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희 의원의 자유선진당 탈당과 민주당 복당 신청이 자신의 아들에게 지역구 국회의원 자리를 물려주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팽배하기 때문이다.
이 의원의 아들 이재한 씨는 최근 아버지의 지역구인 충북 보은·옥천·영동에서 민주당 지역위원장을 맡았다. 그러자 이 의원은 선진당을 떠났고 민주당에 복당을 신청했다.
"민주당에서 자랐다"면서 공천 못 받아 탈당하고 아들 때문에 다시 복당?
▲ 이용희 의원이 최근 자유선진당을 탈당하고 민주당에 복당했다. ⓒ연합뉴스 |
문제는 이 의원의 일련의 행보가 '지역구 세습'과 연관이 있다는 데 있다.
5선의 이 의원을 두고 "그 지역구에서는 제왕의 위치"라는 평가들이 다수였다. 2008년 18대 총선을 앞두고 금고형 이상 비리전력자를 공천에서 배제한다는 원칙에 따라 민주당에서 공천권을 받지 못한 그가 당을 버리고 탈당했음에도 5선에 성공한 것도 그런 힘이었다.
그러나 이 의원은 선진당 입당 2년만인 지난해 8월부터 탈당을 시사했다. 이 의원은 당시 "민주당은 내가 자랐고 관심을 갖고 있는 정당"이라며 "시기가 되면 자연스럽게 민주당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의 뿌리가 민주당인 것은 맞다. 1960년 29세 나이로 정계에 입문한 이 의원은 9대, 10대, 12대, 17대 총선에서 민주당 이름으로 배지를 달았다. 새정치국민회의에서는 부총재를, 열린우리당 상임고문을 지내는 등 민주당의 고문급 의원이었다.
그러나 그는 지난 18대 총선에서 공천을 받지 못했다고 당을 떠났다. 공천심사에 불복해 당을 떠났다가 4년만에 다시 돌아오려는 '철새 행태' 자체도 비판의 지점이 있지만, 복당의 실제 배경이 더 논란거리다. 이 의원의 선진당 탈당과 민주당 복당은 아들에게 배지를 달아주기 위해서라는 것이 여의도 정치권의 보편적 시각인 것.
이용희 '말 한 마디'에 선진당 소속 지자체장·지방의원 18명이 줄줄이 '민주당行'
이런 해석은 이 의원의 최근 행보에서 비롯된다. 이 의원은 아들이 민주당 지역위원장 직무대행으로 임명되면서 자신의 지역구 소속 선진당 기초단체장과 광역의원, 기초의원을 민주당으로 보내는 작업을 시작했다. 이 의원의 '지시'로 선진당을 떠나 민주당으로 당적을 바꾼 사람은 모두 18명이었다.
이 의원의 지역구에 있는 기초자치단체장 3명 전원, 광역의원 4명 전원, 기초의원 12명 가운데 11명이 선진당을 떠났다. 정상혁 충북 보은군수, 김영만 옥천군수, 정구복 영동군수가 대표적인 인사다. 선진당 소속 지자체장, 의원 19명 가운데 한 명을 제외한 전원이 이 의원의 '말 한 마디'에 당을 떠난 것이다.
선진당은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이 의원이 아들을 위해 해당행위를 하고 있다"고 강력하게 반발했고, 결국 지난달 30일 이 의원에게 자진 탈당을 권유했다.
이 의원은 선진당을 떠나면서 "민주당 입당은 지역주민을 비롯한 국민의 뜻을 받드는 것이고 내년 총선 승리와 정권 교체를 위한 시대적 소명"이라고 말했고, '배지 세습'에 대해서는 "아들은 내가 마음먹고 후계자로 키운 인재"라며 정당성을 역설했다. 그러나 그의 이런 말을 바라보는 시선은 싸늘하다.
한나라당 충북도당은 지난달 27일 성명을 통해 "정치의 계절을 앞두고 어디선가 정치 철새들이 모여 떠드는가 했더니 바로 철새도래지는 민주당 충북도당이었다"고 비꼬았다.
민주당 입장에선 충북지역에 영향력이 있는 이 의원을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내칠 수는 없겠지만, 최근 야당 통합 과정이 단순한 '세 불리기'가 아니라 '혁신'을 전제한 것이라는 주장을 무색케 하는 결정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내년 4월 총선에서 이 의원의 아들을 공천할 경우 더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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