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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의 부활'…한명숙 '정치 인생'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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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의 부활'…한명숙 '정치 인생' 걸었다

[해설] "모든 투표에서 1위…민심은 화학적 결합 원했다"

이변은 없었다.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15일 민주통합당의 새로운 지도부에 당선됐다. 처음부터 모두가 예상했던 결과였고 그 예측은 현실이 됐다. 80만 명의 선거인단이라는 사상 초유의 '흥행'도 이변을 만들어내지는 못했다.

한명숙·문성근에 '대권주자' 문재인까지…'폐족' 친노의 화려한 부활

한명숙 후보의 대표 선출은 예상됐던 일이다. 그러나 39세 이하 모바일 투표에서는 다소 불리할 것이라는 전망을 뒤엎고 한 대표는 여기서도 1위를 차지했다.

65만 명에 달하는 자발적 참여자들은 한명숙보다 더 '신선한 인물'을 원할 것이라던 예측은 빗나간 셈이다. 김종배 시사평론가는 "한명숙 후보가 모바일 투표에서도 1위를 차지한 것은 세 세력의 통합으로 구성된 민주통합당에게 지금 중요한 것은 화학적 결합을 이뤄내는 '안정'이라고 일반 국민들도 판단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 ⓒ프레시안(최형락)
한명숙은 "친노와 비노라는 구분은 언론이 만들어낸 분열의 레토릭으로 민주당 사람이 모두 친노"라고 했지만 한 전 총리가 친노 세력의 중심이라는 것을 부인하는 이는 없다. 이번 전당대회 결과가 "폐족이었던 친노의 부활"이라는 데도 이견이 없는 것은 마찬가지다.

참여정부 이후 특정한 구심점이 없이 몰락한 폐족 신세가 되었던 친노 세력은 2007년 대선 패배 이후 뿔뿔히 흩어져 각자의 길을 걸었다. 때로는 정세균 전 대표와 같은 길을 걸었고, 어떤 이들은 당 밖에서 은둔의 시절을 보냈다.

2010년 지방선거에서 김두관, 송영길, 안희정, 이광재 등 친노 출신들이 잇따라 당선되면서 친노 세력은 본격적으로 부활의 몸짓을 시작했다. 그러나 이들 지방자치단체장들은 사실상 당 외각에 있었고 그해 10월 치러진 당 대표 선거에서는 손학규 대표가 당권을 장악했다.

그랬던 친노세력은 한명숙의 당 대표 선출로 명실상부한 야권의 중심에 서게 됐다. 더욱이 한명숙 대표와 1위 자리를 놓고 막판 경쟁했던 문성근 최고위원 역시 친노 인사다. 친노 세력이 민주통합당 대표 선거의 1위와 2위를 모두 차지한 것이다.

안철수 서울대 교수를 제외하고 야권의 유력한 대권 주자인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까지 여기에 더하면 친노 세력은 4년 만에 완벽하고 화려하게 부활한 셈이다.

대표적인 '책사' 이해찬의 작품이 잇따라 현실로

이런 친노 부활의 배경에는 이해찬 전 국무총리가 있다. 시민통합당 출신의 한 관계자는 "앞으로 총선 기획 뿐 아니라 대선까지 이해찬 전 총리가 주도한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이해찬 전 총리의 "수렴청정"이 시작된 것이라는 얘기다. 야권의 대표적인 '전략가', '책사'로 통하는 이 전 총리는 현재의 민주통합당의 최초 구상자이기도 하다.

이해찬 전 총리는 지난 2008년, 한나라당에서 건너 온 손학규 대표가 당 대표로 선출되자 대통합민주신당을 탈당했다. 이 전 총리가 다시 민주통합당에 상임고문직을 맡으며 다시 당으로 복귀한 것은 지난해 12월의 일이다. 그동안 그는 정당 외부에서 '광장', '시민주권' 등을 만들며 '정권교체 시나리오'를 준비해 왔다.

민주통합당을 탄생시킨 '혁신과 통합' 역시 그의 작품이다. 문성근 100만민란 대표를 '행동대장'으로 내세웠지만 문 대표는 '대중 운동'의 중심에 섰고, 진보정당까지 포괄하는 각 세력의 대표들을 만나 직접 설득한 것은 이 전 총리였다.

이 전 총리가 내세우는 '꿈'은 정권교체다. 그리고 그는 그 꿈을 위한 본인의 주도적 역할을 부인하지 않고 있다. 그는 최근 <시사인>과의 인터뷰에서 올해 본인의 역할을 묻는 질문에 "총선, 대선을 어떻게 치를지 그림은 어느 정도 그려졌는데 핵심은 운영"이라며 "그걸 잘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수렴청정'의 의지를 우회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실제 이 전 총리는 한명숙, 문성근 두 사람의 출마에도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제 정치 인생의 마지막 싸움을 시작하려 한다"는 한명숙의 최종 승패는?

