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원장이나 박근혜 의원 모두 쉬 나서지 않는다. 궁금증을 유발하다가 어느 한 순간에 친다. '짠' 하고 나타나 판을 정리한 뒤 '뿅' 하고 빠진다. 그렇게 '한계효용 체감의 법칙'을 무시한다. 반향을 키우고 여운을 길게 늘어뜨린다.
한데 다르다. 신비주의 전략이란 속성은 비슷하지만 양태는 완전히 다르다.
안철수 원장은 논술형으로 말하지만 박근혜 의원은 단답형으로 말한다. 안철수 원장이 두 개의 편지(박원순 지지 편지와 기부 편지)로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분명히 밝히는 반면 박근혜 의원은 한두 마디의 말로 해석의 여지를 남긴다. 그래서 안철수 원장은 명료하고 박근혜 의원은 모호하다.
안철수 원장은 '남'을 향하지만 박근혜 의원은 '나'를 향한다. 안철수 원장이 대중 앞에 나선 것은 박원순 현 서울시장에게 후보 자리를 내주고 1500억 원을 기부하기 위해서였지만 박근혜 의원은 세종시 수정안을 반대하거나 신공항 백지화에 불만을 표출하기 위해 나섰다. 안철수 원장은 그렇게 자신을 버리는 모습을 부각시켰고 박근혜 의원은 자신의 정치입지를 챙기는 모습을 굳혔다. 그래서 안철수 원장의 이미지는 따뜻하고 박근혜 의원의 이미지는 차갑다.
안철수 원장은 '몸'으로 말하지만 박근혜 의원은 '입'으로 말한다. 안철수 원장은 중산층과 젊은이의 미래를 염려하며 직접 재산을 내놓는 반면 박근혜 의원은 복지와 고용을 얘기하며 정책을 내놓는다. 안철수 원장은 지금 즉각 실천하는 현재형이지만 박근혜 의원은 집권을 조건으로 비전을 제시하는 미래형이다. 그래서 안철수 원장에 대한 반응은 즉각적이지만 박근혜 의원에 대한 반응은 유보적이다.
▲ 박근혜 의원과 안철수 원장 ⓒ연합 |
이게 이유다. 생성된 지 2개월 밖에 안 된 안철수 바람이 4년 가까이 지속된 박근혜 대세론을 순식간에 위협하는(또는 능가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가 이것이다. 박근혜 의원은 '잽'만 연신 날리는 반면 안철수 원장은 '스트레이트' 한 방으로 짧고 굵게 친다.
물론 평면 비교는 어렵다. 박근혜 의원은 이명박 대통령과의 관계, 여권 내부의 역학구도를 고려해야 하는 사람으로 운신의 폭이 상대적으로 좁다. 반면 안철수 원장은 어디에도 속해 있지 않은 자유로운 신분이다. 이런 차이가 양태의 차이를 낳은 측면이 없지 않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양태의 차이를 모두 설명할 수는 없다. 그것보다 더 본질적인 건 소통에 대한 인식 차이다. 협의 또는 토론이란 멀쩡한 말을 놔두고 소통이란 다른 단어가 구사되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협의 또는 토론이 머리를 맞대는 것인 반면 소통은 가슴을 맞대는 것이기 때문이다. 안철수 원장은 이 사실을 피부로 느끼는 반면 박근혜 의원은 머리로만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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