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의 친인척들이 줄줄이 엮여들어가고 있다. 사촌처남 김재홍 씨가 제일저축은행에서 4억여 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데 이어, 이 대통령의 손위동서 황태섭 씨도 영업정지된 제일저축은행에서 고문 자격으로 수억 원을 받은 사실이 드러난 것.
최근 사안의 특징은 단순 구설이 아니라 구체적 액수가 드러나고 있다는 것이다.
15일 검찰에 따르면 이 대통령의 손위 동서인 황태섭 씨는 지난 2008년 제일저축은행 고문으로 영입돼 매달 1000만 원 씩 총 수억 원의 고문료를 받아왔다.
이명박 대통령이 국회의원 시절 선거운동을 도왔고 지난 대선 당시 이명박후보후원회 사무국장을 지냈던 황 씨는 사업가 출신으로 금융 관련 업무에 전문성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황 씨가 구설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말 민주당 강기정 의원은 "남상태 대우조선해양 사장이 연임 로비를 위해 영부인 김윤옥 여사에게 접근할 때 황 씨가 중간에서 역할을 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또 황 씨의 동생은 '대형건설사로부터 4대강사업 공사 하도급을 따주겠다' '아들을 공기업에 취직시켜주겠다'는 식으로 사기 행각을 벌여 이 대통령 임기 내 세 번이나 기소됐었다.
저축은행 사태가 수면에 오른 뒤 청와대나 한나라당은 "사태의 핵심은 전 정부에 있다. 우리 정부에선 실패한 로비들 뿐이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하지만 김두우 전 청와대 홍보수석 등 정권 핵심관계자가 구속된데 이어 이 대통령의 가까운 친척들까지 줄줄이 연루된 정황이 포착되고 있는 것.
또한 이번 사태로 인해 청와대의 친인척 관리가 다시 도마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이미 구속된 김윤옥 여사의 사촌 오빠 김재홍 씨는 영남 지역의 실세로 자리매김한 이후 자신이 이사로 있는 사학재단 이사장과 불화를 민정수석실에 넘겨 입길에 오른 바 있다. 당시 청와대 행정관이 이사장 측을 직접 찾아가 "사과하라"고 종용했고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내사를 벌였었다.
올해 초 이 사실이 언론에 보도됐지만, 김재홍 씨는 그 이후에는 제일저축은행 측과 관계를 맺은 것이다.
김윤옥 여사의 둘째 형부인 황태섭 씨 말고 셋째 형부인 신기옥 씨는 2008년 12월 당시 한상률 국세청장과 부적절한 식사 자리가 논란이 됐었다. 한 전 청장이 신 씨에게 '충성주'를 올리며 국토해양부 장관 자리를 달라고 청탁했다는 소문이 났던 것. 하지만 신 씨는 2010년 11월에 대한적십자사 경북지사 회장에 취임했다.
청와대는 지난 12일부터 민정수석실 내에 친인척관리를 전담하는 감찰1팀을 공식적으로 설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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