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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선 확률 0.0001%? '동네정치' 제대로 참견해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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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선 확률 0.0001%? '동네정치' 제대로 참견해주마"

퇴직금 500만원 털어 지방정치 도전장 낸 이 사람

"후보는 어딨어? 본인이 선거 나오는 거야?"

구의원 후보인 곽승희 씨가 선거운동을 나가면 꼭 듣는 질문이다. 곽 씨는 금천구에 출마한 31세 여성이다. 젊은 여성이 구의원에 출마하는 것이 낯선 주민들은 곽 후보를 아버지의 선거를 돕는 딸 혹은 후보의 배우자로 착각하곤 한다.

곽 씨는 '구의원 출마 프로젝트(구프)'에 참여해 구의원에 출마했다. 구프는 동네에서 '방귀(?)' 좀 뀐 지역 유지들, 지역 국회의원을 보좌하던 이들이 후보로 출마해오던 지역 정치의 관행에 문제의식을 느끼고 출발한 프로젝트다. '동네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이 직접 마을 정치에 참여해야 한다'는 각오로 지방자치의 가장 작은 단위인 구의원에 무소속으로 도전한 청년 후보들의 모임이다.

"돈 없고 백 없는 평범한 시민의 정치를 보여주기 위해서 선거에 나섰다. 대통령도 바꿨는데 내 동네라도 못 바꿀 것은 없지 않나. 특별한 정치인이라서가 아니라 촛불을 들었던 수많은 사람 중 하나로, 동네 정치에 참견하러 나왔다. 직업 정치인에 누구나 도전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고 시작했다."

▲ 금천구 다 선거구에 무소속으로 출마한 곽승희 씨 ⓒ프레시안(박정연)

"돈 없고 백 없는 평범한 사람도 구의원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곽 씨가 도전한 구의원은 지방선거에서 가장 작은 단위의 선출직이다. 출마하려는 지역에서 60일 이상 거주하고 기탁금 200만 원을 내면 누구나 구의원 선거에 출마할 수 있다. 그는 거대 정당의 공천을 받지 못하면 당선될 수 없는 정치 풍토에 제동을 걸기 위해 무소속으로 출마했다. 정당정치를 부정하는 '탈정치'로 흐를 수 있는 우려도 제기됐지만, 그는 오히려 정치에 다양한 채널로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반박했다.

"현재 지역 정치를 보면 알만한 당에 공천됐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당선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거대 당의 공천을 받으려면 지역에서 크게 사업을 한 유지이거나, 부모로부터 직을 세습 받아야 하는 게 지역 정치의 현실이다. 그러지 못한 나같이 평범한 사람도 구의원에 출마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나 같은 무소속 정치 후보가 경종은 아니더라도 돌멩이 하나 정도는 던질 수 있지 않을까. 무소속으로 도전하다 보니 차별화를 위해 '지역 정치에 참견해달라' 등 더 다양한 메시지를 고민하게 된다. 그러나 민주당 후보들은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라는 메시지 빼고 후보가 직접 고민한 메시지가 보이지 않는다."

▲ 선거 운동 중인 곽승희 씨 ⓒ곽승희 참견캠프
<오마이뉴스>, <포커스뉴스>, <퍼블리>를 거쳐 잡지 <월간퇴사> 편집장으로 일하는 그는 금천구에서 15년 넘게 산 경험을 바탕으로 동네 주민의 민원을 수집했다. 동네 버스정류장의 인프라, 연립주택 밀집 지대의 주차난, 근처 시장을 이용하는 주민들의 불편을 청취했고 이를 바탕으로 지역 정치에 대한 밑그림을 세웠다. 또한 동네 지역에서 문제가 생겼을 때 구의원을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담은 '구의원 사용 설명서'를 만들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구의원에 출마한다고 했을 때, 가장 많이 들었던 이야기가 바로 '도대체 구의원이 뭐 하는 거냐'라는 거였다. 국회는 법을 만들고, 구의회는 조례를 만드는데 이런 권한을 어떻게 썼고, 써야 하는지도 동네 주민에게 알리지 않았다. 제가 구의원이 된다면 금천구 의원으로서 저를 사용하는 방법을 담은 설명서를 제작하고 동네 정치공작소라는 공간을 통해 동네 문제에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 할 판을 만들 것이다."

"그들만의 정치판을 구의원부터 바꿔내야 한다"

젊은 여성 후보로서 겪는 고충도 있었다. 유세 중인 곽 씨에게 '캣콜링'(길거리에서 여성들에게 휘파람을 불거나 추근대는 말을 던지며 성희롱을 하는 것)을 하는 남성 고등학생 무리도 있었고 그를 후보가 아닌 후보의 선거운동원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부지기수였다. 무소속 후보로서 각종 행정적 어려움을 마주했지만, 정당의 지원금을 받지 않는 후보로서 가장 어려운 점은 '돈'이었다. 그는 퇴직금 500만 원을 가지고 선거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이내 돈은 바닥 났다.

"현행 선거법은 돈 아껴서 선거하는 사례를 상정하지 않은 것 같았다. 선거 후보가 난립하지 않기 위해서 규제가 있다고 하는데 난립은커녕 돈 없는 후보는 출마도 못 하게 만들어놨다. 선거법에는 일정한 수가가 책정돼 있는데 너무 비싸다. 저는 싸게 한 편인데, 공보물 인쇄에 300만 원, 플래카드에 60만 원 들었다. 뿐만 아니라 공간을 사유해야지만 현수막을 걸 수 있기 때문에 공간을 빌리기 위해 몇 백만 원이 들었다. 그렇기 때문에 후보 펀드를 운용해서 돈이 모인 만큼 차용증을 써가며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 선거 운동 중 공룡탈을 쓴 곽승희 씨 ⓒ곽승희 참견캠프

돈이 부족하다고 선거를 포기할 순 없었다. 대신 돈을 덜 들이면서도 재미있고 신선한 선거운동을 고민했다. 헬스장에서 구민들과 러닝머신을 함께 뛰기도 했고 공룡탈과 머리띠를 썼다. 눈에 확 띄는 형광 분홍색의 선거 점퍼에 주렁주렁 배지를 매달고 출, 퇴근 시간에 인사했다.

거대 양당이 사실상 독식하는 체제인 2인 선거구제에서 사실상 곽 씨의 당선 가능성은 희박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그는 당선하지 못하더라도 구의회에 계속해서 참견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정당에서 선거일 하셨던 분이 제 가능성은 0.00001%라고 말했다. 지금이야말로 거리의 다양한 목소리가 제도권으로 들어갈 수 있는 타이밍이라고 생각한다. 그들만의 정치판을 구의원부터 바꿔내야 한다. 행정부나 국가 차원의 적폐뿐 아니라 동네에서도 오래 묵은 적폐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젠 참견으로 동네를 바꿀 때다. 만약 당선되지 못하더라도 '구의원 사용설명서'는 만들 거다. 계속해서 구의회에 관심을 갖고 지켜볼 생각이다. 하지만 낙선하면 빚 갚기 위해서 돈부터 벌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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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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