며 "환경부가 오염 방지 대책을 과대 포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환경부는 4대강 사업이 끝나는 2012년에는 2006년보다 수질이 전반적으로 개선될 것으로 발표했다. 그러나 "왜 하필 비교 대상이 2006년이냐"는 반박도 나온다. 박 교수는 "2006년은 비가 많이 오지 않아 최근 몇 년 중 수질이 가장 나빴던 해"라며 "지난 3년 동안 환경부는 연간 1조 원 가까이 예산을 투입해가며 수질 조사 사업을 벌여 왔는데, 하필 수질이 가장 나빴던 3년 전 자료를 활용한다는 것은 다른 의도가 있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생태계 보호 대책도 '형식적'…사실상 파괴
대규모 준설 작업이 가져올 생태계 파괴에 대한 대책 역시 형식적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환경부는 야생 동·식물과 어류를 위해 대체 서식지와 산란처, 완만한 경사의 어도 등을 마련하도록 했으나, "현장 조사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채로 마련된 대책은 무용지물"이라는 지적이다.
이날 전문가들은 "정확히 어느 종이 어디에 분포하고, 어떻게 이동하는지 전혀 조사돼 있지 않을 뿐 아니라, 사업 구간이 이들 종에 어느 정도의 영향을 미치는지 조사가 돼 있지 않은 상황에서 환경영향평가를 했다는 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4대강 유역의 어류를 위해서 산란처와 어도 등을 마련한다는 대책에 대해서도 "명확한 목표 어종의 조사없이 다목적 어도를 만다는 것은 실현 가능성이 없는 혈세 낭비"라며 "상류로 거슬러 올라가거나 하류로 내려가야 하는 물고기는 보로 막혀 물 흐름이 없는 저수지에서 방향을 찾을 수 없기 때문에, 어도 자체가 무용지물"이라고 평가했다.
이들은 4대강 사업으로 훼손되는 습지를 대체할 신규 습지 84곳을 조성한다는 계획을 놓고도 "정체된 물의 가장자리에 천변 습지를 조성하면, 오히려 습지의 동·식물이 분비하는 유기물과 염류가 정체된 물로 유입돼 수질을 나쁘게 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다리 하나 놓을 때도 사계절 조사하는데…4대강 사업은 고작 4개월?"
전문가들은 또 환경영향평가가 3~4개월 만에 급하게 마무리된 점, 그 과정에서 현장 조사가 제대로 시행되지 않은 점 등을 들어 환경영향평가 자체가 '졸속'을 처리됐다고 절차상의 문제를 지적했다.
박창근 교수는 "4대강 사업처럼 큰 규모의 사업은 최소한 사계절 변화에 따라 강물의 수량과 흐름, 주변 생태계가 어떻게 변하는지 확인해야 하지만, 이번 환경영향평가는 4개월 만에 완료됐다"며 "이는 2012년까지 공사를 완료하겠다는 정부의 계획에 환경부가 끼워 맞추기식 조사를 진행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대한하천학회 등에 따르면, 남한강 사업에 대한 환경영향평가 심의위원회가 7월 20일 개최됐는데, 그 때까지 수질·동식물에 대한 현장 조사는 단 한 차례도 없었고, 5년 전 자료를 그대로 활용했다.
낙동강의 경우, 정부는 10억2000톤의 용수를 확보키 위해 4대강 사업을 진행한다고 했지만, 실질적으로 이용 계획은 없는 상태다. 박재현 인제대학교 교수는 "대구는 안동댐으로, 부산은 남강댐으로 취수원 이전 계획이 별도로 추진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취수 확보를 위한다는 낙동강 사업은 사실 의미를 잃어버린 사업"이라고 지적했다.
금강의 경우, 황산대교 하류의 하상이 21년 전에 비해 현재 0.75미터 저하됐고 상류는 2.96미터 가량 저하됐으나, 이를 무시하고 대규모 준설 작업을 시행하면 강의 안정성을 해칠 위험이 크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들은 '영산강 살리기 사업'에 대해서는 "환경영향평가가 아니라 기존 자료들을 보고서 형식에 맞춰 재편집한 것 이외에 더 이상 의미가 없다"고 일침을 놓았다.
"외국선 보 허물고, 한국선 보 쌓고"
이날 이상훈 수원대학교 교수는 "미국은 2008년 한 해에만 60여 개의 보를 철거했고, 세계적으로도 보를 철거하는 추세"라며 "졸속으로 추진된 환경영향평가를 제대로 다시 시행하고, 대규모 준설 작업과 보 건설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한하천학회 김정욱 대표는 "정부는 신뢰성이 결여된 환경영향평가를 발표하고 서둘러 공사를 착공할 예정"이라며 "지역 시민·사회단체 및 피해 주민들과 함께 무효 소송을 준비하고 그에 앞서 행정처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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