한명숙 당 대표 선출의 의미가 '개혁'보다는 '안정'인만큼 당직 쇄신 폭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 전 총리 역시 다른 후보자들과 마찬가지로 "공천 혁명"을 얘기하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어려운 자식을 보듬는 따뜻한 어머니의 마음으로 정치를 하겠다"고 말했다.

이런 전망은 선거 과정에서 나타난 기존 민주당 인사들의 '변심'에서도 알 수 있다. 당초 한명숙 후보가 아닌 다른 민주당 출신 후보들을 지원하던 민주당 현역 의원 가운데 일부는 문성근 후보가 한 후보를 무섭게 따라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자 "이러다 문성근이 당 대표가 되는 게 아니냐"며 "한명숙에게 한 표를 줘야 한다"는 분위기가 강해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부 현역 의원들은 "문성근이 대표가 되면 당이 쪼개진다"고까지 토로했다.

'문성근 당 대표가 휘두를 개혁의 칼날'에 대한 불안감이 한명숙에게 옛 민주당 표가 쏠리는 현상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실제 한명숙 후보는 당원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 지역현장투표에서 2만2299표를 얻어 2위 박지원 후보(1만3609표)를 두 배 차이로 압도했다. 15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치러진 대의원 현장투표에서도 한 후보는 5537표를 얻어 2위 이인영 후보(3648표)보다 월등한 득표율을 나타냈다.

한명숙 대표는 "2012년 총선과 대선 승리가 한명숙에게 맞겨진 마지막 소임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한 대표는 이날도 "제 정치 인생에서 마지막 싸움을 시작하려 한다"고 밝혔다. 한 전 총리의 '마지막 싸움'의 승패는 어떻게 될까? 그리고 그 마지막 싸움은 또 어떤 역사를 만들어낼까?
최고위원 5명 선출자들로 본 민심은?

이번 민주통합당 전당대회의 주인공은 당 대표가 된 한명숙이 아니라 3위를 기록한 박영선이라는 평가가 많다. 지난해 10.26 서울시장 경선에서 박원순 무소속 후보에게 졌던 설욕을 완전히 씻고 완벽한 대중 정치인으로 성장했다는 얘기다.

박영선 후보는 실제 39세 이하 모바일투표에서 한명숙 후보를 바짝 따라잡았고, 40세 이상 모바일투표에서도 2위 문성근 후보와 3000표 차이밖에 내지 않았다.

조직이 없어 대의원투표에서는 한명숙, 이인영, 박지원, 문성근, 김부겸에조차 져 6위 2579표를 기록했지만, 대중의 표심은 박영선을 원했다. 재벌개혁, 검찰개혁을 주창하며 BBK 의혹 제기로 구속된 정봉주 전 의원의 구출을 내세운 박영선 후보는 금융노조를 비롯한 한국노총에서 압도적 지지를 얻었고, 정봉주 전 의원의 팬클럽에서도 첫 번째 표를 박영선에게 던진 것으로 알려졌다.
▲ ⓒ프레시안(최형락)
반면 선거 막판 한명숙 후보를 거세게 추격하는 것으로 알려졌던 문성근 후보는 예상외로 고전했다. 비록 2위를 차지하긴 했으나 득표율은 박영선 후보와 비슷했다. 문성근 후보의 고전은 정당정치 경험이 없는 사실상 '신인'이라는 것에 대한 불안감 외에도 기존 민주당 세력의 조직적 '비토'가 작용했다는 평가가 있다. 문 후보는 모바일투표에서는 선전했지만 대의원투표에서는 4위에 그쳤다.

문성근 후보 외의 시민통합당 출신 후보들이 모두 낙선한 것도 민주통합당이 앞으로 넘어야 할 산이다. 이들의 고전은 형식상 통합은 이뤘지만 내용적 결합은 아직 이루지 못한 것 아니냐는 얘기의 반증이기 때문이다. 이학영 후보는 YMCA라는 전국적인 조직을 갖고도 6위 김부겸 후보에게 1.09%포인트라는 아까운 차이로 뒤져 지도부 입성에 실패했다.

예비경선에서 통과하는 이변을 일으켰던 박용진 후보는 "두 번째 표를 달라"고 대놓고 '읍소 전략'을 폈지만 정작 본선에서는 2.76%의 득표율을 기록해 꼴찌에 머물렀다. 시민사회, 진보진영 출신 후보들의 이같은 '고전'은 기존 민주당 출신들의 정책적 좌클릭으로 차별점이 드러나지 않은 탓도 있다. 결과적으로는 '나 홀로' 지도부에 입성한 문성근 신임 최고위원의 당내 영향력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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