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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하는 사람이 울었으니 좋은 곳으로 가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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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하는 사람이 울었으니 좋은 곳으로 가겠지요"

[포토] 故 장자연씨 넋 달랜 진도 씻김굿

베로 짠 하얀 천을 잡고 선 사람들의 눈이 종이 위패에서 떠나질 못했다. 그 위에는 얼마 전 세상을 떠난 한 여배우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위패가 '반야용선'(이승에서 저승으로 가는 배)을 타고 천 위를 미끌어져 가는 동안 사람들은 노잣돈을 올려놓고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故 장자연씨 등 '억울하게 죽은' 여성연예인들의 원혼을 달래기 위한 씻김굿이 열렸다. 여성연예인 인권지원 서포터즈 '침묵을 깨는 아름다운 사람들'이 4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 쌈지길에 마련한 행사였다. 이날은 故 장자연씨 사건의 3차 공판이 열린 날이기도 했다.

중요무형문화제 제72호인 진도 씻김굿은 꼬박 3시간 동안 진행됐다. 하늘과 땅에 굿을 알리는 소리(안땅)로 시작해 죽은 이의 혼을 부르는 '초가망석(초혼)'과 손님굿-제석굿-씻김-길닦음으로 이어졌다.

▲ 진도 씻김굿 보존회의 강은영 씨가 지전무를 추고 있다. ⓒ프레시안

굿의 절정인 '씻김'은 이승에서 풀지 못한 한을 저승에서라도 풀라며 묶인 질베(베로 짠 천)를 풀어내는 '고풀이'와 색동 저고리와 함께 넋(종이로 만든 사람 형상)을 돗자리에 말아 청계수, 쑥·향물을 바르고 달래는 '영돗말이'와 '씻김', 넋을 꺼내 원혼이 떠났는지를 보는 '넋올리기' 등의 순서로 이어졌다. 질베 위로 고인이 탄 배가 미끌어져가는 의식(길닦음)을 마지막으로 굿은 끝났다.

굿은 100여 명의 구경꾼이 모인 가운데 떠들썩하게 시작됐다. 관객들은 신기한 듯 사진을 찍고 소리에 추임새를 넣었다. 한 관객이 나와 북을 치고 판소리를 부르기도 했다. 하지만 '영돗말이' 대목에선 모두 숙연해졌다. 구수한 입담으로 좌중을 웃기던 지무(굿을 주관하는 사람) 박미옥(48) 씨도 눈물을 흘렸다. 그는 "굿 하는 사람이 울었으니 좋은 곳으로 가겠지요"라며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굿은 산 자를 위한 것이기도 했다. 구경꾼들에게 쌀을 나누어 주고 복을 빌어 주었다. 고인의 명복만큼 남은 이의 마음이 편해야 한다는 이유다. 이번 행사를 주최한 여성학자 오한숙희 씨와 유지나 동국대 교수도 한 목소리로 "속이 좀 시원해졌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씻김굿 행사를 위해 박재동 화백은 '침묵을 깨는 아름다운 이미지'라는 제목의 '박재동 판화전'을 7일까지 서울 종로구 창성동 아트갤러리 ZEIN XENO에서 연다. 수익금은 '침묵을 깨는 아름다운 사람들'과 이번 행사의 후원금으로 쓰인다.

▲ ⓒ프레시안
▲ 굿을 시작하면서 액운을 쫓기 위해 지무가 쌀을 뿌리고 있다. ⓒ프레시안
▲ 영돗말이. 돗자리에 고인이 생전에 입었던 옷과 '넋'을 놓고 말아서 달래는 의식이다. ⓒ프레시안
▲ 고풀이. 이승에서 풀지 못한 한을 풀라며 묶인 베 천을 풀어내고 있다. 오른쪽은 이번 행사를 주최한 유지나 동국대 교수 ⓒ프레시안
▲ 진도 씻김굿 박병천 명인의 딸로 10대째 세습무를 해오고 있는 박미옥(48) 씨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 ⓒ프레시안
▲ 씻김. 색동옷과 넋을 놓고 만 돗자리 위에 누룩과 놋그릇을 얹고 청계수와 쑥물, 향물을 바른다. ⓒ프레시안
▲ 넋올리기. 사람 형상으로 만든 '넋'을 지인의 머리 위에 놓고 지전(종이로 만든 술)로 덮어 따라 올라가는지를 본다. 원혼이 떠났는지를 확인하는 의식이다. '넋'은 여러 번 만에야 따라 올라갔다. ⓒ프레시안
▲ 죄 지은 듯 두 손 모으고 색동 저고리 앞에 무릎 꿇고 앉은 사람들이 고인의 원혼이 편히 떠나기를 빌고 있다. ⓒ프레시안
▲ 길닦음. 질베 위로 고인의 위패가 '반야용선'을 타고 지나간다. 이승에서 저승으로 가는 길이다. 사람들이 노잣돈을 올려 놓으며 고인의 넋이 편안히 저승으로 가기를 기원하고 있다. ⓒ프레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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