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라돈 침대, 정부는 여전히 심각성을 모른다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라돈 침대, 정부는 여전히 심각성을 모른다

[안종주의 안전사회] 라돈의 역습 <3>

라돈 방사성 침대 사건은 정말 어처구니없는, 너무나 부끄러운 사건이다. 있어서도 안 되고 있을 수도 없는 성격을 지닌 이 사건은 세계적으로도 초유의 일이다. 소비자들에게 음이온 건강 침대라고 회사가 선전하던 침대에서 외려 인체에 치명적인 방사선과 방사성 물질이 기준치의 최고 10배 가량이나 나왔다. 사용자들이 당혹감과 분노를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 라돈 침대와 무관한 시민들도 이를 남의 일처럼 여기지 않고 이번 사태의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라돈과 토륨, 모나자이트 등 어제까지만 해도 낯선 용어가 우리 사회에서 이제 일반상식처럼 통한다.


라돈의 특성과 위험성에 대해 이번 사태를 계기로 새삼 알게 된 시민들도 있지만 여전히 그 실체에 대해 잘 모르는 이들이 많다. 자신들도 라돈의 희생자가 되는 것은 아닌지 불안해한다. 또 어떻게 이런 일이 가습기살균제 참사처럼 대한민국에서만 벌어지게 됐는지 안타까움과 함께 궁금하게 여기는 이들도 많다. 이 사건의 파장이 어디까지 갈지, 또 우리 사회가 이 사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린다.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이자 위험소통전문가인 안종주 환경보건학 박사가 이번 사태를 종합적으로 진단하는 글을 3회에 걸쳐 연재한다.


바로 가기 : 라돈의 역습 <1> : 침대는 라돈입니다?

바로 가기 : 라돈의 역습 <2> : 이낙연 총리가 원안위를 질타한 까닭?


관리기준인 1밀리시버트 이하 라돈 침대도 즉각 수거해야

라돈 침대 파문은 문재인 정부의 위기관리 능력을 또 한 번 시험대에 올려놓았다. 그동안 포항지진, 살충제 계란 파동, 제천·밀양 화재 참사, 비닐과 플라스틱 등 재활용품 대란 등 정부의 위기관리 능력을 살펴볼 수 있는 여러 재난과 사건·사고가 지난 1년간 잇달아 터져 나왔다. 이들 재난과 사건·사고 대부분 초기 대응에 미숙한 점이 있었으나 나중에는 그런대로 잘 대처했다는 대체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행정안전부 장관과 국무총리, 대통령 등이 신속하게 현장을 방문해 사태를 파악해 잘 대처하고 피해자들과 교감하는 소통을 함으로서 이전 정부에 견주어서는 상대적으로 좋은 점수를 얻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일선 현장과 관련부처의 대응은 미숙한 점이 많았다. 식품의약품안전처장과 환경부장관 등의 위기관리 능력은 의심을 받기에 충분했다.

원자력안전위원장도 앞서 언급한 부처의 수장과 크게 다를 바 없다. 사실 이 정도의 사안이 터졌다면 위원장이 팔 걷어 부치고 일선에서 진두지휘해야 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적어도 공개적으로 비친 원안위원장의 모습은 너무 조용하기만 하다. 잠재적 피폭 피해자라고 할 수 있는 라돈침대 사용자들과 터놓고 논의를 했다는 이야기는 들리지 않는다.

국민 관심 사안이 된 라돈침대, 부처 수장이 발 벗고 나서야

메르스, 재활용품 대란 등 전 국민의 관심을 끌만한 사안에 대해서는 조직의 실무자와 실무책임자에게 전적으로 모든 것을 맡겨둘 일이 아니다. 최고책임자가 나서 사죄 또는 사과하고 앞으로의 대응과 재발방지책 등을 놓고 이해관계자와 국민과 소통하는 것이 원칙이다.

정부가 이번 사태와 관련해 어떤 것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일찍이 <프레시안>의 '안종주의 안전사회' 칼럼을 통해 7가지로 나눠 조목조목 지적한 바 있다. 모나자이트가 사용된 다른 가공제품에 대한 조사와 다른 방사성 광물의 유통사용에 대한 조사와 범정부 차원의 대응책, 특히 라돈침대의 조속하고 안전한 수거처리를 주문한 바 있다.

또 원료수입과 가공, 유통, 침대제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경로를 통해 노동자가 방사선에 상당하게 피폭되었을 위험성이 있으므로 이에 대한 대책도 촉구한 바 있으나 여전히 가타부타를 공개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다. 잠재적 피해자에 대한 방문조사나 질환 호소 피해자에 대한 건강조사, 장기적 폐암 추적 등에 대해서도 언급했으나 여기에 대해서도 별다른 대응이 없다.

정부 범부처 대응 주장, 실제로는 업체에 모든 것 떠맡겨

현재까지 이루어진 정부 나름의 조처는 라돈 침대 6만여 대에 대해 대진침대 쪽이 앞으로 한 달 안에 신속하게 모두 수거하도록 하고 이 과정에 전문가를 파견해 안전수거를 돕겠다고 한 것과 모나자이트가 어디에 쓰였는지 개괄적인 조사를 한 것, 그리고 대진침대 외 다른 침대업체가 모나자이트를 사용했는지 여부를 파악한 것이 거의 전부다. 하지만 어느 업체가 어떤 제품에 대해 사용했는지 실명 공개를 하지 않아 소비자들과 환경·소비자단체의 불만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원안위가 21일 발표한 보도자료를 보면 이번 사태와 관련해 정부가 책임을 지려는 자세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예를 들어 가정에서 라돈 침대 매트리스를 임시 보관할 때 피폭 저감 등을 위해 필요한 밀봉 비닐 제공에 대해서도 소비자가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홈페이지(☞바로 가기)로 접수하면 대진침대에서 소비자 가정으로 우편배송을 통해 비닐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침대업체에 있으므로 그들이 모든 비용과 편의를 제공해야 한다는 논리에 따른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가장 시급한 현안으로 떠오른 라돈침대의 안전 수거에 대해서도 정부는 직접 관여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모든 것을 침대업체에 떠넘기고 있다. 이 때문에 6만대가 넘는 방사성 물질 방출 기준초과 제품을 완전 수거하는데 한 달 넘게 걸릴 전망이다. 소비자들이 이런 굼벵이 리콜을 참아줄지 의문이다.

