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같은 초당적 협력 체제 구축과 별도로 민주당은 무능력한 대응의 책임론에 휘청이고 있다. 이날 새벽까지 진행된 의원총회에서는 "의원 전원 총사퇴" 주장까지 대두됐었다. 그러나 민주당은 김진표 원내대표의 사의 표명까지 반려시키며 책임론을 봉합하기 위해 부심하고 있다.
손학규 "한미 FTA 무효화 투쟁 나서겠다"
야5당 대표와 한미FTA저지범국민운동본주 소속 단체 대표들은 이날 국회에서 연석회의를 갖고 비준안 통과에 따른 대응책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한미 FTA 비준 전면무효에 동의하는 모든 민주진보진영세력과 힘을 합쳐 공동투쟁의 전면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손 대표는 "민주당은 만약 이 정권 하에서 무효화를 이끌어내지 못한다면 2012년 총선 승리를 통한 의회권력의 교체, 대선승리를 통한 정권교체를 통해 반드시 재협상을 이끌어내겠다"고 다짐했다.
민주당은 즉각 한미 FTA 투쟁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했다. 오는 26일에는 야당, 시민단체와 함께 한미 FTA 무효화 궐기대회도 가질 예정이다. 시국회의 개최도 검토하고 있다. 그와 별도로 민주당은 헌법재판소에 비준동의안 처리 내용과 절차의 위헌성에 대해 헌법소원을 청구하는 등 법적 대응도 준비 중이다.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도 "2012년 예산 심의를 포함한 이후 모든 국회 의사일정을 전면 거부하고 이명박 정권 퇴진, 한나라당 해체 투쟁을 국민과 함께 벌이겠다"고 말했다.
김진표 사의 표명, 의원들이 나서 수습…"국민 분노는 어떻게?"
민주당은 연석회의에 앞서 열린 규탄대회에서 40여 명의 의원들이 국회 본청 로텐더홀 앞에 무릎을 꿇어 사죄의 마음을 표현했다. 그러나 손도 써보지 못하고 눈 뜨고 강행처리를 지켜봐야만 했던 전날의 상황에 대한 책임론은 여전하다.
▲민주당은 연석회의에 앞서 열린 규탄대회에서 40여 명의 의원들이 국회 본청 로텐더홀 앞에 무릎을 꿇어 사죄의 마음을 표현했다. ⓒ연합뉴스 |
김진표 원내대표는 22일 오전 황우여 한나라당 원내대표와 만났음에도 불구하고 이같은 강행처리 사실을 전혀 감지하지 못했던 '무능력'도 도마 위에 올랐다. 더욱이 김 원내대표가 당내에서 '협상파'로 분류되던 인물이어서 "한나라당의 강행처리를 사전에 눈치 채고도 사실상 눈감아 준 것 아니냐"는 의혹의 시선마저 쏠리고 있다.
전날 밤부터 진행된 의원총회에서는 "이렇게 무기력한 지도부가 어디 있느냐"는 성토가 쏟아졌다. 일부 의원들은 지도부 사퇴를 요구했고 소수 의원들은 "전원이 총사퇴해 현실 정치 혁신의 계기를 만들자"는 의견도 제시됐다.
이런 비판에 김진표 원내대표는 끝내 사의를 표명했다. 이용섭 민주당 대변인은 "다수 의원들이 민주당이 이 시국에서 자중지란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좋지 않다는 의견을 제시해 의원총회 결의로 사퇴를 반려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손학규 대표에 이어 김진표 원내대표까지, 당사자는 사의를 표명하고 '의원총회 결의'라는 이름으로 이를 번복하는 모양새를 똑같이 연출하고 있는 셈이다.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이날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철야를 하고 국회에서 규탄대회, 무릎 꿇고 대국민 사죄를 한들 용서를 받겠냐"며 "총사퇴와 지도부 사퇴도 논의했지만 결론이 없다면 국민의 분노는 어떻게?"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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