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7월 한나라당 전당대회에서 박희태 의장(당시 당대표 경선 후보)를 대신해 돈봉투를 돌린 장본인으로 지목된 김효재 청와대 정무수석이 "그런 사실이 전혀 없다"고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하지만 김 수석은 "나보다는 내가 속한 집단이 잘 되면 좋지 않냐"면서 "조직으로, 집단으로 국가에 기여하는 게 정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자신을 돈봉투 살포자로 지목한 의원들에 대한 '경고'라고도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전대 금전 살포 관행에 대한 질문엔 "노 코멘트"
김 수석은 6일 오후 청와대 기자실을 찾아 "이미 아침에 한 말을 되풀이 하러 왔다"고 운을 뗐다.
이어 그는 "내가 낯을 좀 가린다"면서 "사람이 늘 조직에서 생활을 해야 하는데 그런 생각이 아닌 사람과는 잘 어울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정치를 하면서 혼자 하기 보다는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이, 조직으로 집단으로 국가에 기여하는 게 정치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고승덕 의원 이후 실명, 익명으로 확산되고 있는 한나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관행 폭로에 대한 불쾌감으로도 해석될 수 있는 이야기인 것.
<조선일보> 기자 출신인 김 수석은 "보도는 신중하게 사실에 입각해 해달라"면서 "(보도에 대해) 법적 대응도 생각하고 있다. 기자 생활을 25년 했는데 언론과 막다른 골목에서 맞닥뜨릴 일이 없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 수석은 "개인 김효재가 아니라 정무수석에 관한 일"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언론 말고 의혹을 언급한 사람에 대해선 어떠하냐'는 질문에 김 수석은 "누가 공개적으로 내 이름을 밝혔냐? 가정에 입각해 말하진 않겠다"고만 대답했다. 지금 김 수석을 지목하고 있는 한나라당 의원들은 모두 익명으로 말하고 있다.
'고승덕 의원과 연락해봤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김 수석은 "서초구에 예산 확보를 많이 했다는 (단체) 문자 메시지는 왔더라"고만 답했다.
하지만 김 수석은 '(돈봉투가 관행이라는) 고승덕 의원 주장 자체에 대해 언급할 것이 있냐'는 질문에는 "노 코멘트다"라고 말해 시인도 부인도 피했다.
한편 김 수석은 '디도스 수사 건과 관련해 최구식 의원과 통화한 것이 적절했다고 아직도 생각하냐'는 질문에 "정무수석의 업무가 의원들과 통화를 하는 것이다. (최 의원 비서가)잡혀간다고 해서 확인 차 한 번 전화한 것"이라고 답했다.
'한 차례만 통화했냐'는 질문에 김 수석은 "검찰 수사 중인 사안이니 더 이상 언급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언론 통해 '경고'하는 까닭은?
이날 김 수석은 "나는 아니다"고 하면서도 '조직', '집단'이라는 단어를 반복해 사용하면서 "정치는 조직적으로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김 수석이 언론 앞에서 이렇게 언급을 한 것 자체가, 한나라당에 메시지가 제대로 전달되지 못한다는 뜻이 될 수도 있다. 일부 친이계들은 "이렇게 가면 공멸"이라고 우려하고 있지만 박근혜 위원장을 비롯해 비상대책위원회는 "철저 조사"를 공언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 단단히 마음을 먹은 고승덕 의원이 검찰에 나가서 "소상히 밝히겠다"고 벼르고 있는데다가 전당대회에서 금전이 돌아다니는 것은 사실상 이미 반(半)공개된 사실이나 다름 없었기 때문에 검찰 입장에서도 '유야무야' 넘길 수 없는 상황이다.
국회의장-정무수석 동반 검찰 조사라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할 경우에 대비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청와대 내에서도 흘러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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