원안위 1밀리시버트 이하는 안전, 전문가들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

방사선 피폭에는 안전한 양이 없다는 것이 원자력의학계의 기본적인 상식이고 정설인데도 원안위는 어찌된 일인지 보도자료를 통해 계속 연간 1밀리시버트 이하 피폭선량에 대해서는 안전기준을 초과하지 않았다고 밝히고 이들 제품은 안전한 것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그리고 기준을 넘지 않은 침대에 대해서는 리콜할 필요가 없는 것으로 조처했다.

이에 대해 소비자들이 심각하게 반발할 것은 불 보듯 뻔하다. 1밀리시버트 이상 방사성물질 방출 침대는 문제고 0.99밀리 시버트 침대는 안전하다는 발상은 너무나 위험하기 때문이다. 침대에 모나자이트가 쓰인 것으로 확인된 모델은 기준치 이하라도 전량 안전하게 회수하는 것이 정답이다. 하지만 이럴 경우 사태의 파장이 더욱 커질 수 있어 그런지 원안위는 1밀리시버트가 관리기준이 아니라 안전한 기준인양 계속 떠들고 있다.

방사선이 기준치 이내라 할지라도 배경농도(background level) 이상으로 방사선이 나오는 침대에서 잠을 청할 간 큰 사람이 대한민국에 어디에 있겠는가? 원자력안전위원장은 자녀가 그런 침대에서 잠을 자도록 할 것인가? 자신은 그런 침대에서 십년씩 잠을 잘 수 있을 것인가? 기준치 이하라고 말이다.

원안위는 지난주 국무조정실장 주재 관계 차관회의를 두 차례 열어 국민 불안과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대진침대의 수거 및 조사, 대진침대 외 매트리스 및 기타 모나자이트 사용제품에 대한 조사 등에 대한 범부처 대책을 논의하였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지금 단계에서 할 수 있는 조치들을 신속하고 철저하게 진행해 나가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노동부, 과대 피폭 가능성 높은 노동자 안전보건 관리 안 해

이 관계 차관회의에 노동부 차관이 참석했다면 당연히 모나자이트 피폭 노동자에 대한 실태조사와 검진을 계획했을 터인데 보도자료에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노동부는 뒤늦게 원안위로부터 모나자이트 가공업체 명단을 전달받아 노동자 등에 대한 조사를 벌이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는 평소 이들 업체에 대해 작업환경 측정이나 노동자 건강 실태를 파악하지 않았다는 것을 뜻한다. 평소에 업체에 대한 산업안전보건 관리를 충실히 했더라면 실제 작업 중 피폭실태 등을 이미 파악하고 있고 그 결과를 공개해야 함에도 그렇게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가공업체들은 문제의 모나자이트를 다른 곳으로 옮겨놓고 작업을 모두 중단했을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실제 작업환경과 같은 조건에서 노동자의 피폭 실태를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해졌다.

노동부는 앞으로 노동자들이 완벽한 방진마스크를 쓰고 전신형 보호복을 착용한 채 모나자이트 가공과 침대 매트리스 코팅작업을 했는지, 했다면 작업장의 환기 조건이 어떻게 되었는지, 하루작업 시간과 작업 중 원전 근무자처럼 방사선 농도를 일상적으로 측정했는지, 측정했다면 개인별 피폭선량 기록은 있는지 등을 면밀하게 따져야 한다.

밀폐된 좁은 공간에서 시간경과에 따른 침대 피폭선량 재측정해야

또 위험작업자들에게 법에 따라 의무적으로 하게 되어 있는 특수건강진단을 정기적으로 이들에게 실시했는지, 안전보건교육과 물질안전보건자료(MSDS) 교육을 실시했는지 따위를 꼼꼼하게 체크해야 한다. 하지만 사건 발생 20일이 지나도록 이에 대한 아무런 이야기가 들려오지 않는다. 원안위뿐만 아니라 노동부도 너무나 느려터진 대응이다. 정부가 라돈 침대 파문의 심각성 여전히 모르고 있다는 방증이다.

원안위는 라돈침대에서 방출되는 방사성 물질을 측정하면서 비현실적 조건에서 농도를 쟀다. 다시 말해 확 터져 있는 넓은 공간에서 방사선과 방사성물질을 측정했다. 하지만 실제 침대 사용조건은 2~4평의 좁은 공간에서 겨울철의 경우 거의 환기가 이루어지지 않는 상황이다.

따라서 이런 조건에서 하루, 일주일, 한 달 등 시간 경과에 따른 공기 중 라돈 농도 측정이 이루어져야 한다. 원안위의 1차와 2차 측정결과는 실제보다 과소평가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정부는 이에 대해 아직 꿀 먹은 벙어리다. 원안위는 라돈침대의 방사선과 방사성 물질 방출 측정을 원점에서부터 다시 설계해 즉각 재조사를 해야 한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