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각 장애인들이 "나도 비장애인들처럼 책을 읽고, 영화를 보고 싶다"며 장애인의 정보 접근권 보장을 촉구하고 나섰다. 28일 오전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는 서울 종로구 문화체육관광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시·청각 장애인의 정보 접근권을 다룬 장애인차별금지법 제21조의 개정을 촉구했다.
▲ 28일 오전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가 장애인차별금지법 21조의 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문화체육관광부 앞에서 진행했다. ⓒ프레시안 |
장애인차별금지법 21조가 논란이 되고 있는 이유는 이 법안이 시·청각 장애인의 정보 접근 및 의사소통에서의 편의 시설 제공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지난해 11월 정부가 내놓은 일부 개정안이 출판 사업자와 영상 사업자의 편의 시설 제공을 '의무화'한 것이 아니라, '노력하여야 한다'(21조 5항)고 느슨하게 명시한 것.
이에 장애인 단체들은 "'노력해야 한다'고만 명시했을 때, 과연 어떤 출판·영상 사업자가 이 조항을 지킬지 의문"이라며 "정부는 사업자들의 입장만을 고려한 채, 장애인의 정보 접근권과 문화 향유권을 박탈하고 있다"고 반발해 왔다.
장애인 단체들은 자막·수화·통역·화면 해설 등, 편의 시설 제공을 의무화하는 규정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고, 이러한 내용을 담은 개정안이 민주당 박은수 의원과 친박연대 정하균 의원의 발의로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다.
▲ 국회에 계류 중인 장애인차별금지법 비교표. ⓒ프레시안 |
그러나 이런 요구에 대해 보건복지가족부는 물론, 장애인의 문화 향유권을 지원해야 할 문화부조차 난색을 표하고 있는 실정이다. 장애인차별금지법 24조에서 이미 문화·예술 활동의 차별 금지를 명시하고 있기 때문에 영상 사업자의 의무를 이중적으로 규정할 필요가 없으며, 이들의 사유재산권을 침해할 위험이 있다는 것.
이에 대해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측은 "장애인차별금지법 24조는 시설 접근 및 인적 서비스 중심의 규제만을 담고 있기 때문에 21조 5항에 담고자 하는 장애인의 정보 접근권과 중복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이들은 또 "문화부는 (영상 사업자의 장애인 편의 제공 의무화에 대해) 영세 사업자들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고 하지만, 장애인의 영화 접근을 위해 소요되는 비용은 자막과 화면 해설을 합해 영화 한 편 당 500만 원 이내"라며 "이는 정부의 제작 지원금을 통해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이성수 위원장은 "비장애인들 사이에서는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사교육비와 자립형사립고가 이슈가 되는 상황에서, 장애인들은 학습권에 필요한 기본적인 교육 자료조차 지원받지 못해 결국 교육 차별과 고용 차별의 악순환이 반복된다"라며 "여전히 시·청각 장애인들에게 정보 접근권과 문화 향유권은 꿈이며 이상일 뿐"이라고 토로했다.
이 위원장은 이어 "문화부가 자본의 편에만 설 것이 아니라, 사회적 약자들의 편에 먼저 서서 시·청각 장애인들이 자유롭게 책을 읽고 영화를 보는 '꿈'을 현실로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이정현 의원(한나라당)이 국정감사에서 발표한 자료를 보면, 2009년 9월 현재 전국 320개 극장의 2179개 스크린 중, 시·청각 장애인이 영화를 볼 수 있는 시설을 갖춰놓은 극장은 16개(스크린 16개)에 불과하며, 시간 역시 주 3회로 한정하는 등 사실상 시·청각 장애인들이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영화를 관람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 "문화부에게는 '장애인 정보 접근권' 보다는 '돈'?"…이것이 장애인차별금지법 21조의 진실이다! ⓒ프레시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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