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비방 전단 배포 조속히 범인을 색출하여 의법조치할 것"(2015.3.16)
"VIP 비난·풍자 전단 살포 관련자 색출하고 수사해 엄단하라"(2015.5.18)
청와대 비서실장 주재 수석비서관회의(실수비)가 작성한 대통령 비판 전단지 대응 자료다. 이 지시 후 전단지 배포자는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에 6개월간 구속됐고 별건(집시법 위반)으로 2달 더 옥살이를 했다. 이후 검찰에 기소돼 법원으로부터 1심에서 유죄 선고를 받았다. 항소심에서 무죄 선고를 받았지만, 청와대 지시 후 사정기관이 무리하게 수사하고 기소했다는 진상이 규명되는데에는 3년이 걸렸다.
'박근혜 대통령 비판 전단지' 사건에 대한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민관합동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 조사 결과가 조사 개시 넉달만인 지난 달 30일 공개됐다. 조사위는 2015년 2월 16일 당시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대구시당 앞에서 박 전 대통령 비판 전단지를 뿌려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검찰에 기소돼 유죄 판결을 받은 퍼포먼스 활동가 박성수(45)씨에 대한 진상조사 개시를 결정하고 최종 조사 결과 보고서를 냈다. 조사위는 김영한 청와대 전 정무수석 업무 일지 사본(특검 기록), 실수비 회의 자료(청와대), 각종 언론사 기사와 박성수씨 본인이 낸 1.2심 판결문 등을 토대로 진상조사를 펼쳤다.
그 결과 조사위는 "수사기관이 직권으로 대통령 풍자와 비판을 명예훼손으로 기소하도록 국민들의 정당한 비판을 차단하고 비판 여론을 잠재우려 한 것으로 보인다"며 "전단지 배포 퍼포먼스를 명예훼손으로 기소한 것은 국가기관의 무리한 수사, 표현의 자유를 침해했다고 볼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특히 "정부 실정에 대한 개인 의견 표명에 대해 명예훼손 무죄를 선고한 2심 판결에서 확인됐듯 배포자를 색출, 강력 처벌, 엄단토록 할 것 등 청와대 지시에 경찰은 위법한 압수수색 집행을 하는 등 신청인(박성수씨)을 비롯한 배포자들에게 공권력을 무리하게 적용한 점이 확인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수사와 기소 과정에서 청와대의 검경에 대한 외압 작동 여부는 "진상규명 하지 못했다"면서 "추후에라도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성수씨는 조사 결과에 대해 "정권을 비판할 정당한 권리를 청와대, 수사기관, 사법기관이 나서서 불법을 동원해 짓밟는 행태가 반복되어선 안 될 것"이라며 "국민이 누려야할 기본권을 침해한 당사자들에 대한 적절한 처벌과 징계를 요청하며 개인적으로라도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박씨는 2014년 12월부터 2002년 박근혜 당시 한국미래연합 대표가 김정일 북한 전 국방위원장을 만나는 사진과 함께 앞면에 "자기들이 하면 평화활동 남이 하면 종북, 반국가행위", "박근혜도 국가보안법으로 철저히 수사하라", 뒷면에 "정윤회 염문 덮으려 공안정국 조성하는가"라는 전단지를 만들어 배포했다. 이듬해에는 새누리당 대구시당 앞에 변모씨, 신모씨와 함께 이 전단지를 배포했다.
프레시안=평화뉴스 교류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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